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아파트 사는데 제 방 창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있는
키가 무지하게 큰 아카시아 나무 꼭대기에
까치 둥지가 있었어요.
재작년이었나? 늦여름 태풍에 둥지가 그야말로 날아갔죠.
작년 2월 쯤에 까치 부부가 나뭇가지를 물어오고
다시 지어보려고 애쓰더니 불안해서 안되겠던지
절반쯤 짓다말고 버려두고 가버렸어요.
윗부분이 잘린 꼬깔콘 모양으로 버려진채 그렇게 있더니
오늘 아침에 보니 까치가 다시 나뭇가지를 물어와서 짓기 시작하네요.
두 녀석이 부지런히 요리조리 나뭇가지를 끼워넣으며
추운데도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는데 말이죠.
사람은 집값 때문에 허리 휘고 결혼도 잘 안하고 애도 안 낳는데
그래도 새들은 저렇게 둘이 열심히 지어서 살 수 있으니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