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저는 닭장에 갇혔었습니다.
몇달 만에 82쿡에 와서 글 구경하다가 댓글 두어개 달고,
집이 서늘하여 난로에 불지피다가
매일의 일상으로 닭사료 주려고 닭장에 갔습니다.
신랑이 최근 닭장문에 새로운 잠금장치를 달아놨었는데,
살짝 밀면 그대로 잠겨버리는 조금은 신박한 장치였어요.
닭장문을 열 때 항상 먼저 나가버리는 세마리의 닭을 막으려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별 생각없이 문을 잡아당겼어요.
... 헉!....순간.. 얼어버렸어요.
이거 안에서는 열수 없는건데?....어쩌지? 어쩌지?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왜?.. 이건 말이 안되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다니?
남편이 집에 올 때까지 언제까지고 여기 닭장 속에 있어야 한다고?
미쳤다. 정말 황당하다. 어떻게든 안될까?????
컴퓨터는 켜져있고, 다른 건 괜찮은데( 비록 현관문이 안잠겨있지만,)
남편은 빠르면 이른 오후, 늦으면 어둑해질 때쯤 집에 돌아올텐데,
(여긴 동네에서도 외곽이고, 집안에서도 잘보이지 않는 쪽에 만든 닭장인데다,
지나는 이웃을 딱히 기대할 수 없는 곳입니다.)
아니다 방법을 찾아보자, 반드시 열수 있을 거야, 이건 정말 말이 안되니까,,,,
안에서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야....
온갖 생각이 한꺼번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마음속으로 나에게 방법을 떠올려달라고 기도까지 했네요.
마침 며칠 전 제가 안쪽에서도 문을 잡을 수 있도록 굵은 전선을 잘라서 걸어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선으로 잠겨진 문틈 사이로 잠금을 여는 고리를 잡아 당기면 어쩌면 열수 있을 것 같았어요.
처음엔 급한 마음에 짧게 고리를 만들어 문틈새로 밀어넣어
겨우 바깥 고리에 걸었고 잡아당겼더니 힘이 안받았습니다.
어쩌지? 문을 못여는 걸까? 하며 닭장을 둘러보니,,,
빠루가 보였습니다. 엄청 굵은 쇠라서 힘없어도,
어찌어찌 문틈 사이에 빠루 끝부분을 끼우기만하면,
그리고 죽기살기로 힘을 주면 잠금장치가 부서지던지 문이 찌글어지던지,
어찌되든 여기서 탈출할 수는 있겠다 싶었습니다.
남편이 정말 공들여 만든 닭장인데,,,그래서 황당해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넘어가줄 것 같기도 했구요.
빠루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전선줄로 재시도하였습니다.
여러번 시도끝에, 이번엔 길다랗게 고리를 만들어 간신히 바깥고리에 걸었습니다.
고리의 한쪽 끝을 살살 잡아 당기면서 다른 쪽은 밀어가면서 한 가닥이 아닌
두가닥으로 더 길게 만들었더니 손에 잘 잡혔고 제법 짱짱해졌습니다.
이제 됐다 싶어 문틈 사이로 최대한 위쪽으로 잡아올린 후 위로 당기면서
문을 밀었습니다. 그제서야 문이 열렸고 달걀을 챙겨 밖으로 나왔네요.
아침부터 참 별일을 다 겪었습니다.
작은 해프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