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여행 중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인 토트넘과 맨유전 손흥민선수 경기를 토요일에 보고 왔어요.
다녀온 후기를 정보 위주로 올려볼게요.
1. 먼저 티켓 예약은 공홈에서 하면 제일 저렴하지만 공홈에서 구매하려면 멤버쉽 가입해야하고 예약 오픈날 대기하며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무엇보다 네사람 연석 구매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과 원하는 위치의 좌석 구매가 어려워 구매대행으로 티켓구매했어요.
2. 토트넘 경기장이 있는 화이트 하트레인까지 가는데, 오버그라운드로 갈아타는 리버풀스트리트역부터 토트넘 유니폼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그들만의 흥분되고 떠들썩한 모습만 봐도 그곳에서부터 경기 직관이 시작되는 분위기였어요. 오버그라운드 안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기장 가는 사람들이라 그곳도 작은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3. 화이트 하트레인역에서 나오면 정면 50m 쯤에 거대한 경기장이 딱 보여요. 사람들 가는대로 묻혀 따라가면 토트넘 레전드급인 케인 응원 패널이 거리에 보이고 경기장에 도착해요. 경기장에 오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이더군요. 경기장 건너편에는 아주 길게 줄서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치킨을 사려는 사람들이라고하고, 경기장 쪽에는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축제의 분위기가 느껴져요.
4. 사람들 물결따라 가다보면 굿즈샵 보이고 가방 검색대 통과하면 드디어 굿즈샵안으로 들어가요. 굿즈샵 입구는 이번에 새로 입단한 기대주 10번 매디슨 선수 유니폼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고 조금 안으로 들어가면 손흥민선수 유니폼이 대대적으로 걸려 있어요. 보통 선수들이 한줄이나 반줄정도 걸려 있다면 손흥민선수는 8줄정도 걸려 있고, 두곳에 선수 중 유일하게 대형 사진도 걸려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엄청 사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 구매력도 대단한 것 같고 현지에서 토트넘의 터줏대감이라고 불린다는데 제대로 인정받는 분위기였어요. 이곳 사람들이 '소니, 소니'하는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굿즈샵에서 1시간정도 둘러보면 여유있게 쇼핑까지 다 해결돼요. 굿즈샵안에 대형 모니터가 있고 계단식 의자가 있는데 티켓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경기보며 응원하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어요.
5. 미리 받은 전자티켓에 써있는 게이트 확인하고 한번의 보안검색과 한번의 티켓확인을 마치면 경기장안으로 들어와요. 스낵과 음료, 맥주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한번 더 티켓확인 마치면 드디어 경기장안의 내 자리에 올 수 있고 드넓은 잔디와 62000석의 경기장이 한눈에 보여요. 토트넘 경기장은 최근에 지어져 잔디 상태, 음향과 대형 모니터, lcd광고판까지 시설과 컨디션이 환상적이었어요. 몇년전에 왓포드경기장을 가보고 실망했었는데 토트넘 경기장은 경기장 자체로도 가볼만 해요.
6. 경기 시작 한시간전이라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많이 보이고, 태극기를 손에 든 사람들도 많이 보였어요. 경기시작 20분전까지 이 거대한 경기장에 사람들이 다 올까싶었는데 홈경기 개막전이라 그랬는지 경기 시작 직전에 6만 2천석이 다 차고, 전광판에 오늘 경기 좌석 솔드아웃이라고 뜨더라구요. 현지인들은 두 세사람이 따로 온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과 반갑게 하이파이브 인사를 나누는 것이 신기했어요.
7. 잔디에는 스프링쿨러에서 계속 물줄기를 뿜어내고, 잔디 주변에는 방송해설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대형 모니터에는 장내 방송하는 내용과 광고영상, 응원가, 응원석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런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려요. 시간이 지나면서 잔디에서 골키퍼들이 먼저 몸을 풀기 시작하고 필드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하면 응원석은 더 열기가 뜨거워져요.
8. 빵빵한 음향효과로 진행멘트가 나오고 한쪽 골대 뒤쪽의 전체 좌석에서 카드섹션 보여주고, 주장 손흥민선수가 선두에 서서 선수들 입장이 있고, 경기전 행사가 간단히 있고 경기는 시작돼요. 장내 방송과 모니터에 토트넘선수 소개가 있는데 손흥민선수가 제일 끝에 소개가 됐는데 박수소리와 함성이 제일 크고 어마어마하더군요. 경기 시작하기 직전에 6만명 이상되는 응원석에서 응원가와 응원구호가 울려퍼지는데 선수들 입장에서는 대단한 힘이 될 것같더군요.
