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기운빠진 목소리로 시아버지께 전화가 왔어요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죄다 재검사 걸렸대요
당뇨전단계인데 혈당도 걸리고
과체중에
혈변에ㅡ치질탓인것 같다고 하심ㅡ
혈액검사도 뭐가 걸리고...
열심히 사시는 분이면 안쓰럽기라도 하겠는데요..
글 몇번 쓴 적 있어요..
자영업하시다가 일 접고 60중반부터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노시는데 돈은 많으세요. 지금은 일흔둘이십니다.
운동이라고는 골프랑 제트스키 가뭄에 콩나듯 다시니던 것도 돌발성 난청오고 그만두고 가끔 시어머니랑 백화점 쇼핑ㅡ이것도 가는 매장 들러서 살 것만 사고 집에 오심. 더 둘러보고 이런거 절대 없어요ㅡ다니는게 전부이고 정말 집에서 꼼짝도 안 해요.
집에서 종일 먹고 자고 넷플만 보세요.
산책도 다니고 여기저기 여행 다니시라 해도 귀찮고 힘들대요. 애들이랑 저 놀러오라고 계속 종용하고 하루에도 수차례 자잘한 일로 저한테 전화하구요. 카톡 귀찮다고요.
그러고는 저더러 하루가 너무 길고 무료하대요.
당연하죠! 십년 넘게 집안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굴 만나러 나가는 것도 1년에 두세번에, 거의 하루종일 소파나 식탁에 앉아서 티뷔만 보시는데 무료하지 않은게 이상하죠!
게다가 정말 식성까다롭고 편식이 심해서 몸에 좋다는 건 다 안드세요.두부, 계란, 브로컬리 이런거요.
대신 앉은 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케익같은 건 순식간에 다 드시고 과일도 당도높은 것만 골라드시고 여태껏 건강검진 할 때면 빡세게 한달쯤 굶어서 살빼고 가서 검진끝나면 요요 오길 수차례....
운동부족과 편식과 요요의 끝은 다들 아시잖아요
위에 적었듯이 당뇨 전단계래요
혈당 오르는거 막으려고 약드시면서 케익 한조각 뚝딱 해치우고 팬케익에 콜라드시더라고요?
시어머니 잔소리하면 시끄럽다고 호통 치시더니 건강검진 했는데 죄다 빨간불이니 다 죽어가는 소리로 전화하신거에요
살맛 안 난대요 다 때려치우고 포기하고 싶으시대요.
욕할 뻔 했어요
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 하셨길래 때려치우고 싶으시냐고. 식단관리 엄격하게 하셨는지. 비가 오건 바람이 불건 나가서 걷기도 하고 가벼운 손체조나 운동이라도 하셨는지.
몇달 전 무릎수술을 하셔서 무리한 운동은 삼가해야하는 건 맞지만 하루 종일 앉아서 넷플만 보시고 제가 산책이라도 좀 하시라하면 날이 춥다 덥다 핑계도 많고 산보가서 아이스크림 드시고 오면서.
통원하는 큰 병원들, 남편이 매번 차로 모시고 오고가고 다 해드리고 시어머니가 수발 다 들어드리고 말동무 해드리고 다 하는데 대체 뭘 다 때러치우고 싶다는 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오죽하면 입이 무거운 남편이 제 얘길듣더니 한마디 하더라고요.
등 따시고 배 불러서 그런다고.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가 워낙 고집세고 완강하니 시아버지를 못 이겨내시는데다 원래 살림에 관심없고 그냥 적당히 차려먹는게 끝이라 당신 남편이 당뇨인데
카레에 야채 많이 들었으니 괜찮지않느냐는 분이에요.
뭘 먹어야하는지 알아보지도 않으시는거죠.
아우..글 쓰려던게 아사이볼ㅡ그릭요거트에 바나나 조금, 블루베리나 아사이베리 얹어먹는 거 아침식사로 드리는 건 어떨지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적어버렸네요
알아본 바로는 GI지수가 낮은 재료들이라 괜찮을 것 같은데 당뇨지식이 적은지라 여쭤보고 싶었어요
당뇨카페 가입하라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카페가입까지 하면 제가 너무 발벗고 나설 것 같고, 그렇잖아도 걸어서 5분거리 사시면서 합가합가합가 노랠 부르는 분이라 너무 깊게 관여하지 않으려고요.
이미 아침메뉴 고민하고 있는게 관여하고 있는거라는 건 압니다
아무튼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