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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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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여행

2017년 여름 조회수 : 2,680
작성일 : 2023-12-10 09:47:43

유럽에 몇 년 살았어요. 

프랑스의 어느 캠핑장을 찍고 가는 길이었어요. 

사람 많은데나 관광지 싫어해서

그저 여기저기 휘휘 다니는 여행을 하는데 

재래시장은 좋아해서 캠핑장 가는 길에 

그 동네 오픈마켓을 검색해서 갔어요. 

 

보통 어딜 가도 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는 동네만 가는데

한국 사람들도 막 보여요 

재래시장 찾아온 동네가 꼴마르라는 관광지였어요. 

유럽 몇 년 살면서 관광지를 찾아간 건 처음이라 

나름 신기해서 다니다가 

재래시장에 어떤 옷가게 매대의 

할아버지가 당시 아장아장 걷던 제 딸아이에게 

이 옷이 어떻겠냐며 권해요 

 

동화 속에 나올 거 같은 

우의였어요. 망토느낌의 우의 

너무 귀여워서 하나 사줬어요. 

영어가 전혀 안되는 프랑스 할아버지였는데 

(무슨 피노키오에 나올 거 같은 외모의 할아버지) 

손짓으로 내가 다 만든거다 하는거예요 

그러면서 명함을 하나 주시더라고요. 

자기는 여기에 없고 원래 여기서 일한다 

뭐 그런말을 막 손짓으로 하며 또 오라고 

 

제딸이 두돌정도 됐을때라 

서양할아버지 눈에 동양아이가 옷 입고 좋아하며 

하이파이브 하니 귀여웠나봐요 

 

 

그 옷이 너무 귀여워 종종 입혔는데

입고 다닐 때마다 사람들이 이거 어디서 샀냐고 물어요 

너무 귀엽다고

다른나라 엄마들도 묻고 그래서 

친구딸에게도 선물하고 싶어서 

꼴마르를 또 갔어요 

그 할아버지가 거기에 안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받은 명함의 주소로 다음 주말에

찾아 갔어요. 

그냥 완전 우리나라 아무데나의 시골 그 자체의 느낌 

아주 작은집 유리 너머로 

오래된 재봉틀 두 개와 

딸아이 입은 우의와 머릿수건 (완전 플란다스의 개의 아로아 스타일) 옷들이 벽에 걸려있어요. 

유리창을 들여다 보며 서성대니 

영어 전혀 안통하는 옆집 할아버지가

그 집에 사람 없다고 하는 듯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서성이다가만 내려와

프랑스 그동네 빵집에서 0.8유로에 바게뜨를 샀는데

세상에서 젤 맛있었고 

그 동네 50유로 3성급 호텔도 너무 다정해서 좋았어요. 

그 날 공기가 너무 깨끗해서 차 문을 열고 달리며

손에 닿던 공기의 차고 부드러움

 

그런 일들 하나하나가

여행 중에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저 옷을 한국에 팔면 그 할아버지 대박인데 싶어서 

뭘 해보고 싶다 했지만 

제 열정은 거기서 그만 추억만 남긴채 

 

 

IP : 211.250.xxx.22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까꿍맘
    '23.12.10 10:05 AM (222.121.xxx.96)

    제목에 이끌려 글을 읽다 댓글까지
    ……여기저기 휘휘다니는 여행……을 상상하면서 그림같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2. ..
    '23.12.10 10:13 AM (211.49.xxx.136)

    와아.. 동화 같아요.

  • 3. 와우
    '23.12.10 10:16 AM (218.50.xxx.110)

    사진이 있으시면 올려주십사 부탁까지 하고픈 글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 4. ㅁㅁ
    '23.12.10 10:48 AM (221.139.xxx.130)

    좋아요. 기능이 있으면 누르고 갔을거에요

  • 5. 오~
    '23.12.10 11:00 AM (116.37.xxx.13)

    상상만으로도 힐링이 돼요~~

  • 6. 정말
    '23.12.10 11:31 AM (211.206.xxx.191)

    동화속 이야기 같네요.

  • 7. ㅇㅇ
    '23.12.10 11:51 AM (119.69.xxx.105)

    동화같은 이야기를 글도 차분하게 잘쓰시고
    같이 여행한 느낌입니다

  • 8. 바람소리2
    '23.12.10 12:14 PM (114.204.xxx.203)

    콜마르 작년부턴가 급 알려져서 관광객 엄청나요
    저도 그 분 궁금하네요

  • 9. 넘좋다
    '23.12.10 1:59 PM (180.69.xxx.124)

    저도 관광지 싫어하고 이런 소박한 동네 산책 느낌의 여행 좋아합니다
    고맙습니다 예쁜 이야기 들으니 마음이 시원해져요

  • 10. ...
    '23.12.10 5:54 PM (221.151.xxx.109)

    동화같네요
    우의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요

  • 11.
    '23.12.10 6:52 PM (125.185.xxx.95)

    너무 아름다워요 알지도 못하는 꼴마르 라는 곳을 가고 싶네요
    이런 게 여행의 맛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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