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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난생 처음 하루에 차 한대값 쇼핑을 했어요

^^ 조회수 : 8,838
작성일 : 2023-12-02 16:06:58

결혼한지 30년 +a 

일찍 결혼해서 애들 다 사회나가 독립하고 50대 후반 

20세기 돈없는 미국 유학생활 시절엔 판자촌같은 대학 기숙사에서 아이 낳고 키우면서 네식구 튼튼한 종이 박스 엎어놓고 밥상이라고 밥차려먹고(물론 나중엔 아는 집이 쓰던 식탁 주고 감) 침대도 다른 유학생들 쓰던거 10불 주고 사서 낑낑대며 잔디밭 가로질러 기숙사까지 직접 나르고 책상은 5불주고 다리가 건들건들한 거 가져오고 바지 사면 제가 다 손바느질로 줄여입고 그랬는데... (재활용의 끝판왕인 기숙사 가구들... 부서져서 못 쓸 때까지 유학생들 사이에서 돌고도는) 

저나 남편이나 결혼하고 백화점 가본게 다섯 손가락에 꼽고 애들 대학때 까지도 100불은 큰돈이라고 벌벌 떨었는데 지금 부자가 된 건 아니지만 남편이 그동안 제가 뭘 사달라고 한 것도 없고 애들 키우느라 수고했다며 갑자기 백화점에서 막 사라고 ㅎㅎ

 

평소 명품이나 반지 같은거 관심도 없고 하지도 않고 목걸이도 어릴 때 남편이 사준거 평생 빼지도 않고 걸고 다녔는데 막상 가서 보니 그야말로 반짝반짝 이쁜 것들이 눈에 들어와 기냥 질렀어요 

눈앞에 다이아몬드 광채가 자기들끼리 칼싸움하듯 파파박 쉴새없이 반짝반짝거리는데 정신이 혼미... 

명품 매장도 처음 가봤는데 친절하게 안내하면서 매장 벽을 미는데 알고보니 문 ㅎㅎ

그 안에는 외국 잡지에 나오는듯 넘 이쁘고 멋지게 꾸며놓은 조용한 방이 있어서 그 안에서 이것저것 착용해보고 가볍게 잡담도 하면서 기분좋게 골랐어요 (난생 처음 놓인 상황인데 심심하면 놀러오는 사람처럼 넘 자연스러운 저를 보고 제가 놀람 ㅎㅎ) 

나중에 음료랑 초콜렛이랑 몇가지 선물이라며 챙겨서 예쁜 가방에 따로 넣어주고... 

그래서 반지, 목걸이 사고 그 옆 매장가서 가방 하나 사서 나오니 남편 하는 말이 '내 차 한대 값이네 ㅎㅎ 하.지.만. 당신은 차가 없으니까 이걸로 퉁!^^"이라고 하네요 (다리 튼튼하고 걷는 거 좋아하고 운전 극혐인 저는 뚜벅이 라이프!)

 

이런 소비는 평생 안하던 거라 단발성으로 끝나고 말겠지만 예전같으면 꿈도 못꿀 큰 돈을 하루만에 써버리니 현실같기도 비현실같기도...

그런데 오늘도 남편이 살거 있으면 더 사라고 하고, 할 줄 아는 표현이 '좋아'가 전부인 사람이 옆에 와서는 제가 낀 반지랑 목걸이보고 정말 예쁘고 별처럼 반짝거리는게 잘 어울린다고, 제가 좋아하니 자기도 좋다며 머리 쓰다듬어주고 안아주고... 말만 많아진줄 알았던 남편의 갱년기가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나 싶기도 하고 (아 둘 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니고 로또맞은 것도 아니고 집순이집돌이라 회사 말고는 집에서만 노는 부부예요^^) 

어쨌든 살다보니 하늘이 무너지는 일도 있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도 있고 또 이런 일도 있네요 

그런데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것 보다는 옆에 있는 짝꿍과 자잘하게 웃고 별 일 없이 하루하루 잔잔하게 지나가는게 제 정신건강엔 더 좋은 것 같아요

반지 목걸이는 없어도 살지만 짝꿍은 아니되오니 말이예요 ^^

 

IP : 136.144.xxx.83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근사합니다
    '23.12.2 4:14 PM (1.235.xxx.154)

    차는 1억넘는것도 있죠
    우와
    멋진 남편이세요

  • 2. 부럽
    '23.12.2 4:16 PM (222.101.xxx.200) - 삭제된댓글

    꿈 꾸던 삶이네요 ㅎㅎ

  • 3. 궁금
    '23.12.2 4:18 PM (14.63.xxx.64)

    어디껄로 사셨어요? 궁금해서요 ~~ ^^
    저희 남편은 목걸이 귀걸이 결혼기념일때마다 일부러 종로 가서 18k 로 사오는데요 ㅜㅜ 제 취향 진짜 아님 .. 그래도 일부러 사온거니 고마워 하고 받고 자주 착용은 하다만 ,, 제가 진짜 가지고 싶은건 반클리프 목걸이 귀걸이랑 불가리 디바스 드림 인데요 ㅜㅜ
    제 남편은 아마 가격들으면 뭔 목걸이가 그렇게 비싸냐고
    그냥 종로에서 4-50 만원 하는걸로 제가 만족하는줄 알아요
    그리고 사실 몇백 하는건 진짜 사라고 해도 못 살꺼에요 저는 .. ㅜㅜ

  • 4. 부럽습니다
    '23.12.2 4:20 PM (180.83.xxx.11)

    앞으로도 쭉 그렇게 행복하시길 빌어요.

