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주일에 두 번 청소를 해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서 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세간을 정리하다가 멍...하다가 다시 정리하고 청소 도구들을 꺼내고 다시 멍...하고요.
청소하다가 다시 멍하니...그러다가 다시 합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들고 무엇보다도 중간에 자주 끊기지만
그래도 다 해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 청소를 계속 하게 만드네요.
이거 덕에 제가 무너지지 않고 사람으로서 살아간다, 이 생각을 합니다.
청소하는 도중에 멍하니 있게 되는 것은
마음속에 솟구치는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입니다.
비참함, 무기력감, 슬픔, 이거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한꺼번에 뒤섞여
마치 뻘밭을 헤매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저의 마음에는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아요.
그 구멍으로 저런 감정들이 용솟음치듯이 솟구치고
마음을 점령하여 범람하다가
청소가 끝나고 제가 걸레를 빨 무렵에는 순식간에 빠져 버립니다.
그때쯤이면 저도 좀 반질반질해진 마루를 바라보면서 청소하길 참 잘했다, 이 생각을 하죠.
근데 이 후련한 성취감이 좀 오래 갔으면 좋겠는데
며칠 뒤에 청소할 때에는 흔적도 없어요ㅜㅜ
저 위에 쓴 부정적인 감정들이 똑같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 함정이네요.
그래도 또 꾸역꾸역 뻘 밭을 헤매는 기분으로 청소합니다.
끝내면 또 잘했다, 싶고요. 늘 되풀이되네요.
어쨌든 어제 월요일에 청소했으니 이제 금요일까지는 버틸 수 있어서 기쁩니다.
저는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