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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 교수의 진정한 애도의 글

조회수 : 6,050
작성일 : 2022-10-31 09:48:29
이태원 사태, ‘낭만적 애도’가 아닌 ‘진정한 애도’를>

1. 어제와 오늘 여러 사람으로부터 이메일과 텍스트 메시지를 받았다.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염려하면서 한국인인 '강남순'을 떠올렸는가 보다.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같은 주요 신문들은 물론 내가 매일 보는 NBC 저녁 뉴스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도 한국에 관한 뉴스를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이 뉴스에서도 이태원 사태를 제일 먼저 다루고 있다.

2. 한국 시각으로 10월 30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사망자는 외국인 26명을 포함하여 총 154명이라고 한다. 사망자 중 2명의 미국인이 포함되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질과 나는 서울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이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며 그의 트위터에 바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깊은 애도와 연대의 글을 남겼다. 한국의 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가 여러 가지로 살펴보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메시지만 있을 뿐 아직 찾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3. 이태원 사태를 좀 더 자세하게 알고자 SNS를 살펴보니, ‘지금은 애도만 하고,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자’는 포스팅이 도처에 있다. 이태원 참사의 ‘근원적 원인이 무엇이며 그 사태의 책임은 누구인가’라는 물음 자체를 ‘정치적’이라고 보면서, ‘지금은 애도만 하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정한 애도란 ‘동정의 애도’가 아니다. 오직 슬퍼하고 불쌍해하기만 하자는 것은 어두운 측면을 외면하는 ‘낭만화된 애도’일 뿐이다. 낭만화된 애도는 단지 고통을 당한사람을 동정하는 것에 머물 뿐, 그 죽음과 고통을 야기한 근원적인 원인에는 무관심함으로서, 결국 ‘무책임한 애도’일 뿐이다.

4. ’‘진정한 애도’란 누군가의 죽음과 고통에 슬퍼하는 것만이 아니다. 동시에 그러한 참사를 야기시킨 사건이 ‘왜’ 일어났으며, ‘책임의 소재’는 무엇인가를 세밀하게 조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굳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라는 페미니스트 운동의 모토를 상기할 필요없이, 개인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언제나, 이미 ‘정치적’이다. 여기에서 ‘정치적’이라는 표현은 단지 정당정치의 영역이라는 의미 만이 아니다. 모든 일들에는 특정한 ‘권력’이 개입되며, ‘특정한 관점과 결정’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정한 애도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면밀한 조명, 분석, 그리고 책임의 소재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5. 공권력의 사용과 사회정치적 에너지의 사용은 그러한 결정권을 지닌 사람들의 ‘우선순위’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할로윈 축제가 지난 5년 동안에도 늘 있었고, 올해보다 더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고 하는데, 왜 2022년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는가.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공직에 있는 이들은 무슨 예상을 했던 것인가.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 공관이 아닌 사저에서 출퇴근하면서 매일 700여 명의 경찰을 동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엄청난 경찰들을 동원하게 하는 그 정치지도자의 우선순위 속에 ‘국민’은 안중에 있는가. 그래서 엄청난 인원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이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도 안 되는 경찰이 동원되었는가.

6. 민주사회에서 공권력이란 개인적 이득이 아닌, ‘공공의 이득 (common interest, common good)’을 확대하는 것에 그 우선순위를 두라고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엄연히 공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사저에서 출퇴근하고자 결정했다면, 그 지도자는 공적 결정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 결정이 야기하는 출퇴근 과정에 들어가는 공권력의 ‘낭비’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과 적절한 조처를 취했어야 한다.

7. 한 사회의 공권력이나 공공자원은 언제나 제한되어 있다. 그렇기에 지도자의 막중한 책임중의 하나는, 그러한 제한된 공권력과 공공자원을 어떻게 적절하게 사용하고, 어떤 가치를 적용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가이다. 이태원 참사의 ‘거시적 원인’은 막중한 책임을 방기한 지도자의 공권력 낭비에 따른 것이기도 한다.

