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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첫생일상 ..잊혀지지가 않네요

ㅎㅎㅎ 조회수 : 7,439
작성일 : 2023-06-10 12:07:55
25년전쯤
결혼하고 몇달후 친정아버지가 입원을 하셨어요
직장 바로 옆이라 출근전 아버지 먼저 보러 갔어요.
당시 신혼집 구할 돈이 없어서 시부모님 얹혀 신혼을 시작할 때였는데
친정아버지가 시부모님 안녕하시지? 하셔서
네 오늘이 시어머님 생신이래요. 라고 대답하니까
갑자기 아버지가 눈이 동그래지셔서
그래서 넌 뭘 하고 왔니?
뭘하긴요...그냥 나왔죠.
라고 대답하자 아버지가 노발대발.
저녁밥도 늘 시어머니가 해놓으시고 저는 설거지만 했던터라 오늘도 그럴거고
봉투에 10만원정도 드릴 계획이라고 말씀드리니
더 노발대발...
당장 시어머니에게 잘못했다고 전화드리고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미역국도 끓이고 밥도 해서
차려 드려라..

그제서야 내가 정말 많이 잘못했나 싶어서 시어머니에게 전화..
아아..어머님..오늘 생신을 맞이하셔서 오늘은 제가 퇴근후 특별히 저녁상을 차려드리겠습니다.
밥도 제가 하고 미역국도 제가 끓여드리죠..
더듬더듬 말하니 
시어머니도 급당황하시더니 어어 그그그러러렴
서로가 완전 당황 어색...ㅎㅎ

그런데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제가 한번도 국을 끓여본적이 없다는거에요.
결혼전까지 계란후라이와 라면외에는 만들어 본적이 없었어요.
지금처럼 외식문화도 없었고
인터넷 레시피도 없고
급히 직장 연세 있는 분에게 미역국 끓이는 법을 종이에 받아 적어 퇴근..

시어머니가 이미 미역은 다 불려 놓으셨고
전 쌀을 씻기 시작...
미역국 끓이기는 종이쪼라기 옆에 놓고 시작..
뭘 모르고 처음이니 자꾸 시어머니에게 물어보고 
진도는 안나가고 
시간은 이미 8시를 넘어가고요
시어머니가 보다보다 못해...
복장 터진다. 그냥 내가 하마
하면서 앞치마 두르시고 순식간에 주도해서 다 하시고
전 보조...

나중에 아버지 퇴원전에 시어머니가 병문안 오셔서 생일상 이야기 하시면서 
두분이 한참을 웃으셨죠. 전 얼굴 빨개지고요.

재작년 작년 두분 연달아 돌아가셔서 참 슬픈 몇년을 보냈어요.
가끔 걷다가 두분이 안 계신다는게 믿기지 않아 눈물 주르르 흐르다가 또 하늘보면 두 분이 절 보고 계실것 같아 눈물 닦고요



IP : 183.98.xxx.31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6.10 12:10 PM (118.235.xxx.133)

    젊은날 추억이네요..
    전 아직 미혼이지만
    저런 며느리 보면서 기특하고 짠하고 귀여웠을 시어머니가 그려지네요.. 서로 그렇게 아끼고 생각해주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 2. 직장
    '23.6.10 12:13 PM (219.249.xxx.53)

    지나고 나서야 그냥 추억하며 웃지만
    정말 좋은 시부모님 이시네요
    같이 사는 것 도 힘든 데
    거기에 직장 다닌다고 해 주는 밥 먹고
    정말 좋은 아버지 시부모님 이세요

  • 3. ..
    '23.6.10 12:13 PM (1.219.xxx.212)

    원글님 글 읽다가
    돌아가신 시어머님 생각나서 눈물나요..

  • 4. 저도
    '23.6.10 12:13 PM (175.113.xxx.252)

    수십년 지난 신혼시절을 돌이켜 보면 철없음에 이불킥을 하고 싶은 추억들이 있어요

  • 5. ㅇㅇㅇ
    '23.6.10 12:13 PM (211.247.xxx.147)

    제가 다 눈물이 나오네요.
    80 바라보는 나이지만 저도 시어머님이
    무척 보고 싶어요.
    원글님 시어머님 그대로이셔서.

    지금도 미국에 사는 시누이와
    옛날 이야기 참 많이 해요.
    좋은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 주신 분이라서..

  • 6. ...
    '23.6.10 12:16 PM (142.116.xxx.168) - 삭제된댓글

    갑자기 눈물 난다 ㅠㅠ
    시부모님은 부산에, 자식들은 다 서울에... 살림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결혼하고
    직장에, 육아에, 시부모에게 용도 조금 부쳐드리고 생일상이니 뭐니 그런거 모르고 살았어요.
    다행히 시부모님 재력있으셔서 오히려 제 생일에 용돈 보내주시고 그랬는데,
    이제 제가 오십 넘어서 작년에 시어머니 보내드리고
    이 글 읽는데 눈물나네요 ㅠㅠ
    왜 그렇게 시어머니가 어려웠을까요.... 저에게 어떤 압력을 주시지도 안았는데,
    그냥 너희가 잘살면 된다,, 오히려 용돈 넉넉히 보내 주시고 그랬는데도
    '시'자가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나봐요 ㅠ

  • 7. 좋은 어르신들
    '23.6.10 12:20 PM (108.41.xxx.17)

    시어머님께서 정말 좋은 분이셨네요.

