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추억

어릴적 조회수 : 537
작성일 : 2023-12-12 11:47:46

초등학교 1학년때 였을 거예요

시골 살았는데 큰길가 가까운 초가집이었어요

비오면 낙수에 흙마당이 패이고

볏지붕 사이에 굼벵이도 보이는 집이었어요

대문이 따로 없었지만

집쪽으로 들어오는 골목에 

커다란  석류 나무가 있었고

큰마당  앞쪽으로

해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 대여섯그루가 있는 집이었어요.

초여름무렵 쯤

엄마가 심하게 아프셨는데 아빠는 출근을 하셨고

동네에는 약국이 없어

제가 버스를 타고 혼자 읍내에 나가 약을 

사온다 했는데

엄마가 너무 아프셨는지 그러라고 하시면서

돈을 주셨어요

해가 떨어질락말락한 시간이었는데

국민학교 1학년이  용감하게

버스타는 곳으로 나갔죠.

무슨 마음이었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꽤나 용기를  냈었을거예요.

저쪽에서 버스가 오길래

탄다는  뜻으로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기사님은 손 한번 흔들어 주시고

그냥 통과 하시더라고요.

70년대 중반 차가 많지도 않았고

차가 지나가면 길가에 있던 애들이 손을 흔들면

기사님들도 같이 흔들어 주곤

했었던 시절이었어요.

결국 약은 커녕 버스도 못타고

집으로 향했는데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지는 기억에 안나네요 ㅎ

 

살다보니 

어떤 기억은 콕 박혀 있어

더욱 더 생생하게 기억 나는 포인트가  있던데

저는 50여년전 저때의 기억이  또렷해요

IP : 121.168.xxx.17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동
    '23.12.12 11:55 AM (125.190.xxx.212) - 삭제된댓글

    세상에... 눈물나게 아름다운 글이네요.
    아픈 엄마를 대신해 용기 낸 어린 소녀와
    그 마음이 무색하게 야속하게도 다정하게 지나쳐버린 기사아저씨...
    tv동화 한 편 읽은 기분이에요.

  • 2. 감동
    '23.12.12 11:55 AM (125.190.xxx.212)

    세상에... 눈물나게 아름다운 글이네요.
    아픈 엄마를 대신해 용기 낸 어린 소녀와
    그 마음이 무색하게 야속하게도 다정히 지나쳐버린 기사아저씨...
    tv동화 한 편 읽은 기분이에요.

  • 3. ....
    '23.12.12 12:02 PM (218.146.xxx.111)

    그때는 시골길 차가 별로 없어서 놀다가도 차만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댔었죠 그러면 지나가던 자전거아저씨도 손 흔들어주던시절 누가 어른이라도 있었음 같이 탈수있었읉텐데 전 그래도 못탄게 다행이다싶은 마음이네요

  • 4. ㅇㅇ
    '23.12.12 1:08 PM (116.121.xxx.18)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네요. 추억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5. 겨우
    '23.12.12 1:33 PM (211.36.xxx.47)

    초등학교 1학년 애 혼자 탈거라곤
    기사님도 상상도 안하신거죠.
    더군다나 그 시절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35011 지방에서 월세계약 하려는데 집주인이 서울에 있다고 13 ... 2023/12/12 2,358
1535010 스마트크루즈 기능 많이 편한가요? 12 운전 2023/12/12 2,192
1535009 인간다움 - 최재천 - 김기현 ../.. 2023/12/12 873
1535008 비행기표 노선변경했는데 위약금 30만원 8 질문 2023/12/12 2,303
1535007 부산분들~~~~집 1 000 2023/12/12 2,372
1535006 부추 많이 넣어 국수 먹는 지역? 26 부추 2023/12/12 3,943
1535005 한식 요리 해보니까 양념 비율이 다에요 14 푸른하늘은하.. 2023/12/12 4,208
1535004 좀 건조한 성격이라.. 20 0-0 2023/12/12 3,692
1535003 참기름 들기름 겨울에 더 비싼가요? 1 ㅇㅇ 2023/12/12 1,100
1535002 부산에 방이 2개 있는 호텔 있나요? 6 ... 2023/12/12 2,541
1535001 신차 구입 일시불 오토 캐시백 1 79 2023/12/12 773
1535000 한동훈도 탄핵안 내면 바로 사표 내겠죠 2 그럼 2023/12/12 1,195
1534999 윤석열은 교육에 무슨 짓을 한건가? 불수능에 커지는 사교육시장 12 ㅇㅇ 2023/12/12 4,228
1534998 영어회화 잘하는 노하우가 뭘까요?… 20 Mosukr.. 2023/12/12 5,139
1534997 본인이 싱글이 아니라고 밝히는 여자도 있어요 2 .. 2023/12/12 2,276
1534996 수시 합격자 발표 후 등록에 대해 문의드려요. 5 궁금 2023/12/12 1,468
1534995 근데 서울의봄이 이렇게 파란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전우원씨는 5 싱글이 2023/12/12 3,785
1534994 정권이 바뀌니 역적이 되는군요. 3 2023/12/12 2,452
1534993 연습생이 되고 싶은 아이... 13 질풍노도 2023/12/12 3,027
1534992 이럴때 어떻게 해야할지 여쭤봅니다. 39 ^^ 2023/12/12 6,823
1534991 영어 단어 좀 가르쳐주세요 7 3호 2023/12/12 939
1534990 크로플, 생지 아닌 진짜 크로와상은 안될까요? 4 궁금 2023/12/12 1,025
1534989 카누아이스 대체할 커피는.. 2 아이스커미 2023/12/12 1,251
1534988 문어를 삶았는데 12 궁금이 2023/12/12 2,357
1534987 17개월 아기 양치 시켜주는 방법 있을까요? 3 ㅇㅇ 2023/12/12 1,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