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때 였을 거예요
시골 살았는데 큰길가 가까운 초가집이었어요
비오면 낙수에 흙마당이 패이고
볏지붕 사이에 굼벵이도 보이는 집이었어요
대문이 따로 없었지만
집쪽으로 들어오는 골목에
커다란 석류 나무가 있었고
큰마당 앞쪽으로
해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 대여섯그루가 있는 집이었어요.
초여름무렵 쯤
엄마가 심하게 아프셨는데 아빠는 출근을 하셨고
동네에는 약국이 없어
제가 버스를 타고 혼자 읍내에 나가 약을
사온다 했는데
엄마가 너무 아프셨는지 그러라고 하시면서
돈을 주셨어요
해가 떨어질락말락한 시간이었는데
국민학교 1학년이 용감하게
버스타는 곳으로 나갔죠.
무슨 마음이었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꽤나 용기를 냈었을거예요.
저쪽에서 버스가 오길래
탄다는 뜻으로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기사님은 손 한번 흔들어 주시고
그냥 통과 하시더라고요.
70년대 중반 차가 많지도 않았고
차가 지나가면 길가에 있던 애들이 손을 흔들면
기사님들도 같이 흔들어 주곤
했었던 시절이었어요.
결국 약은 커녕 버스도 못타고
집으로 향했는데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지는 기억에 안나네요 ㅎ
살다보니
어떤 기억은 콕 박혀 있어
더욱 더 생생하게 기억 나는 포인트가 있던데
저는 50여년전 저때의 기억이 또렷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