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걸 해보겠다 생각한 이유는 많은 파스타집에서 알프레도 스파게티와 까르보나라가 도무지 무슨 차이인지 알 수가 없어서 그 호기심에 시작했죠
그래서 먼저 알프레도 스파게티를 해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l22-jRzMPs
이게 최초로 알프레도 스파게티를 만든 로마 오리지날 레스토랑의 레시피랍니다
이 레스토랑의 셰프 알프레도가 퇴근 후 식당에 남은 재료로 임신한 부인에게 만들어준 파스타라고 합니다. 레스토랑의 정식 메뉴가 아니었는데, 마눌님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정식 메뉴로 등극하고 미국의 배우부부가 먹고 감명 받아서 미국으로 돌아가 퍼트렸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주재료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넓적한 페투치니 면, 넉넉한 버터, 산더미같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가루
면 삶아서 동영상처럼 버터와 치즈가루에 버물버물해서 먹으면 됩니다
치즈는 요즘 백화점 식품관에 있더군요.
하나 사서 갈아보는데 저렇게 산더미처럼 가는데 팔이 떨어지게 힘들어서 채 절반도 못 갈고 포기
치즈 양이 부족해서 저렇게 크리미한 소스를 만들 수는 없었는데, 부족한 소스양에도 불구하고 겁나 느끼하고 치즈향이 어마어마하더군요
레시피대로 치즈를 산더미처럼 갈아 만들었으면, 저라면 다 못 먹고 포기했을 듯
처음 먹어보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생각보다 향이 짙어서 저는 1/3~1/2 정도만 넣어도 제게는 충분히 훌륭하고 특이했습니다. 이정도로 줄여서 만들어도 충분히 느끼해서, 로마에 가서도 저 오리지날 알프레도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을까 싶긴 하더군요
다음은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의 유래는 탄광 노동자가 먹었다느니 뭐니 말은 많지만, 아무튼 재료상으로 보면 그다지 비싼 고급 요리에서 유래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돼지 목부분의 비계가 많은 부분으로 만든 관찰레라는 부위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합니다
딱 봐도 고기로는 거의 못 먹을 부위의 고기입니다
고기는 20% 미만이고 거의 비계와 껍데기인데, 이걸 짜게 염장해서 만든 생햄(?)라 합니다
뱃살 부위로 염장해서 만든 판체타라는 부위를 사용하기도 한다는데, 보통은 판체타 보다는 관찰레를 쓴다고 합니다. 판체타라는 부위는 뱃살이라 그런가 베이컨 비스무레 해서 관찰레보다는 기름이 좀 적고 고기부위가 더 많아보이긴 합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유럽식 생햄을 만드는 곳이 많아서 저도 그중 한 곳에서 주문했습니다
아예 파스타 세트라고 해서 관찰레, 판체타, 스페인 초리소 3가지 묶음으로 팔기에 그걸 샀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3AAdKl1UYZs
저는 이 조리법과 거의 유사한 방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동영상에서는 관찰레를 올리브유에 볶아 기름을 내는데, 저는 올리브유 없이 그냥 중약불에서 기름을 냈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충분히 많은 기름이 나와서 동영상처럼 기름을 일부 거둬내지 않고도 그냥 버무릴 정도의 기름양이 되더군요.
딱 중식당에서 돼지기름 라드 쓰는 것과 거의 유사한 느낌이랄까?
하긴 우리나라 전, 부침들도 돼지 기름으로 지진 것들이 오리지날이라면서요
관찰레 기름냄새가 고소하고 유혹적이더군요. 맛있는 냄새 솔솔~
여기에 삶은 파스타 국수를 버물버물하고 팬을 불에서 내려놓고 잠시 식히라더군요
계란과 계란 노른자를 적당한 비율로 넣고 여기에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갈갈 갈아넣고 후추를 후추후추 넣어서 미리 섞어놓은 소스를 한김 식힌 파스타 국수에 버물버물
한김 식히는 이유는 뜨거운 상태에서 소스를 부으면 계란이 스크램블이 되서 소스화되지 않기 때문이며 아예 식혀버리면 치즈가 녹지를 않아서 적당히 뜨뜻할 때 비벼야 한다 하더군요
때려넣은 후추후추 덕분에 느끼할 것 같은 스파게티가 전혀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니 괜찮더군요
기름 뺀 관찰레 씹는 맛도 고소고소하고요.
전혀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관찰레가 워낙 짜서인가 간은 딱 맞더라구요.
내가 알던 크림 파스타와 전혀 다른 모양과 맛의 두 파스타를 먹어보니 헛 웃음이 좀 나더군요
이야, 이렇게 채소 한줄가리도 안 넣고 느끼느끼하게 국수를 말아먹다니.... ㅎㅎㅎ
하긴 알리오 올리오라는 기름 파스타도 올리브유, 마늘편 말고 딱히 뭘 더 넣지는 않긴 하군요
어후, 이탈리아 사람들 파스타에 피클 극혐이라던데, 전 못하겠습니다
뭐라도 상콤하게 씹는 뭘 같이 먹어야지... ㅎㅎㅎ
이 파스타들이 미국으로 전파될 때, 생크림으로 바뀌어서 크림 파스타들로 변형되고 우리나라에는 이탈리아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을 통해서 수입되었기 때문에 주로 우유와 생크림을 이용한 레시피들이 자리잡아서 알프레도 스파게티와 까르보나라가 서로 정체성을 혼동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구나 싶네요
오리지날 레시피들은 만드는 방법도 사용하는 재료도 완전히 달라서 맛도 완전히 다른 음식인데 말이죠
이제 우리나라에도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많이 생겨서 우유와 생크림으로 처덕처덕하지 않은 오리지날 레시피의 파스타들이 많아졌지만, 전 더이상 알프레도 파스타나 까르보나라는 사먹지 않으려구요.
당연히 저보다 훨씬 잘 만들어서 훨씬 맛있겠지만, 전 이 취향은 아니다 싶네요
실험적으로 한번 해먹어 본 경험이면 충분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