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리지날 까르보나라 요리 후기

... 조회수 : 1,794
작성일 : 2023-12-20 16:13:09

제가 이걸 해보겠다 생각한 이유는 많은 파스타집에서 알프레도 스파게티와 까르보나라가 도무지 무슨 차이인지 알 수가 없어서 그 호기심에 시작했죠

 

그래서 먼저 알프레도 스파게티를 해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l22-jRzMPs

이게 최초로 알프레도 스파게티를 만든 로마 오리지날 레스토랑의 레시피랍니다

이 레스토랑의 셰프 알프레도가 퇴근 후 식당에 남은 재료로 임신한 부인에게 만들어준 파스타라고 합니다. 레스토랑의 정식 메뉴가 아니었는데, 마눌님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정식 메뉴로 등극하고 미국의 배우부부가 먹고 감명 받아서 미국으로 돌아가 퍼트렸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주재료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넓적한 페투치니 면, 넉넉한 버터, 산더미같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가루

면 삶아서 동영상처럼 버터와 치즈가루에 버물버물해서 먹으면 됩니다

치즈는 요즘 백화점 식품관에 있더군요.

하나 사서 갈아보는데 저렇게 산더미처럼 가는데 팔이 떨어지게 힘들어서 채 절반도 못 갈고 포기

치즈 양이 부족해서 저렇게 크리미한 소스를 만들 수는 없었는데, 부족한 소스양에도 불구하고 겁나 느끼하고 치즈향이 어마어마하더군요

레시피대로 치즈를 산더미처럼 갈아 만들었으면, 저라면 다 못 먹고 포기했을 듯

처음 먹어보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생각보다 향이 짙어서 저는 1/3~1/2 정도만 넣어도 제게는 충분히 훌륭하고 특이했습니다. 이정도로 줄여서 만들어도 충분히 느끼해서, 로마에 가서도 저 오리지날 알프레도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을까 싶긴 하더군요

 

다음은 까르보나라

까르보나라의 유래는 탄광 노동자가 먹었다느니 뭐니 말은 많지만, 아무튼 재료상으로 보면 그다지 비싼 고급 요리에서 유래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돼지 목부분의 비계가 많은 부분으로 만든 관찰레라는 부위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합니다

딱 봐도 고기로는 거의 못 먹을 부위의 고기입니다

고기는 20% 미만이고 거의 비계와 껍데기인데, 이걸 짜게 염장해서 만든 생햄(?)라 합니다

뱃살 부위로 염장해서 만든 판체타라는 부위를 사용하기도 한다는데, 보통은 판체타 보다는 관찰레를 쓴다고 합니다. 판체타라는 부위는 뱃살이라 그런가 베이컨 비스무레 해서 관찰레보다는 기름이 좀 적고 고기부위가 더 많아보이긴 합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유럽식 생햄을 만드는 곳이 많아서 저도 그중 한 곳에서 주문했습니다

아예 파스타 세트라고 해서 관찰레, 판체타, 스페인 초리소 3가지 묶음으로 팔기에 그걸 샀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3AAdKl1UYZs

저는 이 조리법과 거의 유사한 방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동영상에서는 관찰레를 올리브유에 볶아 기름을 내는데, 저는 올리브유 없이 그냥 중약불에서 기름을 냈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충분히 많은 기름이 나와서 동영상처럼 기름을 일부 거둬내지 않고도 그냥 버무릴 정도의 기름양이 되더군요.

딱 중식당에서 돼지기름 라드 쓰는 것과 거의 유사한 느낌이랄까?

하긴 우리나라 전, 부침들도 돼지 기름으로 지진 것들이 오리지날이라면서요

관찰레 기름냄새가 고소하고 유혹적이더군요. 맛있는 냄새 솔솔~

여기에 삶은 파스타 국수를 버물버물하고 팬을 불에서 내려놓고 잠시 식히라더군요

계란과 계란 노른자를 적당한 비율로 넣고 여기에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갈갈 갈아넣고 후추를 후추후추 넣어서 미리 섞어놓은 소스를 한김 식힌 파스타 국수에 버물버물

한김 식히는 이유는 뜨거운 상태에서 소스를 부으면 계란이 스크램블이 되서 소스화되지 않기 때문이며 아예 식혀버리면 치즈가 녹지를 않아서 적당히 뜨뜻할 때 비벼야 한다 하더군요

때려넣은 후추후추 덕분에 느끼할 것 같은 스파게티가 전혀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니 괜찮더군요

기름 뺀 관찰레 씹는 맛도 고소고소하고요.

