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중고등 애들 오후에 학원내려주고 나면
집에 남편과 단둘이 있는게 더 고역인지 몇달됐네요.
서로 말 안하고 지내요. (이긴 사정은 차지하고)
저는 부엌, 남편은 거실에 있는데
둘다 아무말 안하고 침묵 속에서,
바스락 신문넘기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긴장하며 시간을 보내는기분..이 싫어서, 라이드후 집에 안가고 곧장 쇼핑몰 구경이나 가야지 하며 나섰는데,
와ㅡ 나만 빼고 세상사람들 다 이렇게 멋지게 차려입고 나와서 돈쓰는 즐거움에 빠져 살고있었구나?싶게 정말 밝고 환한 세상이더군요.
연말이라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도 거기서 처음보고.
학원-집-마트 동네만 오가다 쇼핑몰 가니 딴세상같았어요. 멀지도않은데 딱히 갈 일이없으니 안갔거든요.괜히 나가면 돈쓰지 싶고,
애둘 키우며 보세옷만 입고,
쿠팡 기모바지, 쿠팡 만사천원차리 털운동화가 젤 따뜻하다고 입고 신고다닌 저는,
쇼핑몰은 기빨린다고 싫어했던 시절을 지나,
이젠 좀 밝고 사람 많은 곳에 가야 기운을 얻는 나이든 중년(40대후반) 이 되었더라고요.
혼자 쇼핑몰을 걸으며 이쁜것도 많고, 멋지게 차려입고 나온 사람들 보는 것도 눈이 즐겁고, 자라 코스 들어가 이거저거 걸쳐도 보다가 딴데 돈은 안쓰고, 애들먹을 빵정도만 사갖고오곤 해요.
그러다 몇주전부턴 쇼핑몰 갈 생각으로 아예 옷도 차려입고 나가게 되었어요. 행색이 추레하면 안 사려는건지 눈치챌까봐 차려입고가서 명품관도 들어가봤어요;; 어쩜 대접을 이리 잘해주나요. 이쁜 가방들은 왤케 많은가요. 기본이 삼사백...돈이 있었다면 지르고싶더라고요.
이쁜거 보고오면 일주일간은 내내 눈에 아른거려요.
담주엔 티파니 까르티에 들어가서 쥬얼리매장 순례하려고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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즤 애들은 공부를 (지지리도)못하니 그간 시킨다고 시킨 저는 참 허망하기도 하고,
대학은 과연 갈수있으려나 하는 고민도 답이 없고...
남편과는 마지못해 사니 정도 없고,
친구들도 각자 사정이 있으니 고민들을 나누긴 그렇고.
나이가 들어서인가 딱히 낙이 없고..
그러다 명품매장들에서 대접을 받으니
이래서 사람들이 돈을 쓰게되나보다 싶은 마음도 드네요.
한 유튜버가 그러더군요.
돈을 잘 벌땐 바빠서 돈 쓸시간도 없었는데,
한순간 망하니, 내 자존감이 바닥에 있을때 우연히 들린 명품 매장 직원의 대우가 너무 고마워서, 거기서만 엄청 질렀다고요.
아마 저도 지금 제 자존감이 무지 낮나보다 합니다.
명품이니 외모 치장이니 같은걸 내심 얕보고? 지식 활동을 한다고 내심 뻐기고 살았는데, 그것도 다 허영의 한 종류이더라구요. 책보고 공부한다 했던 저보다 명품 치장에 쓸거 다쓰고 이쁘게 꾸미고 놀고했던 엄마들의 자식들이 공부는 더 잘하더란 말이죠.
결국 저는 저 자신의 지적허영에 빠져
정작 자식들은 신경을 덜 썼던것아닌가...엄마가 공부하면 자식들은 알아서 하리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던 거라는 뒤늦은 자괴감도 드는데,
블링블링한 쇼핑몰, 화려한 명품들에 정신을 뺏기다보면 이런 내면의 고단함이 순간 잊히는 것같고,
직원이 깍듯한 대우에 순간 내가 사모님이 된 기분이 들거든요.
나홀로 쇼핑하는 중년 부인의 숨기고싶은 이런 마음- 집에 모셔둔 제일 좋은 코트를 입고 가죽가방을 들고간- 을 그 직원들은 알려나요. 너무 정중해서 미안할 지경이거든요;;
다행인건 그 순간에도 통장잔고가 눈앞에 생생해서 지르려는 그 충동을 막을 수있어요.
집에 와선 혹시나하고 당근마켓에 중고로 있으려나 뒤지고있어요..
이런 시기도 지나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