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강아지는 나의 거칠음과 강압이 싫었을 뿐

.. 조회수 : 1,408
작성일 : 2024-02-11 15:13:43

우리 강아지는

하루 두번 산책 후

얼굴(특히 코와 입주변, 양볼 이마) 세수와

입 안 헹구기를 해줘요

그 다음 꼬추와 @꼬

뒷발 앞발 순으로 말끔히

미온수로 닦아줘요

2년 가까이 이렇게 해줘서

산책 후 당연히 잘 따랐거든요

그런데 2주 전쯤 부터

고추와 @꼬 닦아 주려 하니

굉장히 화를 내고 싫다해서

순서를 앞발과 뒷발로 바꿔

대충 속여 닦아줬어요

 

내 속으로

"애가 왜 이렇게 성격이 못됐나...

점점 나빠지나...에휴

엄니는 뒤치다꺼리 하느라 뼈골이 빠지는데"

이러면서 조금은 밉게 봤어요

 

사실 우리가 도시에 살지 않다보니

우리 강아지가 산책다니는 데가

흙먼지 천지에요

거기다 숫놈이라 그런지 나가면 개구지게 놀고요

온갖 나무 밑에 다 코박고 냄새맡으랴

낙엽숲 헤쳐다니랴 ...

그러니 나갔다 오면 꼼꼼히 씻길 수 밖에 없고

나의 손길은  갈 수록

어쩔 수 없이  "빡빡"

거칠어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제

이불과 요커버를 바꾸는 날

처음에 요커버 바꿀 때 한창 바꾸고 있는 

요와 이불에 올라가 놀며 방해를 하길래

묶어 두고 작업을 했왔어요

어제도 한 10분 묶어두려 했는데

또 산책나가라는 줄 알고 

(산책 3번은 싫데요 ..;; )

극렬하게 반항하고

비숑도 아닌 놈이 비숑타임처럼 날뛰더군요

 

또 내 속에선

" 애가 왜 이리 못되 먹어가나.. 에휴 내팔자야"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할 수 없이 곁에 두고

절대 요 커버 작업하는데

올라가지 말라고 명확단호하게 말하고

요커버를 씌우는데

뭔가 깨달은 얼굴로

 (이것 땜에 자길 묶어두려 한 걸 안 거 같이)

가만히 차분히 서 있더라구요

요 위에 올라가지 않고요

 

보고 있자니

나에게도 작은 깨달음이 왔어요

우리 강아지는 성격이 나빠진 게 아니라

나의 강압이 싫었었구나 ...

내가 괜히 우리 강아지를 못 믿고

묶어두려 했구나 ...

 

어제 저녁의 이 깨달음은

오늘 아침 또 다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어요

산책 후 전처럼

입주변부터 살살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어요

우리 강아지 처음 데려온 1살 때처럼

아기 다루듯 살살

그랬더니 오늘은 순순히 순서대로 닦아도

얌전히 편안히 있는 거에요

 

결국

우리 강아지가 못되고 건방떨었던 게 아니었어요

나의 손길이 전과 달리 거칠어졌고

나의 강압이 싫어서 반항하고 화를 냈던 거였네요

 

혹시 강아지가

뭔가 성격 변화가 왔다면

강아지도 강아지인데

보호자의 처치에 문제가 있나도

살펴봐야 겠어요

 

이제 2년 가까이 키워

곧 3살이 되는 우리 강아지.

