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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히 깨진 과외선생의 넋두리

하소연 조회수 : 4,486
작성일 : 2023-01-30 17:32:31
지금 예비 고2 되는 아이를 중1 부터 과외를 해왔어요.

영어 전 영역을 커버했고 중학교때는 학교 시험에서 100점도 맞았죠.
(경기도 학군지, 가장 내신 빡쎈 학교)
그래도 제가 보기엔 허술해 보였어요. 문법도 복습복습, 쓰기도 쓰고, 쓰고, 또 쓰고요.
근데 아이가 단어를 이상하게 외워요. 영단어는 안외우고 영어 단어 앞 스펠링 하나랑 한글 순서로 외우더라구요. 그러니 단어 실력이 처참합니다. 그래도 단어도 쉬지 않고 해왔어요.

고등학교에 가니 첫 학기에서 3등급을 받더라구요. 나쁘지 않다 생각했죠.
그저 차차 더 나아지겠거니 계속했죠.
근데 그 다음 시험부터는 아주 처참해요.
일단은 여전히 단어 못 외워요. 그러니 모의 고사 문제를 숙제로 내서 무작위로 내용묻는데 그때서야 눈에 들어오는 몇 단어를 조합해서 아주 근사한 스토리를 만들어 냅니다.
물론 답에는 모두 표시가 되어 있지만 그 답이 왜 나왔냐고 물으면, 대답은, 그냥요, 감이 그래요, 다른 건 말도 안되잖아요..이런 식의 대답만 합니다.

그러면 제가 정확하게 내용을 얘기하라고 다그칩니다. 그러면 또 단어 몇 개 조합으로 말을 만들어요. ㅎㅎㅎ

책은 단어책이든 , 모의고사 문제 책이든 아주 깨끗해요. 그냥 내다 팔아도 될 것 같아요.
제가 묻죠. 어떻게 아무 표시 없이 공부를 하느냐고요. 그러면 대답을 안해요.
공부 하는 사람들 책을 아예 갖다가 보여줘도 그 다음에 여전해요.

내신 기간 동안 범위를 공부하는데 아무런 표시도 없어요. 얘는 사장님처럼 의자 뒤로 젖히고 눈으로 봐요. 고개 끄덕끄덕하면서요.
저는 열심히 자료 만들어와서 밑줄, 형광펜 다 사용해서 내용분석부터 단어, 문법, 그리고 변형문제 만들어 공부하고요.
누가보면 제가 학생이고, 얘가 여유있는 전문 영어쌤인 줄 알겠어요.

내신 기간에는 읽고, 또 읽어라, 지문에 너가 모르는 것, 문법 사항 다 쓰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라..이 소리를 정말 수백번 했나봐요. 근데 절대 안하죠. 저와 다급하게 한번 커버하고, 두번 다시 한벙 복습하고, 마지막에 변형 문제 풀고..이렇게 하는 것이 시험 공부에 전부죠.


그러니 시험 성적이 좋겠어요?? 1학년 2학기는 38,48점.

방학 때 단어랑 어법 모의고사만 하자고 했어요.
안합니다. 핑계가, 아빠가 집에 없어서 안했다, 했는데 뒤에 것 외우기 앞에 것 까먹어서 못했답니다.
모의고사 문제는 골라놓은 답이 왜 그 답이 되었는지 대답을 못해요. 모르는 단어를 찾아 읽으라고 하면 단어만 찾고 문제는 읽지 않아요.
답만 표시한 것 아니냐고 하면, 다 읽었는데 까먹었대요. ㅎㅎㅎ

부모님한테 유학하고 싶다고 했다해요. 이 집이 돈은 엄청 많은 집이거든요.
근데 유학은 아무나 가나요?? 영어를 이렇게 못하는데요.

며칠 전 수업에서 두 시간을 애를 족치고 왔는데 새벽에 머리가 넘 아파 깼어요.

정말이지 수백번을 말해도 절대 움직이지 않는 남의 집 아이, 제가 왜 제 건강까지 해쳐가며 이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동안도 몇 번이나 그만두려 했지만, 이 아이 부모님의 의리(?), 그리고 놀면 뭐해 정신으로 버텼는데 이젠 정말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아이에게 난 너한테 졌으니 나는 그만 둔다, 새로운 선생님 구할 때까지는 와주겠다 했더니 새 선생님을 구할 맘이 없네요?

