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40대에 곧 중학교 들어가는 아이와, 초등학생을 키우는 엄마에요.
저역시 평균적인 대한민국 분위기에서 자라서 명절에 특히 추석에 중간고사가 바로 뒤여서 큰집에, 외가에 가네 마네, 하지도 않을 공부할 책을 괜히 싸가지고 가고 크리 크지도 않고, 마당도 없는 전형적인 한국식 아파트 방 하나에 애들이 다 몰려 들어가있어서 사실 명절이 되게 좋고 기다리고 즐거웠던 기억은 별로 없어요. 어려서는 사촌들하고 이렇게 저렇게 잘 놀았죠. 중학생 이후의 그 데면데면하고 할말도 별로 없는 그 분위기.. 저역시도 그렇게 자라왔죠.
그런데 40이 넘으면서 제가 아이를 낳고 기르고, 부모님을 떠나보내니... 공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는 방법을 가르쳐줘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도 제가 결혼할때, 아기를 낳았을때 모든 세상이 제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고, 제 결혼식에 와주시는 어른들 그냥 다 엄마 아빠 손님으로 치부하고 감사함 마음도 없었고, 아기를 낳으면 그냥 자동으로 당연히 축하와 물질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철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갑작스럽게 아버지와 시아버지를 잃고, 어려서 그냥 아무 생각이 없이 바라보던것들이 생각이 나고, 큰 슬픔앞에서 우리 아빠가 죽어가요, 우리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말할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 알게 되었어요. 최근 만난 횟수와 크게 관계 없이요.
엄마 친구분 남편이 암진단을 받았는데 입원비랑 치료비에 보테라고 슬픔을 맞닥트린 친구에게 건네는 하얀 봉투, 우리 아빠가 죽어가고 있을때 병문안 오던 사촌들, 고모들이 보내주신 치료비, 딸만 둘인 우리집인데 운구를 동와주시고 장지까지 따라와주신 전 별로 말도 많이 안나눠본 친지들, 이제는 형제가 적어서 조의금 받을 사람이 없어서 퇴근후 고생해준 사촌, 남편이 죽었다고 3일 와보고 장지까지 엄마의 친구들,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드리는 전화 한통화, 문자들, 고맙웠다고 큰위로가 되었다고 만나서 사는 밥, 다는 밥을 못사니 회사에 전하는 작은 답례, 그리고 계속 지키려는 고마웠던 사람들의 기쁜일과 슬픈일에 나도 갚고 싶다는 마음과 행동. 그런거는 자식에게 말로 가르치는게 아니라 보고 자라고 스며드는것 같아요.
남편 사촌이 시아버지 장례식장에 6학년아들과 함께 문상을 왔는데 저희 아들도 간간히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보여주면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인사하고, 어떻게 위로하고, 어떻게 대답하고.. 어려서 몇번이라도 만난 사이는 그게 더 수월하게 가능하더라고요. 인사도 위로도.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아둥바둥 살아봤자 허무하게 죽는것이 한순간이라는것을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두번이나 잔인하게 목격하고 나이가 40이 넘었는데도 부모의 죽음앞에 얼마나 많은 도움과 위로가 필요하던지요. 중년의 의 나이가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더라고요. 제가 낳은 자식들은 그와 중에 장례식장에서 어찌나 싸우고 있던지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하고..
많은 관계가 일년에 한번 만나면 많이 만나는 관계도 많은것 같아요. 다 부질없고, 내 가족만 챙기고 사는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기쁠때 그리고 어려울때 나를 생각하는 사람의 진심이 인생에 얼마나 큰 씨앗을 뿌리는지 알게 되었어요.
더 어려서 알 수 있었다면 30대 사별한 제 친구 남편 발인에 장지까지 따라가는건데, 돌쟁이 아기는 엄마한테 맡길 수 있었는데...
인생에 다음에 내 차례가 있을 때 갚는다고 생각해도 다음이 없는 인연도 많다는 걸 알았다면 고맙고 기쁘고 한 그 순간에 충분히 감사와 기쁨과 축하를 표현할걸.
저는 양쪽집 모두 차례나 제사가 없는 집이고, 다 서로 나름 근거리에 살아서 명절을 애들에게 어떻게 인식시켜줘야하나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날이 그날같은 하루중 하나가 안되게 하려면 어찌해야할까. 우리 세대 보통 형제 자매 두명정도에, 제 아이들은 사촌도 단 한명이어서 그 아이들의 미래는 아마 또 제가 상상하지 못하는 시절이고, 제가 죽어도 특별하게 도와줄 친척도 없고, 가족장으로 부의금은 키오스크로, 운구는 로봇수레같은데 실려가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시시콜콜 나누고 친하지 않더라도 기쁘고 축하해줄 일이 있으면 진심으로 충분히 축하하고, 위로할일이 있으면 깊이 위로해주는 단 몇번의 경험만 애들이 가진다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연휴 마지막날 아버지, 시아버지 안계신 설을 처음으로 맞으며 그냥 애들을 어떻게 키울까 마음을 여기에 이렇게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