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동네 작은 음악회

비오는 날 조회수 : 1,088
작성일 : 2023-05-28 15:40:56
클래식에 대한 앎의 크기는 종잇장 만큼 가벼워요. 코로나 시기, 본래 프리랜서로 일하던 직종에서 벗어나 몇개월 아침 시간 출근하던 시간에 kbs 93.1채널 꾸준히 들었거든요. 이재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신기한게 처음 접한 곡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들으면 알 수 있는, 아~ 하는 곡이었어요. 여튼 벌써 이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시간이 참 좋았다. 라고 기억돼요

동네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작은 음악회가
지난주 저녁에 있었어요. 요즘 본업도 바쁘고 투잡으로 시작한 일도 매주 새로운 컨텐츠도 익혀야 하고 열거하기 힘든 기타등등.. 한가롭게 연주회에 갈 입장(이라 쓰고 팔자라 읽는다) 이 아닌데 그냥 라이브로 좋은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신청해서 갔어요.

여긴 경기도 남부쪽인데 개관한지 3년된 작은 도서관이 있거든요. 관장님이 일을 끝내주게 잘하시는 분이라 작가 초청하는 안목이라든지.. 워낙 탁월하고 추진력이 좋아서 늘 감사하고 응원하고 있어요.

지역 초중학교 위주로 활동하는 5중주 단원이셨는데 주로 익숙한 동요나 가곡위주로 연주하시더라구요. 성악하시는 앙상블분들도 오셨는데 워킹맘도 계셨어요. 제 옆에 아이를 앉히시며 떠들면 안돼! 다짐받고 무대 위에선 최선을 다하는 멋진 모습! 속으로 역시 엄마는 위대하구만! 7~8살되어 보이던데 오지랖 넓은 이 아줌마, 엄마 정말 멋있으시다! 얘기 할까 했는데 아이가 게임에 넘 심취해 있어서 말을 못 건냈네요. ㅋ

연주회가 시작되고
바이올린의 현이 켜지는데
왜 눈물이 나나요 ㅠㅠㅠ
본래 눈물많고 이성보단 감성이 앞서지만
요즘 살아가는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아니 그 흔하다 못해 닳고 닳은
동요'나의 살던 고향은~의 고향의 봄을 들으면서 눈물이 주륵주륵 날 일이 뭐래요. ㅠ
고향떠난 실향민도 아니고 두시간 고속도로 타면 엄마아빠 볼 수 있는 고향에 가는데 막 눈물이 나대요. 저 빠른 78,올해 46인데..

그래서 생각했어요.
아..
요즘의 나는
답이 안나오는 남편에
한달이 채 안남은 약한 큰아이 입대에
성적은 안나오는데 눈은 높은 고3둘째에
골딱골딱 투잡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나 자신에
이 모든 꾸러미에

아름다운것들을 대하면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 받는구나.
제가 하는 일이 어린 아이들을 자주 보는데
어느때 보면 아이들 모습에서 더할 나이 없는 충만함을 느끼거든요. 수업하다가 그냥 너무 예쁘다라는 느낌으로 행복할때가 있어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어요 ;;)

동네 도서관에서의 작은 연주회에서 그 느낌을 다시 느꼈었어요. 마지막 곡은 '나하나 꽃피어' 라는 곡이었는데 본래 시에 곡을 붙힌 곡이라 그 가사가 숨을 탁 막히게 하여 또 눈물이 흘렀네요. 저 뿐만 아니라 주위에 앉은 젊은 분몇몇도 같은 모습이었어요.

거창한게 아니라
문화, 예술의 힘이 이런거 같아요.
위로와 충만을 채워주는 고마움.

비 오는 날
그 날이 떠올라 끄적여 봅니다.
IP : 183.99.xxx.15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이
    '23.5.28 3:48 PM (211.206.xxx.191)

    원래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인거예요.
    삶이 그대를 속이고 바쁘고 걱정이 많으니 여유가 없어
    아름다운 것들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이고.

