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강아지는 나의 거칠음과 강압이 싫었을 뿐

.. 조회수 : 1,414
작성일 : 2024-02-11 15:13:43

우리 강아지는

하루 두번 산책 후

얼굴(특히 코와 입주변, 양볼 이마) 세수와

입 안 헹구기를 해줘요

그 다음 꼬추와 @꼬

뒷발 앞발 순으로 말끔히

미온수로 닦아줘요

2년 가까이 이렇게 해줘서

산책 후 당연히 잘 따랐거든요

그런데 2주 전쯤 부터

고추와 @꼬 닦아 주려 하니

굉장히 화를 내고 싫다해서

순서를 앞발과 뒷발로 바꿔

대충 속여 닦아줬어요

 

내 속으로

"애가 왜 이렇게 성격이 못됐나...

점점 나빠지나...에휴

엄니는 뒤치다꺼리 하느라 뼈골이 빠지는데"

이러면서 조금은 밉게 봤어요

 

사실 우리가 도시에 살지 않다보니

우리 강아지가 산책다니는 데가

흙먼지 천지에요

거기다 숫놈이라 그런지 나가면 개구지게 놀고요

온갖 나무 밑에 다 코박고 냄새맡으랴

낙엽숲 헤쳐다니랴 ...

그러니 나갔다 오면 꼼꼼히 씻길 수 밖에 없고

나의 손길은  갈 수록

어쩔 수 없이  "빡빡"

거칠어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제

이불과 요커버를 바꾸는 날

처음에 요커버 바꿀 때 한창 바꾸고 있는 

요와 이불에 올라가 놀며 방해를 하길래

묶어 두고 작업을 했왔어요

어제도 한 10분 묶어두려 했는데

또 산책나가라는 줄 알고 

(산책 3번은 싫데요 ..;; )

극렬하게 반항하고

비숑도 아닌 놈이 비숑타임처럼 날뛰더군요

 

또 내 속에선

" 애가 왜 이리 못되 먹어가나.. 에휴 내팔자야"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할 수 없이 곁에 두고

절대 요 커버 작업하는데

올라가지 말라고 명확단호하게 말하고

요커버를 씌우는데

뭔가 깨달은 얼굴로

 (이것 땜에 자길 묶어두려 한 걸 안 거 같이)

가만히 차분히 서 있더라구요

요 위에 올라가지 않고요

 

보고 있자니

나에게도 작은 깨달음이 왔어요

우리 강아지는 성격이 나빠진 게 아니라

나의 강압이 싫었었구나 ...

내가 괜히 우리 강아지를 못 믿고

묶어두려 했구나 ...

 

어제 저녁의 이 깨달음은

오늘 아침 또 다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어요

산책 후 전처럼

입주변부터 살살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어요

우리 강아지 처음 데려온 1살 때처럼

아기 다루듯 살살

그랬더니 오늘은 순순히 순서대로 닦아도

얌전히 편안히 있는 거에요

 

결국

우리 강아지가 못되고 건방떨었던 게 아니었어요

나의 손길이 전과 달리 거칠어졌고

나의 강압이 싫어서 반항하고 화를 냈던 거였네요

 

혹시 강아지가

뭔가 성격 변화가 왔다면

강아지도 강아지인데

보호자의 처치에 문제가 있나도

살펴봐야 겠어요

 

이제 2년 가까이 키워

곧 3살이 되는 우리 강아지.

