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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신나는~ 목소리.

엄마딸 조회수 : 3,163
작성일 : 2023-06-26 11:03:41

산이 많은 시골이 제 친정이에요

조부모님대 부터 가진 것이 없는 집이었던터라

부모님이 정말 많이 고생을 하셨어요

땅뙤기 하나 없는 집,   집도 없는 집이었던터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땅을 갖기가 너무 힘들었던.

부모님은  부모님의 부모님에  자식들, 형제들까지

보살피느라 정말 먹고 살기가 바빴던 상황이었어요.


평생 고생고생 하며

마당 넓은 집 한채 마련할 수 있었지요.


밭은 종중 산소 관리하는 대신 경작을 하며 살았어요.

부모님이 젊으셨을땐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었지만

아버지가  일찍 떠나시고

그후로도 엄마 혼자서 농사 짓고 지내셨는데

여기저기 너무 아픈 곳이 많아 버거운데다

집 옆으로 이어진 길 안쪽

낮은 산속 사이에 있는 밭이 농사짓기에

여간 불편하고 좋지않아

농사 안짓겠다고 자식들과 약속을 하면서도

한해, 한해  뒤로 미루고 미뤘던 것을

올해는 종중 전답 관리하는 사람에게 얘기해서

결정이 된 터라


자식들은 다행이다  했고

엄마는 시원~ 섭섭해 하셨었어요.


그것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큰 결정이었는지

자식들은 다 헤아릴 수 없었어요.

일흔 중반의 나이가 되도록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어떻게든 뭐라도 도움 주려고 손에서 농사를 놓지 않으시고

거기에서 얻어지는 수확물로 해마다 자식들 먹거리를

거의 다 책임지다 시피 하셨고


품앗이며 뭐며 푼돈이라도 벌어서 모아

때마다 손주들 용돈도 주시고

어쩌다 밖에서 외식을 하면 자식들 몰래 밥 값 계산을 미리 하시기도 하고

농산물이든,  식사값이든

뭐라도 자식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셨던 분이라

그럴 수 있는 토대가 되었던 밭을 농사짓지 않는다 결정했을때

얼마나 허탈하셨을지..


그래도 정말 잘하셨다!

속 시원~하다 했는데..


어제 엄마랑 평상시 처럼 안부 전화를 하는 중에

엄마가 아주 신나는 목소리로

" 00아~  엄마 밭 짓게 되었다~!! "  하시는 거에요.


정말 어찌나 신나는 목소리로 말씀을 하시는지

지금껏 엄마의 그런 신나는 목소리는 처음 들었던 거 같아요.


저희 집 앞 

대문만 열면 바로 보이는 밭이 있거든요.

마을 이웃의 밭인데 이제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묵힐 바에야 대신 농사 지으셔도 된다고 얘길 했나봐요.


위치가 너무 좋아서 예전부터 밭 내놓으시면

저희가 사려고 했는데

시골은 농사짓던 어르신들 다 나이드시고 노쇠해지셔서

더이상 농사를 안지어도  땅은 또 팔지 않으세요

자식들도 당장 내려와서 살지 않아도 나중에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매매를 하지 않더라고요.


여튼,

항상 이 밭을 지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밭을

잠깐이라도 농사 지을 수 있게되니

그게 그리 신이 나셨나봐요


그 신나고 행복함이 담뿍 담겨있던 엄마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네요



IP : 121.137.xxx.231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늘은2
    '23.6.26 11:07 AM (14.32.xxx.34)

    어머니가 많이 기쁘셨나봐요
    무리하지 않고 소소히 농사 지으시면
    건강에도 여러 모로 좋을 거예요
    어머니 밭농사 풍년 드시길~

  • 2. ...
    '23.6.26 11:09 AM (175.223.xxx.9)

    하악~~ 어무이~~~
    어떻게든 뭐든 키워 팔아 자식들 뭐라도 주고싶은 마음이
    나이와 체력을 이겨내시네요

  • 3. 원글
    '23.6.26 11:12 AM (121.137.xxx.231)

    저도 다른곳이면 엄마에게 잔소리 했을거고
    엄마도 다른 곳이면 아예 할 생각을 안하셨을텐데
    그 밭은
    정말 대문만 열면 바로 앞이라 항상 부러웠던 밭이었거든요.
    엄마도 동네 언니랑 같이 짓기로 했다고 하시는데
    너무 너무 신나 하시는 거에요.
    아...뭘로 표현하기 힘드네요. 그 목소리.^^;
    그렇게 기쁨에, 행복에 찬 목소리 처음인 것 같았어요.

