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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만나러 가는 길

그게 조회수 : 3,465
작성일 : 2022-09-09 11:30:08
오늘 새벽 4시반에 집에서 나섰는데
아직 길에 있습니다. 시가는 경남인데 아직 1시간 반 더 남았대요.
어머니한테 “어머니 저희 4시반에 나왔는데 10시 도착이래요”하고 전화했다가 “11시 도착이래요”했다가 “12시 도착이래요” 세번 전화했는데 그때마다 우리 어머니 “응 조심히 와!”라고 하시고 별 말씀도 없어요.
늘 무슨 얘기 하면 “너희 형편대로 해!”라고 하시면서 권유도 재촉도 없이 있는 그대로 봐주고 놔두시는 편이시거든요.

저는 이제 20년 좀 안 된 며느리인데, 시어머니한테 타박 한번 싫은 소리 한번 들은 적 없고 친정어머니보다 시어머니를 더 의지하고 사는 편이에요.

태풍 때도 경남이라 걱정하고 전화를 여러번 드렸어요. 다행히 큰 피해는 없이 지나갔는데..벼가 좀 쓰러졌대요. 그래서 제가 “어머니 저희가(남편이랑 큰애 믿고 ㅎㅎ) 가서 세울 테니 허리 아픈데 일하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우리 어머니가 “응 알았어. 너희 오면 할 거는 남겨둘게”라시며 만날 벼 세우러 다니시더라고요.

아버지 돌아가셔서 혼자 되신 지 두 해째인데..팔순 노모가 힘들다 외롭다 소리 안 하시고 논일 밭일 부지런히 다니시고 동네 할머니들이랑 일하러도 가끔 가셔요. 그럴 때는 전화하지 말라고 손에 흙 묻어서 받기 어렵다고 저를 단속하셔요 ㅎㅎㅎ 실은 전화 받으면 일이 처지고 눈치 보여서 열심히 일하려고 그러시는 거거든요. 우리 어머니 남한테 폐 되는 거 싫어하시고. 뭐라도 남한테 더 주려고 하시지 받으려고 하는 분이 아니시라서..:그렇게 날품 다닌 돈은 저희 내려가면 애들 용돈 주시고요 ㅠㅠ

그런데 적다 보니 생각이 난 게 어머니네 동네는 며느리한테 누가누가 잘하는 시어머니인가 약간 할머니들끼리 경쟁 같은 거가 있대요.
“니가 더 잘하냐 내가 더 잘한다”이런 분위기요 ㅎㅎ
그래서 우리 어머니가 좋은 건 아니겠지만 동네 분위기도 참 재밌다 싶어요.

길에서 너무 많이 보냈지만
아제 곧 만나러 갑니다 ^^ 우리 어머니…


IP : 211.36.xxx.135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2.9.9 11:39 AM (39.7.xxx.26)

    너무 좋으신 시어머님과 그걸 알아주는 며느님이시네요.
    두 분이 잘 만나신거 같아요.

  • 2. ㅇㅇㅇ
    '22.9.9 11:40 AM (112.151.xxx.95)

    인품이 훌륭하신 어머니네요.
    그 아드님인 남편도 좋은 사람일 겁니다. 그러니 원글님처럼 마음 따뜻한 부인을 두었을테죠.

  • 3.
    '22.9.9 11:42 AM (115.160.xxx.127)

    저도 그런 시어머니가 되고 싶네요
    그리고 그걸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 고운 며느님이 있어 가능한 관계일 겁니다 누구 하나 욕심 사납거나 만족을 모르고 이기적이면 그런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아요
    결론은 훌륭한 시모와 마음 고운 며느님!! 명절 잘 보내고 오세요

  • 4. 늘푸르른
    '22.9.9 11:49 AM (124.51.xxx.35)

    이런글 정말 좋아요~~
    이제 도착 하셨나요? 행복한 추석 되세요^^

  • 5. 그게
    '22.9.9 12:03 PM (211.36.xxx.135)

    아직 길에 있네요. 어휴 많이 막혀요.
    작은애가 차례상 올린다고 어젯밤에 캐이크를 구워서 가져가는데
    다 녹을 거 같다고 걱정하네요. 도착하면 케잌부터 확인해야겠어요.
    이쁜 말씀들 감사합니다. 모두들 편한 명절 되세요!

  • 6. 화목한
    '22.9.9 12:15 PM (38.34.xxx.246)

    고부관계 너무 보기 좋네요.

  • 7. ㅇㅇ
    '22.9.9 12:31 PM (118.235.xxx.158)

    그 동네 어딘가요

  • 8. ....
    '22.9.9 12:31 PM (180.69.xxx.152)

    이렇게 본 받은 어르신들 자랑글 마니마니 좀 봤으면 좋겠네요....ㅎㅎ

    원글님 가족 어여 도착해서 시모님과 함께 행복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원글님 올라오는 길은 1도 막히지 말아랏!!!!!

  • 9. 시어른께서
    '22.9.9 12:31 PM (59.6.xxx.84) - 삭제된댓글

    훌륭한 자세로 가족들에게 본보기 되시니 집안이 화목하겠습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고 오세요.

  • 10. 닉네임안됨
    '22.9.9 1:09 PM (125.184.xxx.174)

    원글님 복 많은 분이시네요.
    부럽습니다.
    나이들수록 진짜 말은 줄여야해요.

    저희 시어머니 말씀이 너무 많으셔서 어제 정수기 매니저와 상담 할것이 있어 통화 잠깐 했는데 점검하러가면
    바쁜 매니저 붙잡고 본인 아프다는 말을 한시간 이성씩 하신다해서 기겁했네요.

    30년 넘게 하도 징징거리니 친자식들이 돌아서버리더군요.
    중간에서 나만
    죽어나고 있어요.

  • 11. ....
    '22.9.9 1:27 PM (122.36.xxx.234)

    그 마음 알죠. 제 시어머니도 혼자 되신지 10년 넘었는데 늘 뭔가 더 챙겨줄 생각만 하시고 외롭다 어떻다 자식에게 부담 주는 말씀 일체 안 하세요. 다리며 허리며 여기저기 아프신데도 며느리인 제겐 늘 늙으면 다 그렇지 뭐, 걱정 말거라 하시고.
    저희 신혼때부터 지금까지 남편에게 한결같이 하시는 주문이 "인생 안 길다, 쟤(저) 잘 위해주고 니들끼리 재밌게 잘 사는 게 최고 효도다" 하시는 분입니다.
    저는 시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처음 집에 인사드리러 갔을 때 환한 표정으로 "왔나 ~" 하며 현관문 열어주시던 모습예요. 요즘도 그 표정만은 여전한데 몸이 예전같지 않으셔서 아픈 허리에 손 얹고 다리 절면서 나오시는 것 보면 짠하고 슬퍼요ㅜㅜ

  • 12. 어머니
    '22.9.9 1:29 PM (211.212.xxx.60)

    정말 지혜로운 어른이시네요.
    저도 본 받고 싶어요.
    서울에서 오느라 길에서 얼마나 고생할까 안쓰럽겠죠.
    마음예쁜 원글님 시어머니 사랑 듬뿍 받고 오세요.

  • 13. 전생에
    '22.9.9 3:05 PM (1.145.xxx.34)

    나라를 구하신분
    두분 행복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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