8. 서울 시장은 물론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는 ‘한국’이라는 배를 이끌어가는 ‘선장’이다. 그 선장이란 순조로운 항해만이 아니라,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대응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 이태원 사태의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따지는 것은 정치적이니 지금은 애도만 하자’는 접근은 현재와 미래에 제2, 제3의 ‘이태원 사태’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애도’일 뿐이다.

9. 경찰 서장, 시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오직 한 ‘개인’이기만 할 수 없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그 ‘정치적 자리’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진 자리며, 그 권력을 가지고 ‘공공의 이득’을 그 우선순위로 생각해야 하는 ‘공적 책임의 자리’다. 이러한 공적 책임의 거시적, 그리고 미시적 함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는 공권력 사용의 우선순위를 늘 정해야 하는 지도자 위치로부터 스스로 사퇴하고, 공적 삶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 삶을 영위하면 된다.

10. 할로윈 축제가 ‘서구’에서 왔다면서 또는 ‘비기독교적’이라며 이 축제를 즐기려고 간 이들에 대한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비난’은 사태의 핵심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점이다. 또한 지금은 ‘애도만 하자’라는 것도 매우 무책임한 애도다. 막을 수 있었던 죽음과 고통을 방치한 공권력의 문제를 거시적으로 또한 미시적으로 조명하면서, 그러한 참사가 이후에 일어나지 않도록 그 감정적 애도를 확장해야 한다. 따라서 ‘진정한 애도’한 죽음과 고통의 원인을 조명하면서, 그들의 고통과 ‘함께 (with)’ 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는다. 그 고통을 야기한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다층적으로 조명하면서 ‘비판적 문제 제기’를 동시적으로 수반해야 한다.

11. 살아남은 자들은 먼저간 사람들의 삶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다시는 그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비판적 문제 제기를 하면서, ‘책임적 지도자’가 한국 사회를 이끌도록 연대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러한 ‘진정한 애도’—그 애도는 이미 시작되었다.

=========================
** 바이든 대통령의 애도의 트위터
https://twitter.com/POTUS/status/1586484308809744386


IP : 175.119.xxx.110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2.10.31 9:53 AM (211.234.xxx.143)

    속이 다 시원해요

    tv 속 우스운 교수들이나 평론가보다

  • 2. ..
    '22.10.31 9:56 AM (118.221.xxx.98) - 삭제된댓글

    맘카페나 톡방에
    조용히 기도하자.
    정치병 환자들처럼 정치질하지 말자.
    그냥 애도만 하자.
    이런 글이 넘쳐나요.
    그러면 성숙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나본데 진상규명 없는 애도는
    위선입니다.

  • 3. 애도
    '22.10.31 9:58 AM (118.235.xxx.226) - 삭제된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정 슬프지도 않은 인간들이 애도만 하자고 나부랑거리는데에 분노합니다. 길 한복판에서 어이없이 죽은 이들을 생각하면 도대체 왜? 납득할 수없는 현실에 분노하게 되는게 정상이지요.
    게다가 이번 사고는 정말로 행정적인 정치적인 사고였습니다. 사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무엇이, 왜! 이행되지 못했는가 명명백백 밝히고 그 책임자를 처벌하면서 우리의 납득할 수 없는 슬픔과 젊은이들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게 되는 것이지요.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지요.

  • 4. ..
    '22.10.31 9:58 AM (123.214.xxx.120)

    살아남은 자들은 먼저간 사람들의 삶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다시는 그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비판적 문제 제기를 하면서,
    ‘책임적 지도자’가 한국 사회를 이끌도록 연대해야 한다.

    동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5. ....
    '22.10.31 9:59 AM (175.117.xxx.251)

    입에 재갈물리지말고 각자방식대로 애도해야죠.

  • 6.
    '22.10.31 9:59 AM (211.234.xxx.143)

    다른 인간에 대해 가장 존엄하지 못한 태도가
    불쌍히 여기는 거예요.
    나는 아니니, 내 아이 아니니, 다행이다. 하지만 저 아이와 부모는 불쌍하다. 여기서 머무는 게 가장 존엄하지 않은 태도예요.

