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귀신 붙었다고 의심될 만큼 돈에 관해서 더럽고 치졸한 지인이 하나 있어요.
스무살 때부터 평소에 얻어먹기만 하고 밥 한 번 산 적 없고
받아챙기기만 하고 누구 작은 선물 하나 줘본 적 없는 인간이죠.
몇 년 전 오랜만에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한참 자기 집 산 거 자랑, 엄마에게 증여받은 집 자랑을 늘어놓더니
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야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살 수 있다 하더군요.
매번 남한테 받아먹고 입 싸악 닦는 자기의 몰염치를 한두 번 참아온 게 아닌데 그건 괜찮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 건 또 나쁘다는 건가 전 너무 황당했어요.
그러고 생각해보니까 그 지인이 매번 남한테 얻어먹고는 다 먹은 뒤에 품평하고 깎아내리면서 물주 역할을 한 사람을 공격하곤 했더라고요.
마치 니가 사고 싶어서 산 거니까 나한테 뭐 바랄 생각 마라,
돈은 니가 썼지만 내가 너보다 서열이 위다 라는 건 확인하면서 얻어먹느라 깎인 알량한 자존심을 챙기는 듯했죠.
어릴 때는 그 지인이 이상한 게 잘 안 보였어요.
그냥 그 지인이 친구 집에서 자살 기도했던 거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웃기죠, 지 집도 아니고 왜 친구 집에서 자살을 기도했죠?)
부모님 이혼한 거
아빠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거
툭하면 남자와 헤어지고 슬럼프에 빠지는 거
그런 조건들 환경들 때문에 늘 맘에 걸려서 지갑을 열어 챙겨주곤 했죠.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점점 보이더라고요.
살아보니 기브 앤 테이크가 안 되는 인간은 길게 상대하지 말고 딱 잘라버려야 한다는 게요.
저 지인도 결국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팔아서 남의 돈 등쳐먹는 데까지 갔어요.
죽은 아버지 병원비 없다고 우는 소리하는 거 제 사정이 더 안 좋지만 그래도 현금 뽑아 빌려줬다가 저 돈 떼였습니다.
그리고 전에 남자와 헤어지고 하도 우울해하고 위험하게 놀길래
제가 소개해준 곳이 있었는데 그 그룹에서 유부남하고 잠자리하면서 십 만 원 이십 만원 받아먹다가
결국 마지막에 그 무리 사람들에게도 알량맞게 돈 뜯어내고는 피코질하면서 나왔다더라고요.
역겹게 그러고도 아버지 생계를 보살피고 죽음까지 지킨 효녀 코스프레 하고 다녔어요.
지금은 연을 끊었지만 아마 지금은 더 심하게 살고 있을 거 같아요.
미래에 남한테 가오 깎이지 않게 현재에는 열심히 다른 사람들에게 사기 치고 등쳐 먹으며
정말 그 무슨 황당한 심리인지요.
그 지인 눈빛이 이은해랑 아주 흡사한데
무슨 얘기를 해도 기승전 돈으로 귀결되면서 힐끌힐끔 사람 간 보는 눈초리가 정말 소름끼쳐요.
그 눈빛을 뭐라고 표현할까 생각해보다가 돈귀신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돈 없으면 안 되는 세상에서 돈을 좋아할 수 있죠,
근데 돈을 좋아하면 어떻게든 능력을 키워서 돈을 풍족하게 버는 게 건전한 사람들의 심리고 행동이라면
저런 돈귀신이라는 단어가 딱 붙는 돈에 환장하는 인간은
자기 능력 키울 생각은 안 하고 어떻게든 교활하게 사람들을 속이고 등쳐먹을 궁리만 하더라고요.
참 희안한 노릇이에요.
그 지인을 예술하던 스무살 때부터 알아왔던 바로
돈에 점점 미쳐간 그 과정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괴이하고 참담합니다.
돈이 귀신인 건지 세상이 귀신인 건지 인간이 귀신인 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