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부터 학교 생활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더니
고등 1학년엔 최고조에 이르러서(아이들의 끊임없는 괴롭힘도 한몫)
집에서는 내내 침대에 누워있는 생활을 지속하다 결국 자퇴했어요
자퇴할 때 여기에도 문의했었고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아이는 이제 2달 이상 쉬며 회복하고 병원에 가서 약도 받아오고
아직 대인기피가 남아있지만 좋아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와서 농담도 하고 까불기도 하고 사이가 좋아요
2년 동안 입시에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겠다 싶어
오히려 2년을 번 기분이에요
수능도 그다지 고려사항은 아니구요
남편은 자퇴를 끝까지 반대했는데 이유는 이런 상태의 아이가 검정고시를 볼 수 있을리가 없고
그럼 중졸로 남으면 어쩌냐는 것이었지요
아이 컨디션 좋아지면 학원에 보내야하나 저도 막연하게 고민하고 있었고
사실 막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정신이 조금 나서 오늘 작년 후반기의 기출문제를 풀려봤거든요
고민했던 게 무색하게 쉽네요 영어는 다 맞고 수학은 두 개 틀리고요
아이는 학교 부적응으로 빼박 하위권이었고 담임쌤도 학교 상담때도 성적 얘기는 하지도 않을 정도였어요
고등 졸업장 못딸까봐 걱정이었는데
이 정도였으면 고민할 것도 없었네요
작은 것 하나에서 희망이 보여 기분이 좋아요
오늘은 오늘 걱정만...
고등졸업 자격 취득하고 그 다음 뭘 할까는 같이 고민해 봐야지요
아이가 배우고 싶은 기술이 있는데 유튜브 찾다보니 어느 교수님이 강의하길래 그 학교가 어딘가 봤더니 지방의 조그만 전문대학이더라구요
어디든 아이가 원하는대로 하도록 밀어주려구요.
입시만이 길이라고 생각하고
아픈 아이를 계속 밀어넣고 밀어넣고 비난하던 지난 시간이
미안해요
길 밖에도 또 길이 있으니 가 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