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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아들건 정리

ㄱㅂㄴ 조회수 : 1,576
작성일 : 2023-02-27 10:49:55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상?
우종학서울대교수

1. 고등학교 1학년인 어느 학폭 가해자가 동급생 피해자에게 자기 아버지가 검사라고 자랑을 늘어 놓았답니다. 검사는 다 뇌물 받고 하는 직업이고,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고.

영화가 아니라 실화입니다. 그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그 아빠는 이번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입니다. 이 문제로 사퇴했습니다.

2. 피해자는 공황장애로 극단적 시도까지 했지만 가해자는 반성도 하지 않았답니다.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가해자와 검사 아빠는 전학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고 대법원까지 재판을 질질 끌고 갔습니다.

법기술을 이용한 소송전으로 가해자 아들은 결국 그 학교를 1년이나 더 다녔답니다. 피해자 학생이나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반성도 없는 그 당당한 검사와 검사 아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우리 아빠 검사라고 자랑질하던 가해자의 모습을 마주칠 때마다 얼마나 분노하고 괴로왔을 지 눈에 선합니다.

3.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서 취소 소송을 내고 시간을 끄는 방법은 학폭위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법기술로 등장했는데 이제는 일반화되었답니다.

가해자의 검사 아빠가 이렇게 질질 시간을 끌었던 이유는 대학입시에 사용되는 생기부에 학폭 가해자로 처벌받은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법기술자들의 실력이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4. 재판결과, 그 검사 아들 말대로 가해자가 승소하지는 못했습니다. 가해자가 반성도 하지 않는다며 법원은 전학 조치가 정당하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담당교사 진술을 들어보니 가해학생을 선도하려고 해도 부모가 막았답니다. 검사 아빠가 진술서도 코치했을테고 사과도 못 하게 했을 듯 합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심의위원은 이 가해자 학생이 반성하지 않는다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5. 이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된 건 검사 아들의 잘못 때문일까요? 아니면 검사 아빠의 잘못 때문일까요? 국가수사본부장의 사퇴는 자신의 잘못 때문일까요? 아니면 아들의 잘못 때문일까요? 둘 다 포함됩니다만 검사 아빠의 책임이 더 중하다고 봅니다.

6. 일단, 고등학생이 동급생 피해자에게 그런 말을 했다니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우리 아빠 검사라는 거고, 판사랑 친하면 내가 잘못했어도 재판에서 이긴다는 그런 말 말입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너는 나에게 게임이 안돼, 뭐 그런 의미였겠습니다.

검사들은 다 뇌물 받고 일한다고 했다니, 과연 이 학생은 검사 직업을 가진 아빠가 뇌물 받는 걸 자주 본 걸까요? 혹은 검사들은 뇌물을 받는다는 얘기를 아빠한테 들은 걸까요? 하니면 그냥 해본 소리일까요?

7. 우리 아빠 검사다. 네, 자랑할 만도 하겠습니다. 우리 아빠 국회의원, 우리 아빠 재벌, 우리 아빠 병원장, 우리 아빠 유명인... 훌륭한 아빠를 두었다면 자랑해도 됩니다.

하지만 우리 아빠가 검사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도 아빠가 힘을 쓰면 다 해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곤란합니다. 그런 잘못된 특권의식이 싹트도록 자녀를 교육했다면 그 아빠는 결코 훌륭한 아버지가 아닙니다.

8. 물론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많습니다. 드러내지는 않아도, 속으로는 특권의식에 매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공공연히 드러내며 남을 무시하며 언어폭력을 가하고, 더 나아가 그 권력을 이용해 자기 잘못을 덮고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범죄가 됩니다. 잘 나가는 아빠를 둔 것이 오히려 자식을 망하는 길로 인도합니다.

9. 이 가해자가 서울대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입학 당락 결정에 영향도 미치지 않은 표창장이나 인턴 증명서도 유죄로 나온 대한민국이라, 서울대 업무방해 혐의는 없는지 압수수색이 이루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학생을 수업에서 만나면 정말 놀랄 듯 합니다.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대해서 대학생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 잘못된 특권의식과 범죄의식을 내려놓고 훌륭한 인재로 바뀌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청소년 시절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던 못난이에서 세상을 넓게 보고 사회를 품을 수 있는 진정한 인재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10. 하지만 청소년기를 거치며 부모에게 배운 가치관을, 대학이 얼마나 바꾸어 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다같이 잘 살면 좋지만 내가 좀 더 잘 살아야 한다.
2) 남은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면 된다.
3) 남을 짓밟아서라도 내가 잘 살아야 한다.
4) 내가 잘 살려면 남을 짓밟는 건 필수다.

