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 잘 되길 바라"
가상 메신저 대화 내용인데요. 두 번째 문장이 자연스러우셨나요, 아니면 어색하셨나요? '자주 틀리는 맞춤법'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바라/바래', 맞춤법에 따르면 '바라'가 맞고 '바래'는 틀립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바래'로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어떤 이들은 '바라'가 맞는 걸 알면서도 상대방이 어색해 할까봐 '바래'라고 하거나 '바라네' '바랄게' 등 다른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바래'는 왜 틀릴까요. 마음 편히 쓸 수는 없을까요?
◆현재의 맞춤법으로 보면…
'바라다'의 몸통은 '바라'니까 '바라+아 → 바라아'가 되는데요. '아' 소리가 '라'에 합쳐지며 '바라'가 됩니다. 이런 상황은 '가다(→ 가+아 → 가아) → 가'나 '벅차다→벅차' 등에서도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바래, 바래요, 바랄 걸 바래라' 등은 틀리고 '바라, 바라요, 바랄 걸 바라라'가 맞는데요.
고개가 끄덕여지시나요?
◆맞춤법에 허용된 '불규칙'
'하다'에 위 맞춤법을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하다 → 하+아 → 하'?
'하다'는 유일하게 '여 불규칙'이 적용되는 말입니다. 그래서 '하다 → 하+여 → 해' 식으로 변합니다. 이것은 '바래'를 허용하자는 주장의 근거로 자주 나오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다음 말도 비슷한 느낌인데요.
'파랗다, 커다랗다'는 '파랗아(파랗+아)', '커다랗아'가 아닌 '파래, 커다래'로 변합니다. 맞춤법에서 인정하는 'ㅎ 불규칙' 단어들인데요. 관련 설명에는 'ㅎ이 줄고 ~아 대신 ~애가 나타난다'고 적고 있습니다.
'불규칙 용언'을 다룬 한글 맞춤법 제18항은 "그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면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고 돼 있습니다. 대중들의 언어 생활을 반영했다는 건데요. 국립국어원은 "맞춤법이란, 규칙을 먼저 정한 뒤 대중들에게 따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언어 현상을 반영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사람들의 언어 생활 방식이 변하더라도 맞춤법이 앞서서 바뀌기보다 충분한 검증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 많은 사람들의 축복…" 윤종신의 노래 '부디'(1995년) 중 일부,
"같은 일이 생길까 비가 오기만을 또 '바랬어'" 김건모 '빨간우산'(1996년),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 노사연 '만남'(1989년)
약 30년 전에도 '바래' 라는 표현은 쓰여지고 있었습니다.
어제 15일에는 '딴지' '속앓이' 등 13개 단어가 표준어로 인정받은 소식이 있었는데요. '자연스러운 언어 생활'을 위해 긴 시간 원칙에서 벗어난 말에 길을 터주는 것을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주 문제입니다. 다음 중 표준어로 인정된 말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① 사랑이 '뭐길래' 이렇게 힘든 걸까.
② 왜 '맨날' 그런 얘기만 하냐?
③ 내 얘기 좀 찬찬히 들어주길 '바래'
④ '삐지지' 말고 밥이나 먹자
1, 2번은 2011년 복수표준어로 인정되었습니다. '~길래'는 구어적인 표현으로 '~기에'와 함께 표준어이고, 맨날은 만날과 동의어입니다. 4번 '삐지다'는 어제 15일 삐치다와 함께 복수 표준어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