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요양보호사자격증을 따서 바로 재가돌봄으로 취직했었어요.
4급인가 5급인가 가벼운 뇌출혈로 등급을 딴 거동에 거의 불편함이 없는
할머니댁이었는데 이혼한 60대아들과 장성한 손주손녀 데리고
사는 집이었지요.
그때 82에다도 고민글올렸었는데.. 기억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식구들빨래를 매일 돌리게 하고 명절에 만두빚고 돼지등뼈를 한푸대사놓으시고
감자탕을 만들라던.... 3시간동안 장봐와서 음식하고 손주방이랑 거실청소가 끝나면 치매걸리지말라고 손녀가 컬러링북이랑 영어공부책 사놓고 간걸
시간 나머지 내내 목이쉬어라 같이 문제풀고 색칠하고하는거에요.
또 전 처음 일하는거니까 잘할라고 제 특기인 드로잉도 가르쳐드리며 같이했다죠...
두달하고 82에 글올리니 다들 그만두라 하셔서 관뒀죠.
그러다 지역카페에서 치매할머님 매일 아침시간에 센타보내는 알바를 했었어요.하루에 1시간 만오천원... 주6일이니까 9만원이네요.
착한치매셔서 아침에 주무시는거 깨워서 보호자분이 식탁에 아침식사 차린거
다시 데워서 드리고 약드시게하고 날씨에 맞춰 옷입혀서 휠체어태우고
아파트앞에서 차에태워다 드리면 끝...
근데 이때도 쉬운일만은 아니였지요. 할머님이 거동이 불편하시니
방에 간이화장실(의자형요강)이 있었는데 아침에 가서 대변이나 소변본걸
치워야하고 간혹 화장실가서 소변보시다 실수로 대변까지 뒷처리 못하시니까
홀딱 벗겨서 하반신 샤워시켜드리고 범벅인 속옷은 물에 담궈놓고 할머님은 다시 옷입혀드리고..
제가 할머님 아침시간 돌봐드린게 9개월이었는데 뇌출혈할머니보다 훨씬 나았어요. 저위에 할머니는 정말 나를 어떻게든 써먹고싶어서 1분도 허투루보내지않았었거든요. 아직도 저런집 만날까봐 무서워서 재가요양알바를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정해진 일은 정말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저렇게 과하게 요구하는집에 배정될까봐....
암튼 마지막엔 할머님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요양원에 가셔야할거같다고 해서
관뒀거든요. 보호자님이 나중에 고맙다고 택배로 과일도 보내주시더라고요.
아직도 가끔 생각납니다. 잘계시려나하고요.
얼마전에 이용사자격증도 땄는데 미리 따놨으면 할머니 머리도 잘라드리고 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해지나면 또 알바해야하는데... 첫집 트라우마가 커서 워크넷열어서
재가알바 검색하다 도로 닫는게 한두번이 아니에요. ㅠㅠ
어디부터 어디까지라는게 참 애매모호한게 요양보호사일인거같습니다.
사실 재작년까지 요양보호사 시급이 만천원이고 올해 12천원으로 올랐더라고요? 근데 제가 위에 했던일을 보면 시급12천원으로는 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에서 조금만더 지원을 해주면 요즘같이 고물가시대에 주부들의 잠자고있는 장롱면허들이 일제히 깨어날수도 있지않을까하는생각도
들고요. 암튼 그렇습니다.
끝을 어떻게 내야할지 모르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