이 중에서 몇 번의 생각을 가지면 건전하고 훌륭한 인재가 되는 걸까요?

부모로 인해 잘못 굳어진 생각들이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며 바뀔 수 있을까요? 과연 대학은 인생을 바꿀 큰 학문을 가르치고 있을까요? 취업준비 전문학교처럼 되어버린 대학에서 말입니다.

11. 그렇게 삐뚤어진 학생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특권의식으로 삐둘어질 가능성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 중에서 실제로 이렇게 삐뚤어진 학생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특권 의식에 쩔어서 법기술로 법망을 피해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학생들 말입니다.

이 질문은, 아빠가 잘 나가는 검사라면 다 이렇게 될까? 뭐 그런 질문입니다. 검사라는 단어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혹은 장관으로 바꾸어도 좋겠습니다.

12.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떤 미래의 인재들을 키워내고 있는 걸까요? 과거에는 과외도 못 받고 학원을 안 다녀봐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고 훌륭한 인재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부모의 재력을 바탕으로 기업형 학원이나 전문가의 도움으로 좋은 대학에 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닙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는 부모를 누가 욕할 수 있겠습니까.

13. 하지만 돈과 권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뿌리깊이 박힌다면, 남을 밟아도 내가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 욕망에 눈이 멀어 있다면, 남을 밟아야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약육강식의 가치관을 갖게 된다면, 그것이 가정교육과 입시교육의 결과라면 과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14. 언론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잘 나가는 중앙지검 검사가 진두지휘한 자기 아들의 학폭 사건 수습 과정이 하나하나 드러나자 국민의 분노가 번져나갑니다. 결국 국가수사본부장 지명자는 사퇴를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사퇴한다고해서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15. 김건희 여사가 생생한 목소리로 조국 장관 사태에 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좀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가 구속시키지 않았을 거라고. 장관직 사퇴했으면 그냥 넘어갔을 거라는 뜻입니다.

정치인들에게는 요직에서 사퇴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겠습니다. 사퇴라는 정치적 결단을 하면, 검찰 수사도 멈추고 언론 재판도 잠잠하게 만들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반대로 물러나지 않으면 검찰과 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16. 이번 국가수사본부장 사퇴도 그렇습니다. 대통령도 빠르게 손절했습니다. 하지만 사퇴하면 이 문제는 정말 끝나는 걸까요? 사퇴는 그저 정치적 해결책일 뿐입니다. 언론이 보도를 중단하고 잊혀지면 다 해결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렇게 삐뚤어진 의식을 가진 인재들이 생산되고 그런 망가진 인재들을 길러내는 권력자 부모들은 그대로 사회에 남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어그러진 인재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잠시 잠잠히 몸을 사릴 뿐입니다.

17. 모든 학생이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권의식에 매몰되지 않은 대학생들은 어떨까요? 아무리 공정을 외친다고 해도, 자신이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는 일에는 침묵하거나 관심도 없다는 우려섞인 시각도 있습니다.

무한경쟁 시대에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는 청년들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습니다. 주변을 돌아볼 새도 없이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도 주목해야 합니다. 끝없는 욕망에 휘둘려 이기심을 무제한적으로 발휘하는 못 되먹은 청년들이라서 그런게 아닙니다.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겪입니다.

18. 도대체 대학교육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미래의 인재상을 갖고 있는 걸까요? 꼬우면 너도 검사해라, 뭐 그런 메세지가 사회에 편만해지는 걸까요? 권력있는 자들은 원래 다 그런거야, 너도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해 봐. 뭐, 그런 목표가 청년들에게 각인되어 가는 걸까요?

개강을 앞두고 생각이 많습니다. 이번 학기 오랜만에 교양과목을 맡아 가르쳐야 하는데,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진정한 배움을 어떻게 전해야 할 지 말입니다. 그냥 기술자처럼 우주나 가르쳐야 할까요?
IP : 1.237.xxx.17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핵심.잔인한현실
    '23.2.27 11:00 AM (218.39.xxx.130)

    1) 다같이 잘 살면 좋지만 내가 좀 더 잘 살아야 한다.
    2) 남은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면 된다.
    3) 남을 짓밟아서라도 내가 잘 살아야 한다.
    4) 내가 잘 살려면 남을 짓밟는 건 필수다. 222222222

  • 2. 좋은글
    '23.2.27 11:13 AM (211.38.xxx.1) - 삭제된댓글

    감사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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