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금은방 아저씨가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아버지 쓰시던 시계 가져오면 팔아 주겠다고요.
돈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하나라도 정리하려고 손목 시계 두 개 가져갔더니 그러시더라고요, 그 흔한 로렉스도 하나 없냐고요. 아버지는 고위 공직자로 퇴임하셨어요. 국가의 녹을 먹었으니 청념해야 한다고 매년 공무원 재산 등록하는데 한 치의 흠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저희들도 아무것도 못 사게 하셨어요. 재산이라고는 80년대에 이사간 딸랑 집 한채 차는 엘란트라.
하나회 기타 등등 얘기 나오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뭘 그렇게까지 곧이 곧대로 원칙적으로 사셨을까.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는데. 아버지가 아껴쓰신 시계 노태우 대통령 싸인 들어간 거더라고요. 줄 바꿔서 언니한테 선물했어요. 위대한 보통사람. 좋은 기운이 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