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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부터 정리 들어갑니다. 93일째

93일 조회수 : 1,799
작성일 : 2023-09-05 10:15:21

어제 홈쇼핑에서 제가 사려고 맘먹었는데 당췌 어떤걸 선택해야 할지 몰라 포기하고 있던, 여기서 유명한 쓰리스핀 물걸레 로봇청소기를 주문했습니다

이제 집정리, 청소는 더이상 신경 안써도 된다! 라는 해방감을 느끼며 잠시 쉬고 있는데 집에 있던 아너스 물걸레 청소기도 몇번 사용 안하고 집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게 떠올랐어요

내친김에 청소기 돌리고 아너스도 몇번 돌려봤는데 새집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더라구요

청소기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있던것도 활용을 잘 못해서 그랬구나 하는 반성을 하면서 로봇청소기는 취소요청했습니다

아주 조금 신경 쓰는게 추가될뿐인데 제가 아무 신경도 쓰기 싫었던거예요

로봇청소기가 있어도 약간의 관심조차 줘야하는게 싫어서 얘도 또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정리하기로 맘먹고 실천중인 제가 집에 쓸만한걸 놔두고 다시 또 사려했다는것에 반성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걸 열심히 사용하다 쓸모가 없어졌을때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카페에서 한때 열풍 일었던 에어프라이어도 오븐과 전자렌지가 있으니 필요하지도 않았던 걸 필수품이라 생각하며 샀다가 몇번 사용도 안해보고 처치곤란해 했었거든요

저는 바쁜 직장인도 아니고 애가 어려 육아에 바쁜 사람도 아니니 꼭 필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없이 살다 생각이란 걸 하게 되니 이제야 철이 조금씩 드는거 같습니다

 

둘째가 학교를 좀 많이 쉬다 다시 입학해서 잘 다니나 했더니 어제는 힘이 들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제 가슴이 쿵 내려 앉았습니다

저도 그 나이때 가끔씩 밑도끝도없이 가라앉는 우울감과 뇌가 멈춰버린듯한 느낌에 힘들어했던 적이 있었기에 지금 기분이 어떤지 얘기 안해도 잘 알거 같았습니다

그때는 정신과 병원도 잘 몰랐고 오로지 저 혼자 그 늪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썼었는데, 그때부터 나를 찾기위한 탐구가 시작됐던거 같습니다

한단계 한단계, 그야말로 자기주도 학습으로 열공하여 알수없는 우울감의 이유를 찾았고 비로소 나 자신을 찾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떤 일에도 제 감정이 흔들리는 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가 다른 사람보다 유독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았을때 잠시 크게 흔들리는건 사실입니다

쪽집게 과외선생님 처럼 그동안 제가 오랜세월 갈고 닦은 비법을 전해줄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것만큼은 철저히 스스로 해야하는 일입니다

그 당시 저는 친가족도 남보다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었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해야 해서 철저히 외로운 상태였는데, 제 아이에게는 내 마음처럼 꿰뚫어 봐주는 부모가 있고 환경이 아직까지는 뒷받침해줄만 하니 회복이 조금은 더 빠르지 않겠나 생각하며 내려앉은 심장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모든 정신적인 문제는 마음이 잘못 쓰여 생긴 병이니 그 마음이 가는 길을 바른 길로 안내만 해주면 됩니다

그러기위해선 부모가 먼저 마음자리를 잘 닦아야 자식 마음 자리도 잘 이끌어줄수 있는거겠지요

 

방금 작은애가 전화와서 한잠 자고 일어나니 많이 풀렸다고 합니다

한동안 왔다갔다 하겠지만 힘들게 하루를 버티는 모습에 응원하게 됩니다

남들처럼 잘 난 자식은 아니지만 인연따라 제게 온 자식이 너무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모든 분들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감사합니다♡

 

IP : 14.49.xxx.105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음~
    '23.9.5 10:20 AM (114.203.xxx.20)

    작은 고민으로 몸도 마음도 피곤한데
    님글 읽으니 따뜻한 차 한 잔 마신 듯
    위로가 되네요.
    오늘 하루 평안하시고
    또 좋은 글 부탁드려요

  • 2. ..
    '23.9.5 10:21 AM (222.117.xxx.76)

    작은아이 전화받고 엄청 기쁘셨겠어요 어머님이 이리 중심잘 잡고계시니 큰걱정없을겁니다
    님의글이 제게도 항상 소중합니다 감사합니다..잘 읽고 저도 노력중입니다

  • 3. 작은 아이일로
    '23.9.5 10:30 AM (14.49.xxx.105)

    마음이 약해졌었는지 댓글 읽다보니 가슴이 찡하네요
    너무 큰 위로가 됩니다
    저는 또 위로 받고 오늘을 헤쳐나갈 힘을 얻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4. ....
    '23.9.5 10:31 AM (211.46.xxx.4)

    집정리를 하시지만 원글님의 마음도 정리하고 계셨던 거네요. 삶에서 공백이 생기듯, 마음에서도 공백이 생겨서 아이도 따뜻하게 보듬어 주시구요.