    그 밭을 좀 오래전에 엄마의 밭으로 만들어 드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늘 아쉽지만 매매할 기회가 없으니..^^;

  • 4. 어무이
    '23.6.26 11:21 AM (1.225.xxx.214)

    아웅...저까지 신납니다^^
    저도 자식에게 그런 부모가 되고 싶어요.

  • 5. ㅇㅇ
    '23.6.26 11:21 AM (211.234.xxx.111)

    왜 눈시울이 시큰해질까요..
    엄마 밭농사 살살 잘 지으시고
    덜 아프시고 효녀 따님과 오래오래 행복하셔요.

  • 6. ...
    '23.6.26 11:24 AM (115.136.xxx.13) - 삭제된댓글

    자식농사 풍년 이루신 부모님이네요.
    글쓴이의 글에서 느껴져요

  • 7. ...
    '23.6.26 11:27 AM (106.102.xxx.49)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수필 같아요. 라디오 사연 보내시면 100% 당첨!

    " 00아~ 엄마 밭 짓게 되었다~!! "

    어머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

  • 8. dfd
    '23.6.26 11:31 AM (211.184.xxx.199)

    원글님 마음 이해할 것 같아요^^
    저도 행복해집니다

  • 9. ㅇㅇ
    '23.6.26 12:05 PM (58.127.xxx.56)

    아~ 저도 기쁘네요!
    어머님 손수 가꾼 먹거리들 자식들 입에 들어갈 생각에 힘든줄도 모르시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농사 지으세요.

  • 10.
    '23.6.26 12:32 PM (106.102.xxx.167) - 삭제된댓글

    그거 노인들 취미생활이에요
    하루아침에 농사일 손에서 놓으시면 허탈하고
    딱히 할일 없으니 무료하잖아요
    익숙한 일 다시 하게 생겼으니 좋으시겠죠.

  • 11.
    '23.6.26 12:54 PM (124.57.xxx.214)

    훌륭한 어머니를 두셨네요. 부러워요.

  • 12. 원글
    '23.6.26 1:20 PM (121.137.xxx.231)

    산속 밭은 못 지어도 집 옆에 아주 작은 텃밭은 짓고 계셨는데
    워낙 작다보니 그동안 지어오던 밭과 비교하면 영 마음에 안차셨을 거에요
    기존에 기본으로 심던 농작물도 못 심고..
    그러던차에 바로 집앞 밭을 지을 수 있으니 얼마나 신이 나셨을지..
    아마 벌써부터 그 밭에 뭘 심을지 다 계획이 되어 있으실 겁니다.^^;

    그냥...그렇게 좋아하시는, 그냥 좋은게 아니라 행복함과 신이 난 그게
    목소리에 다 담겨 나오니 참 뭐랄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재산이 좀 있으셨다면,
    쓰러져가는 집이라도, 밭 하나라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까진 아니어도
    집 근처에 밭 하나라도 우리 밭이었음
    엄마는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엄마는 너무 신이난 목소리셨는데 저는 좀 마음이 그랬어요.

  • 13. ^^
    '23.6.26 1:37 PM (119.71.xxx.223) - 삭제된댓글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원글님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 14. 엉덩이받침대
    '23.6.26 2:59 PM (211.250.xxx.112)

    농사를 편하게 지을수있는 자질구레한 물품들 선물하셔요. 쪼그리고 앉지 않게 엉덩이 받침대 좋아보이던데 하나 사드리세요. 축하드려요..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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