    쵸콜렛 받으셨다니 불가리인가 했습니다.

  • 5. 부럽
    '23.12.2 4:21 PM (222.101.xxx.200)

    신혼에 유학 생활을 같이 하는 것이
    로망이었어서
    무척 부럽네요

  • 6. 유학생 시절
    '23.12.2 4:24 PM (61.43.xxx.207)

    얘길 들으니 아이구...진짜 고생 많으셨겠구나 싶어요! 열심히 사셨네요, 칭찬 마구마구 해드려요~~
    저도 주얼리, 가방 관심없어서 없든지 대충 그냥 사든지 하는데 언젠간 저도 그럴 날이 올까요?^^

  • 7. 감사합니다
    '23.12.2 4:36 PM (136.144.xxx.77)

    아이들 어릴 때는 가족 하나 없는 외국에서 애들 키우랴 남편 챙기랴 서로 힘들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지나고 보니 그 힘든 시기에 엄한 생각 안하고 잘 버틴 저희 둘을 서로 기특하다 칭찬합니다
    이번에 반지 산 걸로 죽을 때까지 낄 것 같은데 반클 갔고요 남들 흔히 하는거 말고 완전 심플, 우아한 걸로 샀어요 ㅎㅎ (반클에 그런 것도 있는지 몰랐음)
    어쩌면 1년도 기다려야 했을뻔 했는데 다행히 한국 다른 매장에 찜되기 전 물건이 하나 있다고 연락을 받아서 며칠 뒤 받을 수 있었어요
    그래도 보고 있으면 하늘의 별을 한가득 모아다가 손가락 주위에 쫙 두른듯 반짝반짝~ 예뻐요 흐흐

  • 8. 부럽네요.
    '23.12.2 4:39 PM (121.133.xxx.125)

    전 쇼핑을 자주해서인지
    안사주네요. 저번에 백화점 폐점 30분 남기고 시계사랄때 사는건데ㅠ

    더 맘에 드는거 구경한다고 했는데, 사준다는 말도 없고..

    저도

    비싼 시계. 보석 아니어도

    같이 나이들어가는 남편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같이 하길 소망하지만

    부럽네요. 좋은 주말 보내시고 행복하세요.

    아 ~~ 올 크리스마스에 저도 선물이 올까요? ^^

  • 9. 네~
    '23.12.2 4:43 PM (136.144.xxx.68)

    올 연말엔 남편분들 모두 호르몬이 날뛰어서 와이프 보는 눈에 하트 뿅뿅 생기기를…
    그리고 와이프가 행복해서 눈물날 선물 하나 혹은 그 이상씩 하기를 빌어드릴게요 ^^

  • 10. 부럽네요
    '23.12.2 5:00 PM (210.96.xxx.106)

    백화점 전시대에 목걸이 예뻐서 물어보니
    8천 6백만원이라고..ㅠ
    반클이란 것도 처음 알았어요 ㅎㅎ

  • 11. ....
    '23.12.2 5:06 PM (58.29.xxx.29)

    저는 어제 다미아니 목걸이 걸어만 보고 비싸서...ㅜ
    부러워요.. 안사봐서그런가 도저히 못지르고 왔어요.눈에 아른거려 남편한테 말하니 가격듣고 자꾸 모른척해요.ㅋㅋ

  • 12. 그냥
    '23.12.2 5:07 PM (1.234.xxx.216)

    뭐랄까.원글님 글 읽어가면서 저보다 몇년 나이많은 제 남편또래실거 같은데 제가 앞으로도 원글님처럼의 뭐랄까 행기나는 인품으로 늙어가고 싶어요.
    글안에 스며져있는 겸손과 배려.조심성이 느껴지는건 저 혼자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단어하나.문장 하나에 원글님이 구매하신 목걸이반지처럼의 우아함이 배어나오는듯 합니다.