오늘 ... 이 녀석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하마트면

내가 무지하고 둔해서

우리 강아지를

힘들고 아프게 할 뻔 했네요

 

 

IP : 121.163.xxx.1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2.11 5:42 PM (1.242.xxx.253)

    이런 성찰과 깨달음 좋아요 저도 강아지를 대할 때 내 생각만 하지말고 한 번 더 배려해야겠습니다

  • 2. ㅇㅇ
    '24.2.11 5:47 PM (125.187.xxx.79)

    순간 혹시 어디아픈가 했어요
    건강도 잘 살펴주세요
    아파도 못만지게 하쟈나요 잘 아시죠

  • 3.
    '24.2.11 7:57 PM (175.197.xxx.81)

    아까 감명깊게 읽었는데 시간없어 댓글 못달고
    지금 달아요~
    강아지의 마음을 헤아려내는 세심한 원글님
    주인을 철학자로 만드는 신통한 강아지
    둘의 감정교류가 너무 신기하고 경이로와요
    이제 세살이니 앞으로 이십년 쭈욱 희노애락을 함께 하기를
    바래요

  • 4. ..
    '24.2.11 8:07 PM (153.172.xxx.118)

    따뜻한 성찰과 반성의글 너무 좋습니다~^^사랑해 강아지~~

  • 5. ..
    '24.2.11 8:34 PM (121.163.xxx.14)

    225.187님

    저도 제일 첨엔 아픈가 해서 살펴봤는데
    다행히 아픈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성격이 나빠진다 생각한 건데
    문제는 …. 저였어요 ㅠㅠ;;;;;

  • 6. 크림
    '24.2.12 3:03 AM (121.161.xxx.217)

    우리 강아지는 나의 거칠음과 강압이 싫었을 뿐...
    너무 좋은 글이에요..
    먼저 떠난 우리 예쁜 강아지 생각에 눈물이...
    지금 곁에 있는 고양이를 보며
    저도 깊이 생각해보게 되네요..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4626 비평준화지역 지방 일반고 5 ㅇㅈ 2024/05/24 781
1584625 망고 핫딜!! 골드망고 vs 무지개망고 차이점은요~ 7 .... 2024/05/24 2,224
1584624 탄수화물 중독 벗어나고 싶어요 7 중독 2024/05/24 2,768
1584623 부모님과 아래 위층에 사는 분 계세요? 10 합가 2024/05/24 2,672
1584622 5/24(금) 오늘의 종목 나미옹 2024/05/24 444
1584621 나와 취향이 닮은 자녀 있나요? 7 Taste 2024/05/24 837
1584620 미니찜기 알려주신 분 고마워요 38 .. 2024/05/24 5,134
1584619 옷을 되돌려 받을수 있는 방법은? 19 .. 2024/05/24 4,128
1584618 모처럼 7센티 구두 10 히유 2024/05/24 1,444
1584617 입금한 상대방 계좌번호 알 수 있나요? 4 ... 2024/05/24 2,810
1584616 김계연씨 4 금요일 2024/05/24 1,497
1584615 전지렌지로 계란찜 해보신분? 10 ㅇㅇ 2024/05/24 2,065
1584614 개인 건보료... 4 leelee.. 2024/05/24 1,122
1584613 잠 많은 고딩 아들..아침마다 서로 힘드네요 11 .. 2024/05/24 2,014
1584612 '개근거지'라는 말도 생겼다네요. 51 개근거지 2024/05/24 8,529
1584611 2030년, 한국도 국토의 5.8% 잠긴다... 과연 과장일까?.. 8 ..... 2024/05/24 1,849
1584610 이런 대통령 어찌 믿고 군대가나, 박대령 경북대 후배들 '절망'.. 4 응원합니다 .. 2024/05/24 1,408
1584609 남편이 아이 공부 시키는 방식. 조언 부탁드려요 57 .... 2024/05/24 3,632
1584608 식세기 고무패킹이 타르처럼 녹아있네요 5 2024/05/24 1,647
1584607 안 미끄러운 장화 1 장화 2024/05/24 880
1584606 담주 유럽 패키지가요 8 귀차니즘 2024/05/24 2,444
1584605 자코모 라떼색 잘 아시는 분들 3 소파 2024/05/24 859
1584604 우리 강아지가 왜 화내는 걸까요? 28 2024/05/24 3,351
1584603 어디 살아야 할까요? 9 고향 2024/05/24 2,228
1584602 온난화 큰일이네요. 녹슨듯 주황색 강물.... 7 ..... 2024/05/24 2,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