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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쌈 싸먹다 문득 든 희한한 생각..

크게 한쌈 조회수 : 5,960
작성일 : 2023-02-04 15:49:27
어제 돼지고기 구워 쌈싸먹는데요
크게 한 쌈 싸서 입을 있는 힘껏
크게 쫙 벌려 넣고서 오물거리는 순간
아 내가 지구를 삼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안에 한가득 들은 그것은 무엇인가
이 안에 채소와 고기가 있고
밥과 참기름장 안에 소금 후추 참기름
쌈장안에 된장 마늘 참기름 깨
그리고 생마늘과 고추 파채.. 가 있으니
식물 동물이 있고 광물도 있고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지방 탄수화물
영양도 골고루 균형 있게 들었구나!

식물 동물을 키워준 햇볕과 땅이 있고
비와 (물) 바람이 있고
농부의 땀방울이 있고
그 농부를 키워준 부모와 조상이 있고
그 농부를 끝없이 뒷바라지하는 아낙이 있고
그 농부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어린아이가 있고.
.
.
.

이런식으로 생각하니
내 입 벌려 먹는 쌈 하나에
지구가 통째로 들어있는 기분.
입속에 들어가는 동그란 쌈이
마치 동그란 지구가 통째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나는 매번 지구를 삼키는구나
나는 매번 지구와 하나되는구나..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너무나 감사해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ㅠ

내가 뭐 한게 있다고 이렇게 다들
식물 동물 햇님 달님 바람님 땅님..
모두가 자신을 내게 내어주는것인가

난 늘 이렇게 남의 생명을 내안에 넣고 있었구나
그것이 나의 생명력이 되는거였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핑돌고
코끝이 시큰 해졌어요
너무 감사해서요 ㅠㅜ

책 읽을땐 하나도 공감되지 않고
머리로만 이해되더니만
갑자기 크게 한쌈 우겨넣는데
딱 그순간 확 공감되면서 그냥 저절로 알게 되었어요

난 매순간 지구를 삼키고있으니
아니 사실 햇님 달님까지하면 우주를 삼킨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나는 늘 이렇게 밥먹을때마다 지구를 삼키고 있으니
지구와 나는 하나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쌈싸먹다 말고 지구에 감사해서 눈물나기는
정말 머리털나고 처음이네요

제 마음 이해가시려나요..?


IP : 175.223.xxx.67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구
    '23.2.4 3:53 PM (121.186.xxx.202)

    철학적이네요 채식주의자가 생각납니다만

  • 2.
    '23.2.4 3:53 PM (115.136.xxx.33)

    100프로 공감해요.

  • 3. ...
    '23.2.4 3:53 PM (116.36.xxx.74)

    이해합니다. 나도 지구의 일부이고요. 사랑스러우심!

  • 4. 1111
    '23.2.4 3:54 PM (58.238.xxx.43)

    그렇다고 눈물까지 ㅎㅎ

  • 5. 볼빨간갱년기
    '23.2.4 3:56 PM (1.228.xxx.14)

    그게 견성 아닐까요
    늘 충만한 감사와 함께 하시길~~
    저도 그런 경험 해보고 싶어요

  • 6. ...
    '23.2.4 3:56 PM (115.138.xxx.141)

    뭐죠
    몇살이신데 맑으신건데요.
    웰케 귀엽고 예쁘고 다 하세요.
    우리 애가 이런 말 했으면 꼭 안고 볼뽀뽀 했어요.

  • 7. ..
    '23.2.4 3:58 PM (106.101.xxx.62) - 삭제된댓글

    저도 모듬 쌈 사왔는데 먹을 때
    이 글 생각 날 것 같아요

  • 8. ...
    '23.2.4 3:58 PM (115.138.xxx.141)

    그나저나 저녁용 지구를 준비할 시간이네요.

  • 9. 감상적임
    '23.2.4 4:00 PM (218.54.xxx.254)

    그 돼지고기 어떻게 만들어지는 줄 아시나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그 채소들도 다 땅에 제초제, 농약 쳐가며 만드는거고
    현대 사회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도덕적인지 매번 생각하고 따져가며 먹어야되는거라 머리만 아프고 포기 상태에요.

  • 10. ..
    '23.2.4 4:05 PM (218.55.xxx.124) - 삭제된댓글

    그리스신화를 너무 읽으셨네요

  • 11. 영통
    '23.2.4 4:08 PM (106.101.xxx.84)

    MBTI .. N 이신가 보다

  • 12. 우스갯소리로
    '23.2.4 4:09 PM (122.35.xxx.206)

    얼마동안 잉태하셨다가 지구를 낳으시겠네요.
    같은 원리로… 글 읽다가 따라서 ..웃긴 생각 해봤어요.

  • 13.
    '23.2.4 4:12 PM (59.16.xxx.46)

    철학을 깨달으셨네요

  • 14. 함께해요
    '23.2.4 4:18 PM (211.246.xxx.248)

    오~!!! 멋진 생각이네요~~^^

  • 15. 나야나
    '23.2.4 4:19 PM (182.226.xxx.161)

    ㅎㅎㅎ 귀여운 원글님~ 그냥 맛있는거 먹어서 기분 최고~~!!

