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
작은 시골 면 소재지였지만
한때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
우체국도 있었고
새마을금고도 있었고
약국 비슷한 곳도 있었고
작지만 터미널 슈퍼도 있었고
학교 앞에도 슈퍼가 있었어요
이불집도 있었고
양조장도 있었고
떡 방앗간도 있었지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던 곳
한반에 50명은 되던 그때
늦여름인지 초가을인지
아버지가 동네 아저씨랑
들에서 일을 하는 날엔
몇천원을 쥐어주고
면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시곤 했어요.
자전거를 배우고 난 후라
한참 자전거에 재미 붙이던 때.
초딩 치고는 꽤 큰 옛날 자전거를 타고
노란 주전자 챙겨들고는
집에서 면까지 신작로를 따라
신나게 자전거 타고 갔더랬지요
이불집과 닭집 사이였던가
그 사이로 들어가면 안쪽에 있던 양조장.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
빨간 벽돌 벽에 자전거를 탄채 몸을 기대고는
똑똑! 창문을 노크하면
안에서 아저씨가 창문열고 내다봐요
아저씨~ 여기 주전자에 막걸리 담아주세요~ . 하면
대수롭지 않게
주전자 받아들고 막걸리를 담아 건네주시죠
막걸리값 건네드리고 주전자 손잡이를
자전커 손잡이 안쪽으로 걸어 들고는
다시 왔던 길을 향해 신나게 페달을 밟는데
아... 올때는 비스듬한 내리막길 이던것이
갈때는 오르막이라
땀도 삐질삐질 나고
자전거 손잡이에 걸어둔 막걸리 주전자는
페달 밟고 몸을 세워 움직일때마다
주전자 주둥이로 아까운 막걸리를 토내해는데
그렇게 신작로 위에 주전자가 쏟아낸
막걸리가 한 대접은 될 듯 싶어요.
볼은 발그레 해가지고
주전자를 두손으로 움겨 들고
논둑 사이를 달리듯 걸어
아버지에게 가져다 드리면
시원할리 없는
막걸리를 세상 시원한 음료 마시듯
달게 드시고
다시 논일을 하던 아버지 모습이 생각나요.
한때는 사람도 많고
작지만 오밀조밀 여러 종류의 가게가 있던
시골은
이제 젊은이 보다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부분인 곳.
우체국도 사라진지 오래
약국도, 새마을금고도
이불집도, 학교앞 슈퍼도
양조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