    걱정은 좀 내려 놓으세요.
    약한 큰 아이도 군대에 가서 규칙적인 생활하며 튼튼해 질 것이고,
    (두 아이 다 제대했어요.)

    남편의 답은 남편이 찾게 내버려 두시고

    눈 높은 고 3은 그 높은 눈에 맞게 대학 갈 것입니다.

    건강하시고 소소한 오늘의 행복을 함께 누리며 살아요.

  • 2. 원글
    '23.5.28 3:53 PM (183.99.xxx.150)

    댓글보니 에구 ㅠ
    따뜻한 말씀, 감사해요. 제 프사가 소소한 일상의 기쁨인데..
    댓글주신 분도 좋은 나날 보내시길요.

  • 3. 아름다운
    '23.5.28 4:24 PM (59.13.xxx.158) - 삭제된댓글

    수필 한편을 읽은거 같아요
    원글님 악기하나 시작해 보셔도 삶이 풍요로워 지실거예요

    저는 아이가 대안학교 다녀서 악기 하나씩 3학년때 시작하고 음악회도 열거든요
    그 계기로 저도 첼로 레슨 받는데 40대가 악기 시작하기 참 좋은 시기라고 생각들었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82976 최재림씨가 동명이인인줄 알았어요 10 스노피 2023/07/08 5,073
1482975 임은정 "尹 특활비, '월성 원전' '울산시장' 사건에.. 12 새금으로인심.. 2023/07/08 2,480
1482974 작사가 김이나씨는 딩크족인데... 40 ........ 2023/07/08 30,083
1482973 지금 윤석열이, 대통령인데 이재명 못 잊는 69 00000 2023/07/08 2,605
1482972 단합대회랍식고 문래동에 띄엄띄엄 2 놀면뭐하니 2023/07/08 1,356
1482971 한국 현대사 참 재밌지 않나요 5 ㅇㅇ 2023/07/08 1,416
1482970 저 다음주에 정말 사치할거에요 24 2023/07/08 7,916
1482969 소개팅 후 26 2023/07/08 5,865
1482968 넷플 셀러브리티 보니까 8 2023/07/08 5,740
1482967 명상 배우고 싶은데, 추천해주세요 4 00 2023/07/08 1,282
1482966 이상호 기자에게 욕설하는 원희룡(고발뉴스 tv) 26 ... 2023/07/08 3,013
1482965 오늘 푸바오 동생본다는 기사가 풍년이네요 4 dd 2023/07/08 2,923
1482964 고속도로 물타기... 이슈를 이슈로 4 매국 풀 가.. 2023/07/08 1,020
1482963 낮잠 안자는 아기 키워보신분? 20 ㅇㅇ 2023/07/08 3,201
1482962 짧은 커트에 원피스 11 시간 2023/07/08 3,775
1482961 대학교 1학년 딸아이가 입문하기 좋을 경제 서적 추천 부탁드립니.. 4 엄마노릇어렵.. 2023/07/08 1,275
1482960 담낭제거와 맹장 7 ㅇㅇ 2023/07/08 1,665
1482959 계란국 육수 뭘로해요? 15 2023/07/08 3,565
1482958 김태희 나오는 최신 드라마 재미있나요? 10 ..... 2023/07/08 3,075
1482957 여성스러운 얼굴이 어떤 얼굴인지 아세요? 26 ... 2023/07/08 9,856
1482956 지인이 다니던 병원을 옮겼는데 이유가 살 빼라는 말 10 건강 2023/07/08 6,406
1482955 미용실에 사람 참 많아요... 1 ... 2023/07/08 3,163
1482954 윤이 문을 싫어하는 이유는 20 ㅇㅇ 2023/07/08 4,244
1482953 맹장염(충수돌기) 일까요?? 12 ... 2023/07/08 1,488
1482952 오늘부터 정리 들어 갑니다. 34일째 8 34일 2023/07/08 2,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