전혀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관찰레가 워낙 짜서인가 간은 딱 맞더라구요.

 

내가 알던 크림 파스타와 전혀 다른 모양과 맛의 두 파스타를 먹어보니 헛 웃음이 좀 나더군요

이야, 이렇게 채소 한줄가리도 안 넣고 느끼느끼하게 국수를 말아먹다니.... ㅎㅎㅎ

하긴 알리오 올리오라는 기름 파스타도 올리브유, 마늘편 말고 딱히 뭘 더 넣지는 않긴 하군요

어후, 이탈리아 사람들 파스타에 피클 극혐이라던데, 전 못하겠습니다

뭐라도 상콤하게 씹는 뭘 같이 먹어야지... ㅎㅎㅎ

 

이 파스타들이 미국으로 전파될 때, 생크림으로 바뀌어서 크림 파스타들로 변형되고 우리나라에는 이탈리아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을 통해서 수입되었기 때문에 주로 우유와 생크림을 이용한 레시피들이 자리잡아서 알프레도 스파게티와 까르보나라가 서로 정체성을 혼동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구나 싶네요

오리지날 레시피들은 만드는 방법도 사용하는 재료도 완전히 달라서 맛도 완전히 다른 음식인데 말이죠

 

이제 우리나라에도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많이 생겨서 우유와 생크림으로 처덕처덕하지 않은 오리지날 레시피의 파스타들이 많아졌지만, 전 더이상 알프레도 파스타나 까르보나라는 사먹지 않으려구요.

당연히 저보다 훨씬 잘 만들어서 훨씬 맛있겠지만, 전 이 취향은 아니다 싶네요

실험적으로 한번 해먹어 본 경험이면 충분합니다 ㅎㅎㅎ

IP : 222.111.xxx.12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ee
    '23.12.20 4:24 PM (125.242.xxx.242)

    원글님의 도전정신과 실행능력 글솜씨에 엄지척 드립니다!!
    글만으로도 본토의 2가지 스파게티를 먹어본거처럼 속이 느글느글^^합니다요^^

  • 2. 이런글
    '23.12.20 4:29 PM (61.82.xxx.212)

    너~~~무 좋아요

  • 3. ㅎㅎ
    '23.12.20 4:53 PM (211.108.xxx.164)

    저는 미국식 알프레도 파스타가 궁금해서 소스 직구했어요
    조만간 먹어보려구요

  • 4. **
    '23.12.20 4:56 PM (182.228.xxx.147)

    까르보나라는 저도 가끔 해먹는데 브로콜리,블랙올리브,양송이등 추가 하면 좀 낫더라구요.
    오이피클이나 할라피뇨 곁들이는건 필수구요.
    님 글을 읽고 알프레도도 만들어 보고 싶어졌어요.

  • 5. 저는
    '23.12.20 5:12 PM (211.205.xxx.145)

    생크림 넣은 짝퉁 카르보나라보다 노른자랑 치즈랑 섞은 카르보나라가 더 덜 느끼하고 고소하니 맛있던데요?
    전 오리지널은 아니고 베이컨과 마늘 양파를 듬뿍 넣긴 했습니다만.
    생크림 없을때 치즈만 있으면 꽤 간단하니 좋았어요.
    뜨거운 면에 부으니 노른자가 몽실몽실 익더라구요.
    두번째는 성공했어요

  • 6. 이태리 가정식
    '23.12.20 6:00 PM (183.97.xxx.184)

    까르보나라는 라면 만큼 쉽고 간단해요.
    배이컨,계란 노른자 딱 두가지 재료.
    팬에 베이컨 볶다가 불 끄고 계란 노른자만 넣고 휘저으면 끝입니당.
    이태리에들과 살때 계란은 흰자 노른자 잘 섞어서 다 넣는다, 아니다! 노른자만 넣는다 의견이 분분했는데 제가 취미로 현지에서 문화센터 요리 강좌 들어보니 노른자만 넣는것이 맞더군요.
    맨나중에 식탁에 올릴때 파르마자아노 치즈 갈아 넣는건 (이태리에서 모든 파스타에 그러하듯이) 뭐 카르보나라엔 그냥 옵션입니다.
    울나라에서 카르조나라에 왜 우유나 생크림이 들어가는지 진짜 황당해요. 피자를 꿀 찍어 먹는것도 놀랍고.
    일본식인가?

