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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 간호사인데요. 아래 뺨 맞은글 읽다가 생각난거...

음... 조회수 : 3,773
작성일 : 2022-09-13 07:32:24
아래 선생한테 뺨 맞은글에 댓글에

어느분 부모님이 혹시 부당한 일 당하면 학교라도 당장 나오라는 댓글 있던데...

저희 친정이 재력은 있는 편인데 두 분 모두 저학력에 억쎄고 맨날 싸우는 집안 이었어요. 고2말에 가고 싶은 과가 온통 문과더라구요. 고3 올라가자 마자 담임에게 문과반으로 옮겨 달랬더니 애들앞에서 지랄발광을 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뭐 어렵다고...
공부를 좀 하는 편이라 지 실적 하나라도 도움되려고 그런듯. 노골적으로 교감승진해야 한다고 말했으니..

그러니 그때부터 공부가 안됨. 밤10시까지 야자하면서도 머리에 글자가 안들어오고. 이미 재수해서 문과가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진짜 공부 안되더라구요.

그렇게 공부가 안되어도 원서 넣을 시기는 되어 아무데나 넣고 합격하든 말든 재수하려고 지방이었던 우리지역 거점 국립대 간호학과 넣고 합격함

담임이 왜 간호사되려고 하냐고 서울 모여대 식영과 쓰라고(여대 예찬론자)

어짜피 재수할거라 아무생각 없다는 말도 안 나오고..
막상 재수도 못하고...

4년 세월이 흘러 졸업하게 되었고 간호사는 더욱 하기 싫어지고.

하필 해마다 받아주던 자대병원이 그해 안 뽑음

그래서 다들 이고지고 서울로.. 대화가 안 통했던 울 엄마, 역시
다른 부모와 달리 떠나는날도 무심..

현관 열고 짐 들고 막 떠나려는데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하심..

힘들면 바로 내려와. 너 시집 보낼 돈은 있으니까 서울서 힘들면 버티고 있지 말고...


막 시작하는 자식에게 무슨 저런말? 하며 역으로 향했는데

하.. 진짜 너무 힘들더라구요. 원래 하고 싶지 않은 일이어서인지.


그런데 엄마의 그 말이 떠오르는거에요.

아. 맞다. 힘들면 바로 내려오랬지. 울 집 좀 사니까...

평생 엄마를 좋아해 본적이 없었고 깊은 대화도 해본적 없는데

엄마의 그 말만은 신뢰가 가더라구요.

그후 오늘 하루 더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관두고 내려가자.






이런 마음으로 출근, 이게 한달 반복. 두달 반복. 넉달 반복.1년 반복...

그러다가 25년도 더 지난 지금도 서울서 살고 있어요.

만약 엄마가 그때 열심히 해서 승진도 하고 등등 했으면

오히려 폭팔하듯 내 인생 엉망이 되지 않았을까 싶고요.

저도 자식 키우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는 돌아갈수 있는 부모품이 있다는 것이 진짜 중요하네요. 나이 먹으면 부모자리에 배우자, 자산이 대신겠지만요.

서울서 이렇게 자리잡고 사는건 결국 평생 대화 안 통하다 생각했던 우리 엄마덕이었네요
IP : 223.38.xxx.82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운명
    '22.9.13 7:37 AM (211.186.xxx.26)

    간호사가 운명이였네요.
    돌아갈 수 있는 부모품... 저도 알 것 같습니다.

  • 2. 어느분이
    '22.9.13 7:42 AM (106.102.xxx.102)

    해외 장기근무하며 귀국을 원했는데
    월급도 적어지고 국내들어오면 사내 입지가 해외때 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부인이 계속 반대했대요
    기내화장실에서 자살하셨다고 ㅜㅜ
    사람은 누구나 괜찮다 돌아와 라고 해줄 곳이 있어야 하나봐요

  • 3. 129
    '22.9.13 8:20 AM (125.180.xxx.23)

    맞아요.
    사람은 누구나 괜찮다 돌아와 라고 해줄곳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부모님이시네요.

  • 4.
    '22.9.13 8:26 AM (122.36.xxx.14)

    글을 읽으며 imf 간호사 일 것 같다 생각했어요
    원글님 어머님의 힘들면 돌아오라는 말 나름 사랑의 표현이셨네요

  • 5. 그래도 내새끼
    '22.9.13 8:45 AM (211.185.xxx.26) - 삭제된댓글

    가족이 친할 필요는 없다고
    애착만 있으면 된다고 하던데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때 피할 곳이 있다는 것
    참 큰 힘이 되죠
    부모와 연 끊고 사는 저는 항상 마음이 헛헛하네요

  • 6. ….
    '22.9.13 9:32 AM (125.178.xxx.81)

    친정 아버지..
    12명 함께 사는 집으로 시집간다는 저에게 돌아오면 안받아준다고 하셨어요
    참고.. 또 참고… 또 참으며 살아냈지요
    아버진 그말씀을 잊지않고 사셨나봅니다

    먼길 떠나시기 며칠전.. 그때 내가 그말을 안했다면 니가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았을거라고.. 너무 힘들어 돌아오면 받아줄거였는데.. 부모말 거역 안하는 큰딸이라서 그결혼 안한다고 그럴줄 어셨대요 미안하다고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그러시더라구요

  • 7. ..
    '22.9.13 9:32 AM (94.207.xxx.23)

    원글님글 너무 감동적이예요

    갑자기 오징어 게임에서 돌아갈곳이 없다고 했었던 이유미가 생각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8. ㄱㄴㄷ
    '22.9.13 10:34 AM (116.32.xxx.125)

    원글님
    글에 감동이 있습니다

  • 9.
    '22.9.13 10:47 AM (122.37.xxx.185)

    결혼 앞두고 시어머니가 심각하게 못되게 하셔서 결혼 엎을까 말까 고민하던중에 엄마 아버지가 한달만 살아보고 아니면 돌아오라고 했어요.
    사실 식장에 안 갈까 했었는데 착한 시누는 어머니 별난거 자가도 잘 알고 있고 최대한 방패가 되겠다고 했고 남편도 좋은 사람이고 연애도 오래 했었고 여튼 안가본 길이라 일단 결혼식은 했었네요.
    지금 23년째 잘 살아요. 어머니가 한번씩 뒤집어 놨지만 남편도 시누도 좋은 방패가 되어줬고요.
    돌아갈 곳이 있는거 정말 든든하죠.
    참…우리 아버지는 혹시 내가 이혼하면 그참에 해외에서 속편하게 살게 한다고 갈곳도 다 준비해 뒀었어요.

  • 10. 쓸개코
    '22.9.13 11:17 AM (14.53.xxx.108)

    어머님의 한마디가 원글님 힘든 서울살이를 버틸수 있는 힘이 되었네요.
    125님 친정아버지 말씀은 뭉클합니다..
    122님도 그렇고 모두 든든하셧겠어요.

  • 11. 주변에보니
    '22.9.13 2:31 PM (122.37.xxx.108) - 삭제된댓글

    살다가 이혼 사별한 경우
    시집이 아닌 친정에서 외손자들을 공부뒷바라지 하는거 많이 봤어요.
    즉 딸들을 아들만큼 지원해줬던 부모들이 혜안이 있는걸로.

  • 12. 주변에 보니
    '22.9.13 2:34 PM (122.37.xxx.108) - 삭제된댓글

    결혼해서 살다
    이혼 사별하는경우
    외가에서 손자를 지원해 주는게 많이 보이더라구요
    요즘같이 딸들이 노부모 케어를 많이 해주는 때에
    현명했던 부모들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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