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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황당한 ‘전문’ 번역가

... 조회수 : 2,532
작성일 : 2023-08-31 12:17:25

지금 재미난 책을 한권 읽고 있습니다

내용은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책인데, 저자가 논리를 아주 물 흐르듯이 잘 써서 쉽게 따라가며 읽고 있습니다

원서 자체가 아주 쉽고 명확하게 쓰여있고 어려운 단어 많지 않아서 원서와 번역서를 둘다 나란히 놓고 쉽게 쉽게 슬렁슬렁 보고 있습니다

대충 원서로 내용을 잡는데, 애매하게 파악되는 부분만 번역서를 참고해서 이해하고 넘어가고 있어요

 

번역자의 단어 선택이나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고 원서와 톤과 매너가 사뭇 다르지만 그정도는 대충 넘어가면서 보는데 기함할 대목이 나오더만요

번역서에 (중략)이라 되어있더군요

원서를 다시 보니 중략에 해당하는 문구는 당연히 없고 그 중략 부분에 해당하는 서너줄이 통째로 번역 안된채로 없어졌더구만요

 문제는 몇장 더 뒤에 번역자가 임의로 빼먹은 것인지 아님 실수로 빠진 건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역시 또 한 구절이 번역없이 빠져 있구요

 

웃기는 게 뭐냐

제가 왜 번역서를 봤겠어요?

그 대목이 애매하고 긴가민가 해서 본건데 번역자도 딱 그대목을 날려 버렸다는 거!!!

 

그래서 책 날개에 쓰여진 번역자 이력을 봤더니 출판사 편집부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번역 에이전시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는군요

책날개에 씌여진대로 고대로 옮겨온 겁니다

 

아니 전문 번역가가 뻔뻔하게 원문을 맘대로 중략하고 구절을 빼놓고 번역을 한답니까?

우와, 기절 초풍할 뻔...

 

우리나라 번역시장이 열악한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실력으로도 '전문' 번역가 타이틀 걸고 일하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엄청 비웃고 있는 중입니다

초벌번역도 이렇게는 안할텐데...

 

감수한 사람은 뭘 감수했나 싶기도 합니다만, 감수자가 줄마다 비교하면서 감수하지야 않았겠죠

 

이 책, 제법 유명한 책인데 참 웃기네요

IP : 121.130.xxx.13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출판사
    '23.8.31 12:20 PM (211.221.xxx.43)

    번역부터 감수까지 전문가들 믿고 했을텐데 출판사에 항의해 보세요. 저도 그런 엉텅리 번역본 보면 너무 짜증 날 듯
    번역가 날로 먹네요

  • 2. ㅋㅋ
    '23.8.31 12:23 PM (106.246.xxx.106) - 삭제된댓글

    제목이 궁금하네요.

  • 3. ㅇㅇ
    '23.8.31 12:25 PM (219.250.xxx.211)

    책 좀 알려 주세요 기억해 두고 싶어요
    번역 형편없이 한 사람들 좀 있어요
    그중에 유명하고 평소 이미지 좋았던 사람들도 있어서
    말도 안 되는 무책임한 번역
    한마디로 어이없어요

  • 4. ...
    '23.8.31 12:25 PM (106.101.xxx.78) - 삭제된댓글

    제목 알려주세요 ㅎㅎ
    얼마전에 저도 똑같은 생각하면서 책 읽다가
    나중애 읭? 했던 책이 있어서요 ㅎㅎ

  • 5.
    '23.8.31 12:30 PM (220.117.xxx.26)

    번역으로 한창 욕 먹던 사람이
    자긴 인맥 있어서 계속 번역 할거라고
    당당하게 말한거 생각나네요

  • 6. ...
    '23.8.31 12:34 PM (121.130.xxx.13)

    일단 책 제목을 알려드리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걸릴까봐 쫄아서 알려드리긴 곤란하고요
    이 저자의 책이 3권 나왔는데 마지막 세번째 책은 올해 다른 번역가가 맡았는데, 이분은 번역가로 꽤 유명한 분이더라구요
    올 초에 나왔을 때 최재천 선생님이 추천하기도 한 책이었고요
    이건 번역서도 아주 좋았어요 원서랑 비교는 안해봤지만...
    저는 거꾸로 세번째 책부터 읽고 지금 첫번째 책을 읽다가 발견한 문제인데요
    아마도 출판사가 번역 문제를 이미 알고 있는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책은 진짜 전문 번역가로 교체했구나 생각이 드네요

  • 7. 원글님이
    '23.8.31 12:50 PM (223.38.xxx.60)

    인상깊게 읽으신 책3권 정도 추천부탁드려요. 최재천 교수님도 추천하셨다는 읽어볼만한 책인것 같네요. 이런건 괜찮죠?

  • 8. ㅇㅇ
    '23.8.31 1:15 PM (58.140.xxx.175)

    번역이 아니라 제2의 창작인 경우가 많죠

    제가 좋아하는 고전문학도 미묘한 부분이 있어서 출판사 마다 읽어 보았는데 생략한 곳도 있고 원본에 없는 표현을 오히려 넣은 곳도 있고...
    예전엔 제3세계 문학을 영어나 일어로 번역된 것을 한국어로 재번역하는 경우도 흔했죠.