  • 7. 까르보나라
    '23.12.20 6:20 PM (61.254.xxx.48)

    오리지날 까르보나라 이태리 할아버지 레시피로 아들래미가 만들어줘서 맛있게 잘 먹었어요. 판체타는 그때 구하지 못해서 그냥 베이컨중에 좀 도톰한 베이컨을 사용했었구요.
    두 번 정도 먹었는데 워낙에 까르보나라같은 느끼한 스파게티를 좋아해서 나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네요.
    방학이라 집에 왔는데 한번 만들어보라고 해야겠네요 ㅎㅎㅎ

  • 8. ..
    '23.12.20 6:49 PM (58.124.xxx.98)

    생크림 비벼먹는 까르보나라 말고 오리지널 도전!

  • 9. @@
    '23.12.20 10:40 PM (222.104.xxx.4)

    저 오리지날 까르보나라 너무 좋아해요
    여행 가서 먹었는디 세상에 !! 너무 제 취향.
    이제 집에서 위 레서피 대로 만들어 먹어요 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39012 %팡은 영세업자 피를 말려서 9 한탄 2023/12/24 2,217
1539011 고관절 3 2023/12/24 1,534
1539010 여러분들~~Merry Christmas! 7 축성탄 2023/12/24 771
1539009 모든 대화의 중심이 본인 가족으로.. 7 ㅇ—ㅇ 2023/12/24 2,140
1539008 오늘 차량정체가 있었나요 ? 교통정체 2023/12/24 1,284
1539007 모쏠)ㅜㅜ 올해도 연애 못하고지나갔어요 ㅠㅠ 3 ..... 2023/12/24 1,486
1539006 ㅜㅜ 올해도 연애 못하고지나갔어요 ㅠㅠ 15 mm 2023/12/24 2,388
1539005 영화 어톤먼트 혹은 책 속죄 보신분...(스포?) 13 2023/12/24 1,895
1539004 [MBC ] 서울의봄 '2030 흥행 주도' 33일만에 천만명 .. 7 ..... 2023/12/24 2,157
1539003 경성크리처 수작임 25 .. 2023/12/24 4,817
1539002 충무로역 부근 숙소 추천 부탁드립니다 12 출장 2023/12/24 975
1539001 약사님 계시면 답변 좀 부탁드려요 7 2023/12/24 1,748
1539000 obs 보세요. 성탄특집 몬테 크리스토 뮤지컬. 라이브. 2 2023/12/24 1,146
1538999 빠질려고 하는 손톱 어떻게 해야 하나요? 12 .. 2023/12/24 1,248
1538998 마에스트라 배우보다 옷이 먼저 보이네요 12 이영애 2023/12/24 5,038
1538997 50대 갱년기란 13 .... 2023/12/24 6,393
1538996 우리 페이크퍼 입을까요? 28 메리 크리스.. 2023/12/24 4,868
1538995 한살림 케이크보다 자연드림 케이크가 낫네요 9 개취 2023/12/24 2,935
1538994 독서영재 푸름이 근황 아시는분?? 6 푸름이 2023/12/24 5,243
1538993 2천만원빌린후 갚으려는데요 23 빌린돈 2023/12/24 7,188
1538992 컴퓨터 와 스마트폰 4 신세계 2023/12/24 977
1538991 타임지에 실린 경성 크리처 기사..CNN도 호평/펌 jpg 5 이렇다네요 2023/12/24 2,253
1538990 넷플 티빙 크리스마스 기분나는 영화 좀 추천해주세요. 6 .. 2023/12/24 1,811
1538989 노래좀 찾아주세요(옛날분들) 14 이브 2023/12/24 1,684
1538988 보일러 고장났는데 내일 수리 가능한가요? 7 춥다 ㅠㅠ 2023/12/24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