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타인을 어찌 할수가 없으니, 그냥 흘러가듯 내버려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포용하는게 낫다는 것을 앎에도
불우한 환경에 대한 결핍으로 인해 내 아이들만큼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키우고자 하는 열망이 컸던 편이에요.
저는 마음에 대해서 공부를 꾸준히 한 편이고, 글쓰기를 통해 2-30대에 많은 치유를 했던 경험이 있었어서 또래보다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편이었습니다. 가진게 많지는 않아도 좀 마음만큼은 풍요롭게 살줄 알았던 것 같아요.
저의 이런 면에 끌린 남편의 구애 끝에
여러가지 모양으로 괜찮은 남편을 만나 아이 낳고 살아가는게 여느집처럼 좌충우돌하고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가 잘 보듬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마음을 모으면 잘 할수 있다고 믿고 지난 20년동안 나름대로 잘 지내왔는데, (연애기간 포함)
자녀의 입시를 앞두고 남편이 스트레스와 불안이 폭발하고, 저도 마음같지않은 아이의 태도로 인해 좌절과 기도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이 수시로 무너짐을 느낍니다.
원래부터가 현실적인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자기감정을 수시로 컨트롤하지못하고, 강박적일만큼 성실하고 완벽하기에 사회적 성취도 많지만 정서적으로 취약했던 면들이 아이가 가장 힘든시기에 폭발하고 있는거 같아요.
아이가 힘들어하는 만큼 저도 힘든데, 내색하지 않고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려고 매일 애쓰고 마음을 다잡는데도 남편이 수시로 자기가 먼저 죽겠다고 난리니 저까지 혼란스럽고 괴롭습니다. 물론 다행인것은 아이앞에서는 그러지 않고, 저만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랄까요.
20년간 부부가 나름대로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이 인생 중요한 첫고비에 제대로 크게 무너지는 것 같아요.
그간 별 고비 없이 잘 지냈던 것이 큰 오만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 사고나 아프신 분들도 계실텐데 이까짓 일들로 투정부리는 것같아 제 스스로도 한심하고요ㅠㅠ
엄마가 평생 아이같은 남편(저희 아빠) 때문에 힘든 걸 보고, 그 하소연을 평생 들으며 자랐어서,
자기 위주의 이기적인 사람과는 결혼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 누구보다 자기 불안만 중요하고 와이프가 지치든 말든 알바 아닌 남편의 모습이 이제 좀 실망스럽고 지겹습니다.
그나마 아이앞에선 컨트롤 하는게 다행일까요..
답답한 마음, 친구같은 82에나 털어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