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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족이란

... 조회수 : 947
작성일 : 2023-06-23 09:53:48
뭘까 새삼스러워지는 아침이예요.

아침에 친정 엄마 생활비 때문에 동생이랑 전화했는데요
서로 아끼는 맘은 있지만 5분 통화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끊고 나니 힘들어져요.

엄마가 좀 어른으로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아직도 못 내려놨나 싶고..
각자 자기 얘기할 때는 괜찮은데 말이예요.

어쩌면 제 문제일수도 있고
친정이 남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라서 그런건지...

딸아이도 외가에 상처 받는다는 걸 보면
저나 딸아이나
외롭고
관계를 소중히 하고
마음의 위로와 지지까진 아니어도
만날 때 웃음과 화목을 바라는건가 싶어요.

결혼 전에는 아빠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술 마시고 엄마 괴롭히고 집에 있는 무능한 남자라구요.

근데 결혼하고 아내가 되었다가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와의 관계가 무척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더라구요.
아빠에 대한 인상, 판단, 단정은 엄마로부터 비롯된 것이고요.
혼란스러웠던 건 제가 아빠나 엄마로부터 받은 기억과,
아빠에 대한 엄마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랬었나봐요.

아빤 사람을 좋아하고 없어서 못 도와줬지 정 많고 따뜻한 분이셨어요.
자다가 조근조근 들리는 말소리에 왜 안 자고 있지 하고 다시 잠들었는데요
그게 두 분 간 다투는 부부싸움이었어요.
결혼 전 들은 욕은 아빠가 하던 에이씨 두어번이었고 그것도 아빠가 홧김에 혼잣말로 하는

40대 중반 갑자기 일터에서 밀려났고
진심으로 일했었기에 아빤 마음의 상처가 깊었더라구요.
엄마나 저희가 좀더 아빠를 이해하고 지지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술도 워낙 잘 드셨었고 주사 없었고 일 정확했고
힘들어서 술과 친구했고
다시 일하기 시작하면서 술 끊고

엄마가 아빠를 알콜중독에 무능력자라고 한 건
그렇게 믿어야 엄마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고
이젠 신념이 되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외할아버지와 아빠를 어느 정도 겹쳐보는 거 같기도 하고

엄마도 자식들 부여잡고 산 건 이해되지만
그래서 잘 되면 무슨 문제 있겠어요.
얼마 있지도 않은 재산 날리고
자식들 사이 다 갈라놓고

말로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 하면서
생존 본능이 작동되면 자식이고 남편이고 당신이 우선이예요.

그럴 때 잠깐 기다려주면 엄만 다시 이성을 찾고 현실에 맞춰 살아가셔요.
그걸 못 견디는 동생들은 앞에선 엄마 원하는 거 해드리고
뒤에선 엄마 험담하거나 자기 식대로 단정 짓고
그런 걸 또 제가 못 견디구요.

아빠 장례 땐 생각지 못한 분들이 많이 오셔서 함께 해주셨어요.
연세도 있으시고 지인분들도 거의 돌아가시거나 연락이 끊겨 조용히 치르겠다 생각했거든요.
진심으로 애도하고 보기 힘든 통곡에 아빠와 함께 한 따뜻한 추억도 들려주시고 아 우리 아빠가 이런 삶을 살다 가셨구나 했어요.

그걸 보면서 동생은
엄마 장례 땐 우는 사람은 없겠다 하더라구요

죽음으로 고인에 대한 기억을 미화하는 건 아니에요.
엄마가
아빠와 저에게
내가 차가운 사람이고 사랑을 표현할 줄 몰라 그랬다며 미안하다 하셨거든요.
그랬기에 엄마와 아빠에 대한 마음은 제가 정리할 몫으로 가져갈 수 있어요.

그치만 이 불편감과 씁쓸함 화는 사실이고
엄마나 동생이 들어줄 사람도 아니고
들어줄 수 있게 아직 정리되지 않아
여기 와서 넋두리하고 갑니다.
IP : 222.111.xxx.15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6.23 10:04 AM (173.63.xxx.3) - 삭제된댓글

    가족은 나이들수록 자주 안만나야 할 존재들이죠.
    부모자식도 다 이해관계구요. 요즘은 가족이란 좋을땬
    의지되고 울타리 되는것 같은데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면 다들 피하고 소용없는 사이 되더라구요. 가족이 뭔지 돈이 여유 있고 호호하하 할때나 가족인거 같은...

  • 2. 시간 지나보면
    '23.6.23 10:30 AM (218.39.xxx.130)

    천하의 몹쓸사람으로 각인 된 사람은

    누군가를 입으로 몹쓸사람을 만들어야
    자기 행동의 정당성을 포장하는 누군가의 패악이였음을 알게 될 때..
    그 몹쓸사람은 떠나고 없어서 슬픈 시간. ...한 분이라도 따뜻한 기억이 있어서 다행!!

  • 3. 동생도
    '23.6.23 1:23 PM (211.208.xxx.8)

    엄마 정체에 대해 짐작하고 있으니

    엄마를 못 견디고 해주는 건 자기 몫이에요. 싫으면 해주지 말고

    해줬으면 나한테까지 푸념하지 마라, 듣기싫다 고 분명히 말하세요.

    엄마한테 끌려다니는 건 동생 몫입니다. 들어주지 마세요.

    어머니한테도 마찬가지로 당신이 그렇게 아버지한테 뒤집어씌운 거

    내가 모르지 않는다는 거 표현하세요. 묻어두니 병이 되는 겁니다.

    그게 부담스러워 겉으로 평온하려니 속으로 썩는 거예요.

    미성년자로 부모 집에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할 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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