동네에 예쁘고 좋은 카페들이 많은데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곳이 있어요
창이 크고 천정이 높아서 그런지 사람들 소리가 어느 정도 되도 거슬리지 않고 사람도 적당히 있어서 여유로운...
커다란 유리벽에 길다란 좁은 테이블이 있는 자리라 밖의 나무들 보며 앉아서 책읽기 딱이예요
오늘도 가서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하리보 젤리 광고 소리가 나는거예요
양복입은 다 큰 어른들이 애 소리 내며 "나~안 빨간 곰이 쩨~일 좋거든" "얘는 진~짜 말랑해 ㅎ" 라고 하는 광고 아시나요? ㅎㅎ
이런 소리로 통화를 하며 한 남자가 옆자리에 앉는거예요
커다란 하리보 소리로 "어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못 잤자나. 아이씨 피곤해" "난 자격지심이 있어서 어쩌구 저쩌구.." "우리 ㅇㅇ, 내일 같이 밥먹자. 우리 ㅇㅇ, 아프지 말고 잘 쉬고 낼 봐~" 등등 구연동화를 하는듯도 하고 옆에서 하리보 젤리가 굴러다닐듯도 하고 (엿들은게 아니라 소리가 넘커서 제 귀 속으로 밀고 들어옴)
그러더니 가방에서 온갖 물품 다 꺼내 너비가 40센티 정도 되는, 깊지 않은 창가 테이블에 전화기, 보조배터리, 노트북, 마스크, 담배케이스, 작은 노트, 필통을 쫙 늘어놓더니 음료 다되었다는 직원의 소리에 가서 음료를 들고 빨대로 들이키며 그 '쭈웁~쭈웁~" 소리를 어찌나 크게 내던지... 그리고는 "크아~" 소리를 내고 자리에 앉으며 "푸~"하고 숨쉬는 소리를 냄
그러더니 갑자기 신발을 벗어 테이블 위로 들어올리더니 뒤집어 탈탈 털음. 양말도 주물럭 거리며 털고..
그 신발 다시 신고 반대쪽 신발 벗어 테이블 위 높이까지 들어올려 다시 탈탈.. 손가락으로 신발 안쪽 휘저으며 탈탈... 양말 탈탈.. (우웩)
신발 다 신더니 다시 커피 빨대로 "쭈쭈쭈~읍" 소리내며 들이키고 "크아~" 소리내고 ㅠ
가방에 넣어놨던 마스크 허겁지겁 꺼내쓰고 조용히 나왔습니다
오늘 밤 하리보 젤리곰이 괴수로 변해 그 남자가 신던 신발로 제 얼굴을 덮어버리는 악몽을 꾸는건 아니겠지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