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술자리도 좋아해요.
미국 교외 지역에 사는데, 이웃에 놀러가면
'와인? 커피? 맥주? 뭐 마실래?' 이런 분위기여서 저는 아주 즐거웠어요.
지난 연말에 연이은 모임에 일요일 아침을 그냥 숙취로 보내는데
기분이 안좋더라고요. 남편과 술 궁합이 잘 맞는 편이어서 둘이 마시면 항상
즐거웠는데, 이런 기분은 좀 아닌데 싶었어요.
술을 좀 줄여야겠어 라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가 갑자기 '술 안마시는 1월, dry January' 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안 마실 생각까지는 없었거든요.
그래도 뭐 같이 하면 좀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 같이 시작했어요.
시작하면서 사실 몇 가지 기대를 했는데
안 해 본 것도 하고, 살도 좀 빠질테지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요.
술 안마시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데, 아쉬운 순간들이 많아요.
서양 겨울 음식 특성 상 로스트가 많은데, 여기에 레드 와인 같이 하면
음식도 더 맛있어지고, 와인도 더 맛있어지는데 하며 아쉽고
일요일 아침 핫요가 후 샴페인 마시는 모임에서 그냥 돌아올 때도 아쉽고
-써 놓고 보니, 조기축구 하고 술 마시는 아저씨들 같네요-
뭐 이런저런 사소하지만 즐거운 순간들에 아쉬움이 있어요.
조금 크게 다가온 것은 남편과의 대화가 줄어든 것
우리는 자연스런 대화가 많은 부부라 생각했는데
술에 기댄 부분이 꽤 크구나
내가 교외에서 크게 지루하지 않다고 느낀 것에도
술에 의지한 부분이 많구나
금요일 밤에 서로에게 뭐 할래 라고 물어보는데,
술을 안 마시니, 레스토랑 가는 것도 별로고
동지 지난지 한 달인데, 아직도 4시 30분이면 컴컴해지고
2주차 금요일에는 살짝 짜증이 났다가
지난 주말에는 우리 또 할 것 없네 하면서 한참 웃었어요.
날씨가 추워서 하이킹도 못가고
짧은 기간 동안 금주를 하며 좋은 점은
둘이 다가올 노년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까에 대한 생각을 좀
현실적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몇 잔 술을 잘 즐길 수 있는 건강함에 대해
지루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심통부리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