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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모래바람 속, 남녀의 금지된 사랑 - 영화를 보고

영국인 환자 조회수 : 1,379
작성일 : 2022-11-12 14:41:16

영화 채널에서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봤어요 
미세먼지와 흐림이 뒤섞여 모래바람 이는 사막이 배경인 영화에 딱 어울리는 날씨네요 

개봉된지 25년이 지났으니 내용 얘기한다고 스포라고 뭐랄 분은 없으시겠죠 ㅎㅎ
이미 많이 회자된 영화지만 오늘 처음 보게된건데 남주의 우월하고 흔치않은 외모와 분위기가 매우 치명적!!! @@
랄프 파인즈..
금발마저도 누런 사막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애수인지 아련함인지 욕망인지 광기인지 이리저리 섞인 눈빛이 장난 아니고..

뭐 영화를 분석하고 할 능력도 주제도 아니라서 길게 쓸 말은 없지만 인상적인 장면들도 여럿 맘에 남고 감각적인 연출도 맘에 드네요 
하지만 결론은 사막과 랄프 파인즈가 다 한듯한 ㅎㅎ
소유하고 소유당하는걸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남자가 한 유부녀를 사랑하게 된 이후 그 소유욕에 휩싸이는 이야기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 음악과 폭탄…. 부조화스러운 것들이 한 곳에 모인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 
마치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



영화 속 인상깊었던 장면이 몇 있는데 

- 전쟁의 폐허 더미 속에서 살면서 부서지고 기울어진 피아노의 먼지를 털고 짧고 소박하게 연주되던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폐허 속 선율이라 더 부각되고 더 맘에 꽂히는 듯

- 사랑에 빠진 줄리엣 비노쉬를 킵 상사는 오랜 교회에 데려가 천정 가까이 높이 그려진 거대한 벽화들을 구경시켜주는데… 줄에 매달아 그녀를 천정 높이 올려주고 그녀는 벽화를 코 앞에서 가슴 벅차하며 감상합니다 
바닥에 가까운 전쟁 속 비참한 생활 속에서 지나다가 줄에 달려 하늘 높이 끌어올려질 때 저도 같이 올라가는 듯 
다른게 사랑이 아니여…

- 비행기 추락 후 남주인 랄프 파인즈가 다친 연인을 흰 천에 감싸 안고 동굴로 들어가는데 아직 살아있음에도 시신을 덮는 흰 천같이 보였어요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그녀에게 돌아와서 시신이 된 그녀를 다시 안고 동굴 밖으로 나갈 때 그 겹겹의 흰 천은 시신을 싼 천이 아니라 흰 웨딩드레스처럼 보였어요 
시신을 비행기에 태우고 그녀가 바라던 바람부는 언덕으로 데려가주려고 사막 위를 날아가는데 마치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떠나는듯이 보였네요 



꽤 오래된 영화지만 오래된 느낌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영화였네요 
다이안레인의 아름다움과 심리 연출이 돋보였던 ‘언페이스풀’도 생각나고 
흐린 날에 어울리는 영화 한편이었어요^^




IP : 59.6.xxx.6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2.11.12 4:37 PM (211.104.xxx.198) - 삭제된댓글

    처음 개봉했던 그시절에 봤어요
    얼마전에 봤는데 그 시절 몰랐던걸 느끼게 해주네요
    이런게 나이든다는건지...
    그 멋진 랄프 파인즈가 해리포터에도 나온거 아실지?

  • 2.
    '22.11.12 5:11 PM (58.120.xxx.107)

    개봉관서 봤었는데 남자 금발 밖에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요.
    금지된 사랑이었나요? ㅎㅎ
    다시 한번 봐야 겠어요. 원글님 글 보고 다시 보면 더 이해가 잘 될것 같아요.

  • 3. 00
    '22.11.12 5:13 PM (1.232.xxx.65)

    전 남주가 여주를 거부하다가
    남주 방에 찾아온 여주를보고 이성을 잃고
    흰 원피스 입고 서있는 여자의 가랑이에 얼굴을 들이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관계하기 직전에요.
    끌어안는것도 아니고 키스도 아니고
    바로 그부분으로 돌진.ㅎㅎ
    이게 내가 뽑은 명장면임.ㅡ.ㅡ

    그밖에 여주가 넘 늙어보인다는.
    사십대 중후반같아요.
    실제 배우 나이는 당시
    한국나이로 38.인데..퀭한...

  • 4. 점셋님
    '22.11.12 5:20 PM (59.6.xxx.68)

    그렇게 멋진 남자가 얼굴 다 가리고 볼드모트로 나왔었죠
    감독이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화상입은 얼굴보고 맘에 들었나 ㅎㅎ
    쉰들러즈 리스트에서도 나왔었고
    최근에 나이든 모습 보니 제가 다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다 외모 피크인 시절을 지나지만 지나간 것은 다 안타까운 그 마음..

  • 5. 전님
    '22.11.12 5:27 PM (59.6.xxx.68)

    유부녀를 사랑했으니 금지된 사랑 맞죠
    물론 이 영화에서 불륜이 핵심도 아니고 불륜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랑이 앞뒤 가려서 찾아가지는 않으니..
    그냥 저리 멋진 남자, 다듬어지지 않은 눈빛을 하고서는 사막에 서있으니 그 자체로 화보 ㅋㅋ
    바람이 불면 지나온 흔적도 남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가늠하기 어려운 사막, 뜨거워 탈진하고 쓰러지기 쉽고 시시각각 변하는 모래언덕과 돌산은 그들의 사랑이 어떤지 보여주는듯 했어요

  • 6. 00님
    '22.11.12 5:44 PM (59.6.xxx.68)

    그랬나요?
    저는 배로 봤는데
    저에게 명장면은 그냥 랄프 파인즈가 어딘가를 쳐다보는 모든 장면이었어요 ㅎㅎ

    그리고 여주의 퀭한 모습이 저는 오히려 와닿더라고요
    해맑게 유부녀임을 잊고 사랑에 올인하는게 아니라 남편에게 미안하고 신경쓰이고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한켠에 있어서 괴로워하는 그 신경줄의 텐션이 느껴져서…
    이건 다른 얘긴데 인물들의 사파리 스타일 옷들이 맘에 들어서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

  • 7. 제가
    '22.11.12 7:05 PM (61.84.xxx.145)

    넘 좋아하는 인생영화예요
    잉글리쉬 페이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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