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자녀없는 맞벌이에요.
길거리에서 보는 젊은 20대 청춘들도 너무 싱그럽고 이쁜데
중고생들은 너무 귀엽더라고요.
점심시간에 잠깐 맨발로 걷는 곳이 있어요.
작은 동산이 있는 곳이고
이곳 바로 옆으로 중학교가 붙어있어요.
맨발로 걸으면서 내려다보면 중학교 운동장이 보이고
점심 시간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데
특히 남학생들이 공차고 놀거든요.
한낮 땡볕에서도 어찌나 신나게 공을 차며 노는지
걸으면서 한번씩 보면서 웃음짓게 되는데
오늘도 열심히 걷는데
운동장에서 우르르 공차고 놀던 애들이
공을 너무 힘있게 차서 철제 담장 옆으로 넘어와
수렁 같은 곳에 빠졌어요.
제가 걷기를 하는 동산과 중학교 사이 작은 수로로 빠진거죠.
애들이 철제 담장에 매달려서 공을 주워와야 한다 하면서
한두명이 철제 담장 위로 매달려 올라가긴 하는데
반대로 내려오긴 너무 위험하고 내려오지도 못할 상황이라
다시 내려가더라고요.
그 순간을 걷다가 잠시 지켜보는데
애들이 무리해서 담장 넘으면 다칠것 같고 안돼겠어서
천천히 소나무 사이 흙길로 내려갔어요
제가 내려가기 시작하니까 애들이 일제히 저를 보면서
공 좀 주워주세요~~ 애절하게 부탁을 해요.
그렇잖아도 그러려고 내려가던 참인데 ㅎㅎ
공이 빠졌다는 쪽 근처에 와서 보니까
그쪽으로 가려면 흙길이 아닌 풀이랑 솔잎 낙엽이 쌓인 곳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바닥에 뭐가 있을지 몰라 살짝 걱정이 되더라고요.
-이쪽으로 내가 내려갈 수 있을까? 하니
우르르 저만 바라보고 있던 학생들이 제가 맨발인걸 보고는
-안돼여~
-안주워 주셔도 돼요~ 괜찮아요~
막 난리에요.
- 아냐~ 갈수 있을 거 같아
그러고서 천천히 조심히 내딛으며 가는데도
그러는 사이에도 애들이 괜찮아요~ 막 이럼.ㅎㅎ
수렁이 좀 낮은데 그 속에 공이 빠져 있어서
그거 꺼내서 손내밀고 있는 학생에게 넘겨주는데
애들이 막
-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그러는 중에 공 넘겨받는 아이 옆에 있는 친구는 또
제가 공을 넘겨주려고 하니까
넘겨 받는 친구에게 야야~ 고개숙여! 막 이러고요.ㅋㅋ
고개숙여 인사하라는 것 같음.
아주 중학생 남자애들 열댓명은 넘는 애들이 우르르 매달려서
막 인사하고 공받아서 신나게 가는데
너~~~무 귀여운 거에요.ㅋㅋㅋ
저때는 참 귀여울때구나 싶었어요.
생각해보면 조카애들도 중학교때 까진 조잘조잘 말도 좀 하고 귀여웠는데
고등학생되고는 말 섞기도 조심스럽고
대학생되고 사회인되고 하면서는 대화 할 기회도 없는데다
조카들도 어렵고 그렇더라고요.
오랫만에 활기차고 귀여운 중학생들과의 일화 였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