오늘 ... 이 녀석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하마트면

내가 무지하고 둔해서

우리 강아지를

힘들고 아프게 할 뻔 했네요

 

 

IP : 121.163.xxx.1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2.11 5:42 PM (1.242.xxx.253)

    이런 성찰과 깨달음 좋아요 저도 강아지를 대할 때 내 생각만 하지말고 한 번 더 배려해야겠습니다

  • 2. ㅇㅇ
    '24.2.11 5:47 PM (125.187.xxx.79)

    순간 혹시 어디아픈가 했어요
    건강도 잘 살펴주세요
    아파도 못만지게 하쟈나요 잘 아시죠

  • 3.
    '24.2.11 7:57 PM (175.197.xxx.81)

    아까 감명깊게 읽었는데 시간없어 댓글 못달고
    지금 달아요~
    강아지의 마음을 헤아려내는 세심한 원글님
    주인을 철학자로 만드는 신통한 강아지
    둘의 감정교류가 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와요
    이제 세살이니 앞으로 이십년 쭈욱 희노애락을 함께 하기를
    바래요

  • 4. ..
    '24.2.11 8:07 PM (153.172.xxx.118)

    따뜻한 성찰과 반성의글 너무 좋습니다~^^사랑해 강아지~~

  • 5. ..
    '24.2.11 8:34 PM (121.163.xxx.14)

    225.187님

    저도 제일 첨엔 아픈가 해서 살펴봤는데
    다행히 아픈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성격이 나빠진다 생각한 건데
    문제는 …. 저였어요 ㅠㅠ;;;;;

  • 6. 크림
    '24.2.12 3:03 AM (121.161.xxx.217)

    우리 강아지는 나의 거칠음과 강압이 싫었을 뿐...
    너무 좋은 글이에요..
    먼저 떠난 우리 예쁜 강아지 생각에 눈물이...
    지금 곁에 있는 고양이를 보며
    저도 깊이 생각해보게 되네요..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64751 다이어트 식단 꼭 필요한가요? 5 . . . 2024/03/22 1,732
1564750 0자 다리는 성인이어도 교정되나요? 7 모모 2024/03/22 1,983
1564749 아무때나 뛰는 한동훈 보면 스카이콩콩 생각나요 9 야 그만 뛰.. 2024/03/22 1,844
1564748 바른 자세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2 ㅇㅇ 2024/03/22 4,250
1564747 프랑크푸르트 괴테 광장에 다시 울려퍼진 윤석열 탄핵 ! 2 light7.. 2024/03/22 1,591
1564746 저처럼 투표빨리하고 싶으신분 계신가요? 13 2024/03/22 1,053
1564745 영부인 뭔일 있어요 62 dddd 2024/03/22 26,839
1564744 학군지 학폭 27 학폭이슈 2024/03/22 5,416
1564743 근데 선거 후 투표함..저만 이런 생각하나요?? 5 123 2024/03/22 1,140
1564742 월성원전 3호기 원자로 자동 정지…안정 상태 유지 4 가져옵니다 2024/03/22 660
1564741 닭강정 저만 재미없나요 ? 17 와나 2024/03/22 4,057
1564740 가사도우미 어이없는 경우 1 내가 2024/03/22 3,568
1564739 전공의 좀 늘립시다 21 참나 2024/03/22 1,673
1564738 김강우 얼굴에서 정은채가 보이는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9 ... 2024/03/22 2,987
1564737 궁금한이야기 Y, 의사부인인 동물보호단체 대표.. 2 에휴 2024/03/22 3,478
1564736 한동훈 "우린 여러분의 종…그렇기 때문에 우산·우비 안.. 23 ㅋㅋ 2024/03/22 3,878
1564735 예쁜 침구류 어디서 사세요? 7 ㅇㅇ 2024/03/22 3,762
1564734 우울증약 잠이 많아졌는데 못끊겠어요 5 ㅇㅇ 2024/03/22 2,277
1564733 요즘 그 천공인지 뭣인지 11 음.... 2024/03/22 2,946
1564732 원더풀월드 갈수록 별로네요. 10 …. 2024/03/22 5,082
1564731 충치 3 .. 2024/03/22 797
1564730 B급 병맛 드라마 알려주세요. 45 .. 2024/03/22 5,746
1564729 요리 나눔 모임은 없나요? 12 봄날은온다 2024/03/22 1,757
1564728 토요일 신사역 근처 주차가능한곳 ??? 2 ….. 2024/03/22 560
1564727 민주당 전은수 가짜뉴스 지웠나요? 1 어제 2024/03/22 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