    은은한 향나는 글 잘 읽었어요.
    제 남편도 지금 말많은 갱년기중인데 이런방향으로 좀 턴하는거 같기도 하고 원글님같은 상황이 곧 저에게도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13. 부러워요
    '23.12.2 5:23 PM (116.33.xxx.48)

    부러워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차 없어도 되는거면 대도시 좋은곳 사시나봐요
    아이 아직 유딩인데 저도 나이들면 그러고 살고 싶네요

  • 14. 부럽네요님
    '23.12.2 5:49 PM (136.144.xxx.90)

    어이쿠 눈이 넘 높으신거 아닙니까
    저도 외국에 살면서 백화점 근처는 커녕 한적한 전원생활을 하며 전에 살던 사람 이름으로 잘못 온 하이엔드 명품 카타로그 우편물을 볼 때마다 이거 괜찮네 하면 4-5만불짜리라 응 역시 이 정도 안되면 아예 안하는게 낫다고 여우의 신포도를 중얼거리며 제꼈는데 아예 눈이 높으면 오히려 돈을 안쓰게 되는 장점도 있다죠 ㅎㅎ

    보석 사는거 말고 예쁜 거 보는거에 관심 있으시면 지금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반클리프앤아펠 소장 하이엔드 주얼리들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요
    자두알만한 다이아몬드도 있고, 세공기술의 끝판을 볼 수 있는 것들도 있고, 당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영감들이 튀어나오던 순간들을 엿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는데 단지 고가 명품들을 보는 것 이상으로 아이디어 스케치와 제작과정, 오디오 설명, 건축디자이너가 신경쓴 공간 구성 등이 꽤 잘되어 있어서 보실만 해요

  • 15. ㅎㅅ
    '23.12.2 5:56 PM (223.62.xxx.51) - 삭제된댓글

    그만큼 돈을 쓰고
    이런데다 자랑을 한다는 자체가
    쓰면 안 될 돈을 쓴거라는 반증아닐까요
    그것들 걸치고 나라 구할 외교모임이나
    영화제 상타러 갈 것도 아닐텐데요

  • 16. 그냥님은
    '23.12.2 5:58 PM (136.144.xxx.48)

    사람보는 안목이 대단하신데요 ㅎㅎ (죄송)
    말씀대로 그냥님 글 속에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제 맘이 말랑말랑해집니다
    저는 제가 다이아몬드보다 가치있는 여인이라고 생각하지만 향기나는 인품으로 늙어가는 것 역시 저의 희망사항입니다
    반짝임도 좋지만 그보다 더 따뜻하고 은은하고 가슴을 두드리는건 역시 사람이고 마음이죠
    내 짝꿍과 아이들, 부모님, 친구들, 지인들, 스쳐지나가며 유무형 상관없이 한조각이라도 도움을 준 모르는 사람들까지… 사람들이 진짜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갈수록 더 들어요
    우리 다같이 우아하고 향기있게 나이들어가도록 노력해봐요

  • 17. ㅇㅇ
    '23.12.2 6:28 PM (115.138.xxx.66)

    잘하셨어요. 주얼리가 남는거에요. 심플하게 소박하게 입어도 얼굴이 확 돋보이고요. 예쁘게하세요^^. 시샘글 무시하시고요.

  • 18. ..
    '23.12.2 7:04 PM (211.208.xxx.199) - 삭제된댓글

    부러워서 배아프고 심술난 글도 있네요. ㅎㅎ
    어이, 거기! 부러우면 그냥 부럽다고 해요.
    없어보입니다, 그대..

    원글님
    글을 읽으니
    갑자기 따뜻해져요.
    행복하세요~~

  • 19. ...
    '23.12.2 8:06 PM (110.35.xxx.122)

    원글님 넘 부러워요. 반지, 목걸이에 가방이라니. 예쁘게 하세요.

  • 20. ㅎㅎㅎ
    '23.12.2 8:45 PM (175.124.xxx.116) - 삭제된댓글

    부러웠는데 댓글을 보니 오글거려서 부러움이 반감되었어요

  • 21. ㅎㅎㅎ
    '23.12.2 8:45 PM (223.62.xxx.114) - 삭제된댓글

    부러웠는데 댓글을 보니 오글거려서 부러움이 반감되었어요

  • 22. 차한대값이
    '23.12.2 9:58 PM (121.133.xxx.125) - 삭제된댓글

    궁금하네요.
    요즘 수천부터 3억.4억대까지 너무 다양해서..

    그런데 생일날이세요? 아니면 남편분이 주식 대박나셨을지..

    암튼 넘 부헙네요.

    그냥 사주고 싶어 사주는 남편

  • 23. 정말
    '23.12.3 11:32 AM (58.120.xxx.82)

    너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예요.
    부러워요^^
    그리고 어떤 디자인을 하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반클 좋아하는데(반짝임이 달라요), 너무 알려진 디자인은 싫거든요.
    딱 봐서 반클인거 모르는 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힌트좀 주시기 부탁드려요.

  • 24. 우왕
    '23.12.3 12:41 PM (180.68.xxx.212)

    목걸이 가방은 안 부러워용 저도 관심이 없는지라
    근데 몇천 만원을 흔쾌히 사주는 남편은 부럽네요.
    그 어려운 시절 고생한 와이프에 대한 고마움을 가지고 산다는거잖아요. 그렇지 않은 남자도 많아서요. 그리고 사주면서 투덜투덜 대거나 생색내는 사람도 있구요.
    여러 어려움 헤치고 건강한 부부 사이로 지내는 것이 무척 부러워요.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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