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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이야기 꾼이었어요

기억 조회수 : 3,774
작성일 : 2023-03-05 20:28:18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했다고 해요
엄마가 심부름시키면 그집에서 누가 무슨 말했고 그집안이 어떤 분위기였는지를 자세하게 전해서 엄마가 눈에 본 듯이 알 수 있었다고 해요
동네에, 일하다가 다쳐서 10년 넘게 누워계시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엄마 심부름으로 그집을 자주 갔는데 그집 아주머니가 저만 가면 반가워하시며 방에 들어가 아저씨와 얘기 좀 하다가라고 했어요
아저씨는 늘 이불을 덮고 누워계셨어요
인자한 미소로 저를 맞이했는데 햇빛을 보지 못해 얼굴이 하옜어요
저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쫑알쫑알 그동안 제 주위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어요
학교에서는 어땠고 친구들하고 뭐하고 놀았는지
그동안의 일을 재미나게 얘기 해드렸어요
저에게는 그런 재주가 있었는데 제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 듣는 사람이 마치 그 장소에 있었던 것처럼 현장감 있게 들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아저씨가 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 일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는데
얼마전, 동네분 장례식에서 저보다 두 살 많은 그분의 아들을 만났는데 그 분이 내 어린시절 얘기를 해서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생각해보니, 그집에 들어서면 까치가 울었고(아마도 설 음식 가져다 드린 듯)
아주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늘 이불을 덮고 누워 계신 하얀 얼굴의 아저씨.
그댁에서 사랑받던 초등학생 저의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한번 적어봤어요.
IP : 116.124.xxx.49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3.5 8:33 PM (218.50.xxx.165)

    글도 잘 쓰시네요. ^^

  • 2.
    '23.3.5 8:34 PM (58.231.xxx.14)

    글을 한번 써보세요
    제 2의 조앤롤링이 되실지도^^

  • 3. ..
    '23.3.5 8:34 PM (58.226.xxx.35)

    너무 따듯한 일화네요 말 잘하고 이야기꾼 같은 친구 겪은 적은 있어도 이웃 어른들 앞에서도 붙임성있게 얘기보따리 풀 줄 아는 어린이는 본 적 없었어요 귀한 성품이네요

  • 4. ...
    '23.3.5 8:35 PM (125.177.xxx.181) - 삭제된댓글

    지금이라도 그 능력을 발휘할만한 일을 해보시면...

  • 5. 조잘조잘
    '23.3.5 8:36 PM (223.38.xxx.239)

    얼마나 귀여웠을까요 호호

  • 6. 2아마
    '23.3.5 8:39 PM (223.39.xxx.57) - 삭제된댓글

    참~ 글 잘쓰세요^^

  • 7. 이ㅇ아
    '23.3.5 8:45 PM (223.39.xxx.12) - 삭제된댓글

    참~ 글 잘쓰세요

  • 8. ..
    '23.3.5 8:49 PM (175.116.xxx.85)

    님의 재능이 부럽네요^^

  • 9. 원글
    '23.3.5 8:56 PM (116.124.xxx.49)

    칭찬 감사해요
    예전에는 대가족이라 어른들과 지내는게 자연스러웠던 것같아요
    층층시하에서 엄마는 힘들었겠지만
    증조할머니, 할머니, 고모, 삼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게 복이라면 복이죠
    지금도 어디가면 노인들이 절 좋아하고 잘 도와드리고 그래요^^

  • 10. ㄹㄹ
    '23.3.5 9:10 PM (175.113.xxx.129)

    그 재주 부럽네요
    전 재밌는 얘기도 재미없게 하는지라

  • 11.
    '23.3.5 9:59 PM (221.140.xxx.139)

    김미경 샘이 어릴 때 그랬다던데~

  • 12. 해민아
    '23.3.5 10:37 PM (223.39.xxx.200) - 삭제된댓글

    글 참 잘 쓰시네요~

  • 13. 원글
    '23.3.5 11:20 PM (116.124.xxx.49)

    댓글 주신 따뜻한 님들
    어린시절 기억의 단편을 적었을 뿐인데
    글 잘쓴다는 칭찬을 해주시다니
    고맙고 황송해서 어리둥절
    진짜일까? 막 이러면서 피식피식 웃고 있어요ㅎㅎ
    친가, 외가 모두 대가족이라 지금도 친척들이 정말 많고 그만큼 이야기 보따리도 많아요
    사람들 사는 모양도 가지가지 직업도 가지가지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런데 구슬을 꿰어야 할텐데 글을 길게 엮어가는 제주가 없어요ㅠㅠ
    이렇게 칭찬받는 것 만으로도 정말 행복하고 가슴 벅찹니다.
    귀한 댓글 감사해요.

  • 14.
    '23.3.5 11:39 PM (116.32.xxx.22)

    동네에, 일하다가 다쳐서 10년 넘게 누워계시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엄마 심부름으로 그집을 자주 갔는데 그집 아주머니가 저만 가면 반가워하시며 방에 들어가 아저씨와 얘기 좀 하다가라고 했어요
    아저씨는 늘 이불을 덮고 누워계셨어요
    인자한 미소로 저를 맞이했는데 햇빛을 보지 못해 얼굴이 하옜어요
    저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쫑알쫑알 그동안 제 주위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어요

    좋은 재주네요.

  • 15. soso
    '23.3.5 11:42 PM (1.232.xxx.65)

    따뜻한 이야기 감사해요.
    다쳐서 누워지내는 아저씨.
    이야기 잘하는 재주가 있는 꼬마.
    남편이 적적할까봐 그 아이가 오면 반가워하며
    아저씨랑 얘기좀 하라고 권하는 아줌마.
    간식먹으며 얘기하는 귀여운 아이.
    즐겁게 듣는 아저씨.
    그분에겐 원글님이 바깥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통로였겠네요.
    긴 세월이 흐르고
    아버지에게 얘기를 들려주던 꼬마를 기억하는 그 집 아들.
    짧은 글인데도 상황이 다 그려지고 감동적이에요.

    글 꾸준히 써보세요.
    82에도 자주 쓰시고 브런치도 좋고요.
    웹소설에도 도전해보세요.
    계속 쓰다보면 구슬 길게 엮는 법도
    알게됩니다.

  • 16. . .
    '23.3.6 1:29 AM (118.235.xxx.46)

    글로 쓰기가 뭐하시면
    휴대폰 녹음기 켜놓고 누군가에게 들려준다 생각하시고
    이야기 남겨보세요.

  • 17. ㅎㅎ
    '23.3.7 1:36 AM (61.85.xxx.153)

    유투브 이야기꾼 채널 열면 대박나시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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