  • 8.
    '23.6.10 12:25 PM (123.214.xxx.164) - 삭제된댓글

    원글님이 시부모님 그리워 눈물난다고 할 정도면 어떤 분들이셨을지... 가늠이 됩니다. 부럽네요.
    저는 시어머니 첫생일, 저희 신혼집에서 생신상차리라고, 게다가 시댁 일가친척 불러서 신혼 집들이를 겸하라고 해서 20여명을 16평 작은 집에 불러서 혼을 쏙 뺀 경험이
    상이 부족하니 시어머니가 옆집에 가서 상을 빌려오시기까지 ㅠ
    미치고 팔짝 뛰는 일들의 시작을 알리는 거였는데 새댁이라 어버버버...
    세상 시어머니가 제 시모같은 줄만 알다가 여기서 이런 저런 사연 읽으면 참 한숨이 나옵니다.

  • 9. ..
    '23.6.10 12:49 PM (182.220.xxx.5)

    좋은 분들이셨군요. ^^

  • 10. 긴장하고
    '23.6.10 1:18 PM (39.117.xxx.106) - 삭제된댓글

    읽었는데 훈훈한 스토리였네요
    그런 내리사랑이 있어야 마음이 가는건데
    결혼전 라면은 커녕 설겆이도 한번 안해봐서
    요리책놓고 쩔쩔매며 밥을 해놨더니 숟가락 놓으며 이게 국이냐 찌개냐하던 순간부터 얼어붙은 마음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안좋은 일들 억울한 일들만 생각나요
    그런 사람들에게 왜그리 잘하려고만 했는지

  • 11. 가정
    '23.6.10 1:41 PM (118.221.xxx.66)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해요.
    저처럼 거의 고아 비슷하게 자란 사람은,
    보고 배운게 없어서, 이제 나이들어 보니,
    주위 사람들이 정말 많이 참아준듯해서,
    미안한 생각이 들고, 철이 조금드니, 모두 돌아가시거나, 그렇네요.

  • 12. 세분이
    '23.6.10 1:47 PM (14.32.xxx.215)

    다 심성도 좋으시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충만한 분들이었네요
    한분만 삐딱해도 저런 그림 안나오잖아요 ㅠ

  • 13. ..
    '23.6.10 2:44 PM (114.207.xxx.215) - 삭제된댓글

    시어머니는 복장 터질 일 많으셨겠네요.
    보통 음식솜씨가 없으면 외식으로라도 식사대접 하고 용돈 드리고 하는데요.
    하다못해 친구 생일에도 모여서 맛난 거 먹고 선물 주고 그러잖아요?
    보통 며느리가 모르면 아들이라도 자기 엄마 생일 챙기자고 해야 하는 건데...
    시어머니가 며느리 수발 들으며 데리고 사셨으니 속으론 상처도 있으셨겠어요.
    그러면서도 저리 인자하게 포용하시다니 참 좋은 시어머니셨네요.
    원글님 친정 아버님도 좋으신 분이고요.

  • 14. 본문
    '23.6.10 5:28 PM (210.117.xxx.44)

    몇줄읽고 친정아버지 사경헤멜때 본인생일상 고집하는 시모이야기인줄.

    두 사돈이 좋은 분들이시네요.

  • 15. ....
    '23.6.10 6:06 PM (110.13.xxx.200) - 삭제된댓글

    ㅎㅎㅎ 25년전.. 진짜 아득한 옛날이네요.
    스마트폰도 없던시절,..

  • 16. ....
    '23.6.10 6:07 PM (110.13.xxx.200)

    ㅎㅎㅎ 25년전.. 진짜 아득한 옛날이네요.
    스마트폰도 없던시절,..

    같이 살았는데도 안계신 것에 눈물이 흐른다는걸 보니
    정말 좋은 시어머니였나보네요..

  • 17. 저도
    '23.6.10 6:19 PM (175.212.xxx.230) - 삭제된댓글

    글 읽다가 눈물이 왈칵~ 나네요...

  • 18. 저도
    '23.6.10 6:22 PM (175.212.xxx.230)

    글 읽다가 눈물이 왈칵~ 나네요...
    원글님 한동안 마음이 많이 허~하고 쓸쓸하실텐데..
    잘 추스리시길 바래요..

  • 19. 이뽀엄마
    '23.6.11 12:39 AM (218.153.xxx.141)

    친정아버님도 시어머님도 모두 좋으신분이었네요.부럽습니다.혹여 시댁에만 잘할까싶어 불안(?)해 하시던 친정엄마나 오로지 받을줄밖에 모르셨던 시부모님 두었던 처지에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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