9. 대형드론처럼 보이는 카메라 한대가 여러 줄에 걸려 경기장 위를 오고 가고 잔디 밖 네 모서리쪽에 카메라를 몸에 걸고 경기를 촬영하는 카메라맨이 촬영해서 우리가 중계영상에서 보는 장면이 만들어져요. 경기장 안 여러곳의 대형모니터에 실시간으로 같이 보면서 경기를 직관해요. 경기중에는 응원가와 구호가 잠시 쉬어가며 계속 이어지는데 자동 서라운드 효과가 장관이었어요. 중계방송에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직관만의 매력이 응원가와 응원구호를 6만명 가까운 관중이 함께 하는 것을 같이 하면서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해요. 선수가 교체되면 나가는 선수에게 관중이 다 일어나 박수를 치며 응원구호를 같이 하고, 교체 대기 선수들이 잔디 라인 밖에서 몸을 풀기 시작하면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데 인상적였어요. 저도 어느새 현지인인 것처럼 그들의 응원문화에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되더군요. 전반전 마치고 썰물처럼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가 시작되면 일제히 들어오는 것도 재밌었어요.
10. 한쪽 골대 근처의 응원석 전체는 경기 내내 일어서서 응원하는데 그들은 맨유 서포터즈들였어요. 6만 2천명 중 2000~3000명이나 될까? 6만명 가까운 홈팀 토트넘 응원에 밀리긴 했지만 그들 나름의 결사항전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멋지던구요. 경기가 끝나자마자 가드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분리하는 것도 이들에게 축구는 여가생활 그 이상이구나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11. 경기 결과는 토트넘이 2:0으로 홈 첫경기를 이겨 분위기는 최고조로 달아 올랐고, 손흥민선수는 태극기를 들고 있는 우리나라 응원석쪽으로 찾아가서 손하트를 날리며 인사를 하더군요. 손흥민선수가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워보였지만 자신이 할 역할은 충분히 했던 것 같고, 현지 영상보니 평이 괜찮았고 개인 인터뷰도 했더군요. 경기모습은 경기영상 보시면 될 것 같아요.
12. 경기장 밖으로 나와 역쪽으로 가는데 사고방지 차원에서 도로가 차단되어 있었고 두 군데 길로 분산해서 가라고 유도하고 있었어요. 돌아서 역쪽으로 가니 역앞 도로에 라인을 치고 많은 사람들이 오는대로 줄을 서 있고, 가드가 가능한 수만큼 역안으로 들여 보내고 있었어요. 줄이 길어 한참 기다릴 것 같았지만 10여분 줄서다 역안으로 들어왔고, 잠시 후 오는 오버그라운드 타고 안전하게 돌아왔어요.
13. 프리미어리그 직관은 두번째인데, 손흥민선수가 프리미어리그로 온 첫해 루키시절이라 왓포드와의 경기를 직관했을때는 선발출전하지 못하고 교체선수 시절였어요. 오늘 보니 손흥민선수의 성장이 보여 자랑스럽고 뿌듯했어요. 프리미어리그 구단이라고 해도 구단의 위상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경기장이나 선수들 관리가 천차만별이라고 들었는데 실감했어요. 영국 축구가 노동자들이 주로 즐기던 거라,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공단, 부두에 경기장들이 많고 친서민적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몇년전 왓포드 구장은 런던 외곽 공단지역에 규모도 작고, 시설도 낡은 모습였는데, 축구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토트넘은 경제상황이 좋은것에 걸맞게 경기장에 투자를 많이 한 것이 보였어요. 선수 영입에도 투자만 더 한다면 더 좋은 구단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굿즈샵에서 백발의 노신사가 이방인인 저희에게 토트넘이 60년대 우승컵을 들어올리던 레전드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스러워 하던군요. 그들에게 축구는 단순히 여가 생활을 즐기는 엔터 그 이상이라는 것이 곳곳에서 보였어요. 저희도 현지인라면 어쩌다 여행 중 한번이 아니라 주말마다 경기장에 가겠구나 싶은 매력이 있어요.
경기에 취한건지, 경기장 안에서 마신 술에 취한건지 인파속에서 담배를 피며 걷는 사람이 보였고, 튜브안에서도 전자담배를 피는 사람을 봤어요. 영국이 담배피는 것에 관대한 나라인건지 몇몇 사람들의 일탈인지 궁금하더군요. 경기장안에서 먹고 마시던 쓰레기들 그대로 두고 가는 것도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모습였구요.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주절주절 썼다는 부끄러움에 삭제할 수도 있겠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