  • 5. 종종
    '23.9.5 10:37 AM (121.133.xxx.137)

    원글님 글 볼때마다 반갑게 읽고 있어요
    그 꾸준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이제 백수 시작이라
    그간 일 핑계로 미뤄둔 집안정리하기로
    맘 먹었습니다
    저희집 정리 다 끝나는 날
    원글님께 감사의 글 올릴게요
    일년은 걸릴듯합니다만ㅋㅋㅋ

  • 6. T
    '23.9.5 10:37 AM (175.223.xxx.67) - 삭제된댓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내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으면 작은 출렁거림이야 있을지언정 침몰하지는 않겠죠.
    근심 가득한 출근길이었는데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따님과 원글님 모두 평온하시길 빌어요.

  • 7. ...
    '23.9.5 10:38 AM (121.160.xxx.88)

    아주 초보적인 질문입니다만, 정리하면서 나온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하셨나요. 그냥 버리자니 너무 아깝고, 그렇다고 이고지고 살자니 잘 쓰지도 않을 거 같고. 감각적이고 직설적인 정리법좀 알려 주세요. 처리는 어찌해야 하나에 걸려서 시작도 못하고 있네요.ㅠㅠ

  • 8.
    '23.9.5 10:41 AM (211.114.xxx.77)

    어떤일이 있어도 마음 흔들리는 법이 없다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요.
    저는 어제도 오늘도... 스트레스... 화... 나이를 이만큼 먹었는데도 그래요.
    나름 나 다스리기에 관심도 많고 책도 많이 읽고... 신경도 쓰는데...
    어렵네요. 그래도 오늘의 버리기는 잘 따라 실천하고 있습니다.

  • 9. 오늘
    '23.9.5 11:00 AM (223.62.xxx.35)

    님의 글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 10. 응원해 주셔서
    '23.9.5 11:14 AM (14.49.xxx.105)

    감사합니다♡

    정리하면서 나오는 물건들은 버리는게 답이더라구요
    당근에 나눔하면 필요한 분들이 가져가셔요
    가족에게 주면 아깝지 않은데 모르는 사람에게 주는 건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 돼 있다는 걸 알면 보잘것없는 내 물건 가져다 쓰시는 분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듭니다
    정리하고 있어야 집도 환해지고 의외로 마음까지 확장됩니다

    모든 일은 인연따라 일어납니다
    인연따라 生滅(생멸)하는 세상 일에 '나'라는 존재는 그냥 그 생멸의 파도를 타고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아무것도 할게 없는데 일일이 모든 걸 하려고 하니 힘든거지요

    교회 다니는 사람은 하나님이 다 알아서 하실일이고 절에 다니는 사람은 부처님이 알아서 하실일, 종교가 없는 분은 조물주가 알아서 하실일이라고 믿고 맡겨버리면 됩니다
    이 이치만 알면 사는게 너무 편하고 쉬운데, 그래서 장자 노자 같은 깨달은 사람은 놀기만 하다 갔잖아요
    장자는 서 있는것보다 앉을수 있으면 앉고, 앉아 있는것보다 누울수 있으면 눕고..그렇게 편하게 살라고 하더라구요
    마음 다스리려고 애쓸 필요 없어요
    그냥 맡겨버리면 거기서 나오는게 최선인줄 알고 그냥 편히 쉬면 됩니다

    T님, 위로 감사합니다♡

  • 11. 오늘부터
    '23.9.5 12:15 PM (121.175.xxx.142) - 삭제된댓글

    오늘 92일차 인데요
    92일 못봤나싶어서 제목 검색해봤어요ㅋㅋ
    늘 응원하는 애독자 입니다
    사랑합니다♡

  • 12. ,,,
    '23.9.5 1:25 PM (220.74.xxx.109)

    매일 매일 꾸준히 실천하시는 원글님보고 저도 많이 배웁니다

  • 13. ..
    '23.9.5 3:54 PM (211.221.xxx.212)

    감사합니다.
    자식의 말 한마디에 덜컹하는 저를 바라보게 하는 원글님의 93일차 글이네요.

  • 14. 동참 71일째
    '23.9.7 10:51 PM (121.167.xxx.7)

    계속 치우고 있는 중입니다.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습성이 댓글 다는데도 발휘? 되네요.

    저희 아이들이 계속 전문가를 끼고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고 있어서 남일 같지 않습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 말씀처럼 결국은 끝은 좋을 거란 믿음과 희망, 용기를 잃지 않는 마음 가짐이 저를 버티게 해줍니다. 어차피 시간은 걸리는 일이니 그 시간동안 잘 지내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 여깁니다.
    자식이 힘들어 하는 걸 봐야하는 건 제 몫이지요. 잘 견뎌내고 의연하면 아이들이 그 모습에 용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뭐..대단히 견딘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제 삶의 부분으로 수용되었나 봅니다.
    아이들이 괜찮다가 안좋다가 반복을 하고 있지만 가라앉은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생각합니다.
    왜 평안이 네게 주는 선물이라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어요. 마음의 평안,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근본적인 평안은 정말이지 큰 선물이 맞습니다.

    원글님 진솔한 글 고맙습니다. 자녀분의 평안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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