    그게 spc 사건이건, 세월호건, 학대받는 아이나 동물이건

  • 7. 공감
    '22.10.31 10:01 AM (210.117.xxx.5)

    애도만 하자는건 유족들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유족들은 바랄것.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 8. ……
    '22.10.31 10:03 AM (114.207.xxx.19)

    가족이든 아는 사람이든 갑자기 사건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아니 왜? 어쩌다가.. 라는 의문이 먼저 들지.. 바로 슬프다 안됐다는 감정에 빠질 수는 없어요.
    지인의 죽음을 전했을 때 의문을 갖지 않고 바로 수긍하는 사람들은 보통 범인이거나 사이코패스거나..

  • 9. 애도가 뭔지
    '22.10.31 10:03 AM (59.6.xxx.68)

    모르는 자들이 생색내고 나팔불어요
    애도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마음이 움직이고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건데…
    아프지 않으니까 겉으로 너 빨리 슬퍼하라고 강요하고 강조하는거예요
    내가 애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부풀려 광고하는거예요

    친절한 택시는 손님이 왕이니 우리 택시는 친절합니다 따위 문구 써붙이지 않아요
    그냥 행동으로 보여주죠
    도덕적인 사람은 그냥 생활 속에 실천해요
    쥐박이나 멧돼지처럼 나는 청렴하고 완벽하게 도덕적이라는 개소리는 안하죠

    똑같아요
    애도의 마음도 없고, 죽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없으니 애도만 하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너무나 크게 떠벌이고 다니며 남들에게 애도 안한다고 설치는거예요
    애도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는거죠
    박정희가 북한 노동당원이었다가 세상이 바뀌니 나가서 빨갱이 잡는다고 잡아가두고 죽이고 한 것도 마찬가지

    그래서 애도나 하세요, 정치랑 엮지 마세요~하는 사람들 사람으로 안 봅니다
    애도도 모르고 오히려 정치병 환자들이라고 봐요
    죽음을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 쉴드치는데 이용하며 애도를 들먹이는 악마들인거죠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데 그걸 본인만 모를거라 착각하는 모지리들이기도 하고

  • 10. 공감
    '22.10.31 10:04 AM (112.152.xxx.96)

    진정한 애도에 대해 잘 짚어주셨네요

  • 11. 좋은글
    '22.10.31 10:07 AM (39.7.xxx.67)

    공감합니다.

  • 12. ...
    '22.10.31 10:12 AM (211.36.xxx.124)

    좋은글, 좋은 댓글들도 감사합니다.
    애도만하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가 이거였네요. 강요.


    애도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마음이 움직이고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는건데…
    아프지 않으니까 겉으로 너 빨리 슬퍼하라고 강요하고 강조하는거예요
    내가 애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부풀려 광고하는거예요 222222

  • 13. ㅡㅡ
    '22.10.31 10:14 AM (182.208.xxx.114) - 삭제된댓글

    살아남은 자들은 먼저간 사람들의 삶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다시는 그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비판적 문제 제기를 하면서,
    ‘책임적 지도자’가 한국 사회를 이끌도록 연대해야 한다.22222222222

    개 돼지 처럼 객사한 젊음들이 안타까워
    분하고 분하네요.

  • 14. 애도
    '22.10.31 10:29 AM (211.251.xxx.30)

    진정한 애도’란 누군가의 죽음과 고통에 슬퍼하는 것만이 아니다. 동시에 그러한 참사를 야기시킨 사건이 ‘왜’ 일어났으며, ‘책임의 소재’는 무엇인가를 세밀하게 조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망자의 가족조차도 슬픔에 있더라도 사고의 경위는 알고자 할 것입니다.

  • 15. ㅇㄹ
    '22.10.31 10:48 AM (211.184.xxx.199)

    왜 일어났으며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으면
    그 가족들은 억울해서 어떻게 살아갑니까
    보상금을 받으면 그 억울함이 풀어지나요
    세월호도 마찬가지입니다.

  • 16. ...
    '22.10.31 11:48 AM (116.34.xxx.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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