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대학원 다니고 있거든요.
발표 수업이 있었는데 그날 하루종일 화장실 자주가고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심장은 배를 뚫고 나올듯이 쿵쾅거리고.
제 차례가 다가오자 손에 땀이차고 온갖 장기가 팔딱팔딱 뛰는것 같더라구요.
긴장하면 말이 빨라질테고 그러면 발표 제대로 못할까봐 느리게 말하자 느리게 말하자 주문을 외우고 나갔죠.
나가서 인사를 하는 순간... 긴장이 사라졌어요.
무대체질이었나 싶게 내가 발표하면서도 너무 잘한다 싶었고 ppt에 없는 내용도 말하고 청중에게 질문도 하고... 스티브 잡스처럼 옷 입어서 그랬는지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잘했네요.
끝나고 나서 교수님이 칭찬도 해주시고 사람들도 너무 잘했다고 하고.
울아빠가 약간 약장수 스타일이시거든요. 앞에 나가서 말하는거 체질적으로 잘하시는 분인데 아빠 유전자가 어디 숨어있다 튀어나온건지 아직까지도 내가 글케 발표를 잘한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끝나고 나서 젤 먼저 아빠한테 전화해서는 고맙다고 ㅎㅎㅎ 아빠 유전자 덕봤다고 감사하다고 했더니 너가 내자식이 확실하다면 발표는 껌이라고 앞으로도 발표따윈 겁내지 말라고. (생긴게 완전 아빠랑 똑같아서 친자 의심은 안들어요)
남편이랑 애들도 발표 잘 끝냈냐고 연락왔는데
진짜 잘했다고 했더니 그럴줄 알았대요. 엄마는 평상시에는 조용한데 누구랑 싸울때 보면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제가 불의를 못지나치거든요. 얼마전에도 마트에서 왠 미친 남자가 캐셔분한테 욕하고 소리치길래 뭔 용기가 생겼는지 거기 끼어들어서 뭐하시는 거냐고 소리 질렀어요.)
앞으로 발표할 일 많은데 이제부터는 안쫄릴것 같아요. 내가 이런걸 잘한다는걸 이제사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