  • 16. 불이
    '23.2.4 4:19 PM (58.238.xxx.225) - 삭제된댓글

    연기법을 깨달으신 거네요. ㅎㅎ

  • 17. ...
    '23.2.4 4:20 PM (175.112.xxx.89) - 삭제된댓글

    글쓰기 잘하실 거 같은 느낌.
    남다른 발상이 부족한 전
    원글님의 사고력과 글쓰기 실력이 부러운데요.
    상주하던 드라마 작가가 읽고 에피소드로 어딘거에 끼워넣을 수도 있을거 같아요^^

  • 18. ...
    '23.2.4 4:21 PM (175.112.xxx.89)

    글쓰기 잘하실 거 같은 느낌.
    남다른 발상이 부족한 전
    원글님의 사고력과 글쓰기 실력이 부러운데요.
    상주하던 드라마 작가가 읽고 에피소드로 어딘가에 끼워넣을 수도 있을거 같아요^^

  • 19. .....
    '23.2.4 4:21 PM (39.7.xxx.57)

    오 이분 작가 수준이시네요

  • 20. 멋지세요
    '23.2.4 4:23 PM (220.75.xxx.191)

    저는 평생 지구를 한입에 넣은 기분은
    못느낄듯요
    쌈을 안좋아해요 힛

  • 21. ㅁㅇㅁㅁ
    '23.2.4 4:29 PM (125.178.xxx.53)

    먹는 것으로 깨닫는 우리는 82인 ㅋㅋ
    엄지척

  • 22. 숭고한
    '23.2.4 4:33 PM (222.98.xxx.31)

    깨달음이네요.
    입으로만 백 번보다
    몸이 느끼는 어느 한 순간
    내 정신을 깨우치는 거죠.
    님은 지구를 삼킬만 하세요.

  • 23. ㅎㅎㅎ
    '23.2.4 4:43 PM (123.212.xxx.149)

    n이시군요

  • 24. 위대해
    '23.2.4 4:47 PM (58.234.xxx.21)

    그런 쌈을 싸먹을 줄 아는 우리 민족도 새삼대단하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택극기만 봐도 음양오행을 바탕으로한 우주관을 갖고 있는 민족이잖아요
    그래서 쌈도 먹을줄 아는듯....읭? ㅋㅋ

  • 25. 12
    '23.2.4 5:07 PM (175.223.xxx.139)

    훌륭하십니다.
    깨달은자이기도 허고 겸손한 자이기도 하고요.

  • 26. 저요저요!
    '23.2.4 5:10 PM (112.152.xxx.66)

    쌈싸먹어! 하는말이 있죠 ㅎㅎ

    저도 비슷한걸 깨달았어요
    햇살좋은데서 말린 이불 덮는순간
    태양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고있는 이불을
    덮는다는걸 느꼈어요
    순간 세상에 나와 연관되지 않은건
    하나도 없구나~했어요
    저 대단하죠! ㅎㅎㅎ

  • 27. ㅎㅎ
    '23.2.4 5:19 PM (223.38.xxx.16)

    저는 빨갛게 이쁜 달콤한 사과를 먹을때

  • 28. ..
    '23.2.4 6:35 PM (182.220.xxx.5)

    그런 생각 해본적 있는데 쌈싸먹으면서 하는건 귀여우시네요. ㅎ

  • 29. 오오
    '23.2.4 6:38 PM (211.217.xxx.169)

    옳습니다요.

  • 30. 쓸개코
    '23.2.4 6:46 PM (118.33.xxx.139)

    쌈 하나로 얻는 예쁜 깨달음..^^
    원글님 어마어마한걸 삼키신건데요, 맛도 좋았죠?ㅎ

  • 31. ㅡㅡ
    '23.2.4 6:47 PM (211.36.xxx.124)

    죄송하지만 실상은요..
    공장식 축산 검색 해보시면 ㅜㅜ
    요즘 젊은 친구들 비건지향 하는 이들이 엄청 많다죠 ㅜ
    알고 나니까 요즘 고기가 잘 안먹혀요

  • 32. 우와
    '23.2.4 6:50 PM (221.143.xxx.13)

    쌈싸먹다 우주의 진리를 깨치셨군요... 멋지네요
    인간이란, 자연에 깃들여 사는 자연의 한조각일 뿐인데
    그 자연을 장악하려는 오만한 존재죠.
    원글님 같은 깨달음에 이른 인간들로 이 지구가 채워진다면
    지구환경은 아마 지금보다 백만배는 더 좋았을 것 같네요.

  • 33. ...
    '23.2.5 3:44 AM (175.119.xxx.110)

    깨달음이란 그런 것이죠
    원래도 들어 알고는 있던 진리가
    실제로 내게 체득되는것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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