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80년대생인데 지지리도 가난한 동네에 살다보니까 이웃들도 다들 가난했어요.
동네에 꽤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날 그 애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엄마한테 들었어요
그때 제가 초등 저학년이었던거 같아요..
우리는 이렇게 어린데 백혈병이라니..
너무 무서웠어요.
그 친구가 걱정돼서 혼자 친구네 집을 몇번 찾아갔는데
문이 잠겨있고 아무도 없어서 발걸음을 돌렸던 기억이 나요..
그 후로 그 애는 계속 동네에서 보이지 않았고 학교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다 얼마 안 지나 저희 집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고 그 친구와의 인연도 끝...
한참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땐가..
어릴때 동네에 함께 살던 다른 친구에게 듣기론
그 친구가 또 무슨 병에 걸려서 당분간 학교를 쉰다, 라고 했어요.
백혈병이 청소년기에도 재발할 수 있는건지...
마지막 소식은 그 아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대학에 합격해서 다닌다는 얘기였어요.
참고로 저는 서울로 대학을 갔고 졸업하고 막 회사에 입사 했을때였는데
그 무렵 그 아이가 제 고향 지역에 있는 국립대에 당당히 합격해서
늦깍이 신입생이 되었다..는 소식을 엄마한테 전해 들은게 마지막이예요.
그 때 어떻게든 수소문 해서 연락을 해 볼 걸 그랬어요....
제 딴에는 신입 사원으로 하루하루 객지생활 하는게 너무 버거워서
마음으로는 그 친구가 이제 건강한가보다, 너무 잘됐다며 정말 기뻤는데
행동을 하지 못했어요...
그 후로 엄마한테 가끔 그 친구에 대해 들은 소식 없냐고 물어봤는데 엄마도 모른다고 했어요.
(제가 어릴때 살던 동네는 진작 다 재개발 되었고 주민들도 뿔뿔이 흩어졌지요..)
얼굴이 하얗고 마음이 여리고 소심해서 특출나게 눈에 띄는건 아니었지만
늘 조용히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웃고
저와 같이 공기놀이도 하고 소꿉놀이도 했던 그 친구가 가끔 생각이 나요.
지금은 아프지 않겠죠?
어릴때 백혈병 앓았다가도 성인돼서 건강하게 잘 사는 사람 많죠?
굳건한 몸으로 절대 지지 말고 어디서든 꿋꿋하게 잘 살고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