근데 이젠 정말 번 아웃이 와서 정말 과외는 하고 싶지도 않아요. 무기력하구요.
다른 애들에게는 3월 15일까지 못한다했고, 다른 좋은 선생님 찾아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직 중2라서 급하지 않은지 쉬고 재충전 하고 오라네요.

수천번을 얘기하는데도 단 일센치도 움직이지 않는 아이에게 처참히 패배했어요.

깨져서 누운 김에 쉬어 가야겠죠.
IP : 119.64.xxx.21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1.30 5:39 PM (218.157.xxx.216)

    인간이 지긋지긋하죠
    저도 인간 안된것들 우리집 똥개보다 못한것들 (아 그래서 선생 안한다구요!!!! 이걸로 태클걸지마세요)
    보는거 그만두고 다 미쳤다했는데 사립이라도 정교사 그만두는거
    동네 중소기업 다니는데 너무너무 좋아요.
    앉아서 일하는게 좋고 동료들이랑 점심 맘편히 수다떨며 먹는게 좋고
    징징이한테 너는 소중해 힘내 하는거 무한반복 안해서 좋고
    얼토당토않은 상치과목 맡아서 멘붕안와서 좋고
    (그래도 옛날에 하던 가락이 있는데 하면 하죠. 그치만 이게 맞나 회의감 만땅)
    너무너무 좋아요.
    재충전해서 비싼 프리미엄 상위권 과외로 확 돌려버리거나 아님 다른 길 찾으세요

  • 2. 서로를 위해
    '23.1.30 5:40 PM (211.234.xxx.142)

    헤어지는게 낫겠어요.
    걔는 무서운쌤 만나야하겠고
    님은 성실한 학생 만나는게 좋을듯.
    더 빨리 결정했으면 좋았을걸..

  • 3.
    '23.1.30 5:43 PM (220.81.xxx.139) - 삭제된댓글

    원글님 좀 쉬세요 제가 그런 선생이었는데 암3기 진단받고 항암중입니다 스트레스가 치명적이더라구요

  • 4. 휴..
    '23.1.30 5:46 PM (1.227.xxx.55)

    낙생고인가봐요
    진짜 그런 아이는 어떻게 가르치는 게 노하우인지 참 궁금합니다.

  • 5. 원글
    '23.1.30 5:54 PM (119.64.xxx.211)

    같은 학년 여학생 아이는 일주일 한번 수업. 나무랄 데가 어디도 없어요. 모의고사 기출 문제는 이제는 풀 것이 없어서 사설 모의고사로 넘어간지 오래되었구요.
    단어도 여러번 해서 금세 외운다 하고요.
    시험 때는 제가 문제를 넘 많이 만들어야 해서 좀 귀찮더라구요. 그래도 잘해주니 넘 이뻐서 신나게 만들어요.
    읽어라, 마라 잔소리 안해도 당연히 공부해오고, 시험 범위 지문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더라구요.
    비교가 되서 그런지 더 한심해 보여요. 그래도 시험 잘 보게 하고 싶어서 애쓰는데..그럼 뭐하겠어요?? 이렇게 버팅기며 안하는데요.
    그나마 수행 평가는 하네요? 근데 결국은 제가 다 써주다 싶이해요.
    문장 만들고, 내용 확인하고 마지막 문법 고쳐주고 있는데 본인은 뒤러 물러나 핸폰 보고 있어요. ㅎㅎ 선생은 급하고, 아이는 전혀 급하지 않고.
    진짜..
    이젠 괜한 뻘짓 하지 말아야죠. 여자애처럼 그냥 스스로 굴어가는 아이들만 가르치고 싶어요.

  • 6. ..
    '23.1.30 6:03 PM (121.130.xxx.211) - 삭제된댓글

    어찌 4년이나 끌어오셨어요?
    학부모나 학생이 과외선생을 선택하듯 쌤도 학생을 선택할 수 있어요.
    불성실한 아이는 누가 와도 힘들어요.
    그만 끌려 다니시고 다음 과외선생 구할때까지가 아니라 날짜를 못박으세요.

  • 7. ...
    '23.1.30 8:56 PM (68.98.xxx.152) - 삭제된댓글

    쓸데없는 감정 낭비도 하셨군요.
    안하는 애는 얼른 관둬야.
    From 전직 과외선생.

  • 8. ..
    '23.1.30 10:15 PM (182.220.xxx.5)

    그만 하세요. 서로 안맞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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