  • 9. 미묘한부분
    '23.8.31 1:20 PM (211.250.xxx.112)

    을 번역하자면 엄청 시간이 들어가겠죠. 사실 번역의 핵심은 독자가 어려워하는 바로 그 부분을 번역하는건데 날로 먹겠다는 심산인거네요. 출판사에 항의할 일이라고 봅니다. 편집자가 일을 제대로 안했네요

  • 10. ..
    '23.8.31 1:21 PM (106.101.xxx.185) - 삭제된댓글

    우왕
    원저자 좀 알려주세요. 저 원본으로 읽을께요. 리처드 도킨스는 아니겠죠?
    쓰신 글 보니 읽고 싶어요

    글구 그게 명예훼손이 성립하면 온갖 발번역으로 유명한 영화 번역하는 사람 있잖아요. 엔드게임 번역한사람. 네티즌들 고발해서 떼돈 벌겠어요.

  • 11. 윤수
    '23.8.31 1:33 PM (183.109.xxx.1)

    그런 경우 아주 많을 거예요. 우리나라 번역업계가 진짜 수준이 낮더라고요.. 아무한테나 맡기는..

  • 12. ...
    '23.8.31 1:55 PM (116.41.xxx.107)

    번역 업계가 수준이 낮다기 보다
    번역료가 형편 없어서 서둘러 하느라 그렇다고 봐야 하고요.
    번역료가 형편 없는 이유는
    출판업 자체가 힘들어서 그래요.
    옆 나라는 국가에서 번역청을 세워서 지원했다죠.
    힌국어 인구가 많아야 권당 출판 비용도 절감돼서 작가나 번역가들에게 더 돌아가고요.

  • 13.
    '23.8.31 4:09 PM (74.75.xxx.126)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한 권 번역해서 출판했는데요.
    대형 출판사였는데도 번역료 정말 너무 형편 없었어요. 다 하면 500정도 줄거라고 처음엔 그랬는데 6개월 동안 열심히 번역해 줬더니 원고지 장수 따져서 300도 안 줬어요.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대형 출판사였는데...
    그리고 출판사에서 원하는 번역체 문체가 있어요. 그거 맞추는 거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책을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은 30-40대 남자들이래요. 그러니까 원작의 저자가 누구든, 어떤 의도로 집필했든 집어치우고 무조건, 30-40대 남자들이 술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바꾸라고 주문하더라고요. 다행히 제 책은 40대 남자가 쓴 글이라 그닥 난감한 주문은 아니었지만 원작에 충실하지 않고 애드립을 치라는 주문은 참 힘들었죠.
    그 때 육아휴직하면서 번역일 한 번 맡았는데 다시는 안 한다고 끝냈어요. 업계가 너무 구려서요.

  • 14. 그게
    '23.8.31 4:41 PM (82.8.xxx.44) - 삭제된댓글

    전문번역가라는 용어가 애매해서 요즘에는 그냥 해당분야 전문지식 없이 이것저것 다 하는 번역가를 말하는 것 같더라구요. 번역업계 열악한 것도 맞고 전문가가 번역한 것도 출판사에서 맘대로 고치는 경우도 흔한데(원저자가 어렵게 썼는데 어떻게 무조건 쉽게 번역하라고 하는지..여러 저자가 서로 다른 문체로 썼는데 번역은 다 통일하라고 하고 ㅎㅎ) 어려운 부분을 통채로 날렸다면 번역가의 실력과 성실성이 의심스럽긴 하죠. 그래도 업계가 원체 그러니 번역가 탓만 하기도 뭐해요. 출판사에서 다 뜯어고쳐도 욕은 번역가가 먹는 구조라..

  • 15. ...
    '23.8.31 5:41 PM (119.192.xxx.246)

    저도 한 때 기술번역을 꽤 한동안 했기 때문에 번역시장의 각종 문제는 다소 알고 있어요
    저는 실제 발주처하고 직접 계약이라 페이는 불만이 없었지만 에이전트 끼고 하는 건 진짜 어이없긴 하더라구요

    기술 번역은 문장이 어려운 편은 아니라 우리말과 영어 사이에 정확하게 동일한 개념이 전해지면 되는 거라 언감생심 문학작품 번역하고는 비교도 못하지만, 애매한 게 왜 없겠어요
    표현, 단어 하나 찾아내느라 고민하느라 머리가 다 셀 정도인 건 겪어본 일이죠

    그래서 저 말도안되는 (중략)이 얼척없는 거죠
    번역하는 사람 입장에선 빼버리고 싶은 문구, 단락이 수도없이 많지만 진짜로 저걸 없애버린 무모함과 과감함도 놀랍고 게다가 그걸 티내는 (중략)이란 글자를 인쇄까지 해서 나오게 하다니 그 무성의함과 무식함에 두번 놀라는 거고요

    그 와중에 대충 번역한 이책이 나름 관심과 이목을 끌어서 저자의 다음책도 줄줄이 출판할 수 있게 됐는데 두번째 책까지 이 번역가가 한 걸 보니 출판사가 진짜 아무생각 없이 허접하게 대충 냈나보다 싶더군요
    아마도 싸구려 초벌 번역 알바가 해온 걸 대충 수정해서 책을 낸 건가
    세상에 (중략)을 이렇게 해석하지 않고서는 납득이 안되는 퀄리티인 거죠
    그러고도 뻔뻔하게 ‘전문’ 번역가 타이틀을 쓰다니요...

  • 16. ...
    '23.8.31 9:23 PM (106.101.xxx.185)

    재밌네요.
    이런 문제가 더더더 공론화되어야해요.

  • 17. 조지프헨릭
    '23.9.1 12:43 AM (1.236.xxx.71)

    혹시 조지프 헨릭의 책인가요?

  • 18. ..
    '23.9.1 4:07 PM (87.200.xxx.180)

    책번역 참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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