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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입장에서

문구점주인 조회수 : 1,747
작성일 : 2022-08-29 18:54:17


문구점에는 매주 물건이 새롭게 들어온다 입구에 진열된 천원짜리 장난감들의 경우 놀랍게도

매주 업그레이드 된 물건이 들어온다 매주 새롭게 바코드를 등록하는 신상품이다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장난감들은 모양과 형태 기능이 매주 바뀌어서 들어온다

나는 상품을 진열하며 도대체 누가 이렇게 디자인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매주 새롭게 만드는 걸까

천원짜리 장난감이 이렇게 매주 발전하고 발전한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 생각하는데

입구에 들어선 아이들은 탄성을 지른다 매번 알아차리고 발견해낸다 우와 이것 좀 봐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며 들어온다 


부모님들 눈에는 다 그게 그거다 부모님은 입구를 빠르게 지나쳐 들어간다


스티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상품이 반복적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열개가 있다면 열개를 다

갖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지난번 상품이 좋다고 많이 받을 필요가 없다 다음번엔 더 좋은 상품이

들어온다 모두들 정말 열심히 사는 것이다 열심히 연구하고 개발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옷갈아 입히는 스티커의 경우는 이번에 8종이 들어왔는데 마트에 가는 스티커는 5천원정도

하는데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이걸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는 것이다

새로운 스티커가 이렇게 많이 나왔다! 문구점에는 늘 똑같은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매번 새롭고 매번 업그레이드 되고 매번 모든 것이 바뀌어 있다

새학기가 되어 새학기준비를 위해 부모님과 문구점에 오는 경우 입장은 같이 하지만 


아이와 부모는

입구에서부터 헤어진다 부모님은 준비물이 적힌 종이를 들고 물품을 구입하고 아이는 입구에서

새로운 상품에 정신을 빼앗긴다 부모님은 아이가 귀찮게 하지 않으니 좋다 부모님도 마음껏

학용품을 구경하며 같이 온 친구나 남편이나 아내에게 '라떼는 말이야'를 하며 추억에 잠긴다

아이가 귀찮게 하지 않으니 쇼핑하기에 너무나 좋다 많은 시간이 흐른다 비극을 잉태한 채

시간은 흐른다 문구점 주인만이 알고 있다



아이는 시간이 많이 흐르면 많이 흐를 수록 갖고 싶은 게 더 많아진다. 


저 새로운 기능의 말랑이도 하나

갖고 싶고 신상 슬라임도 두 개쯤 갖고 싶고 스티커는 진짜 꼭 하나 아니 두개 너무너무 갖고 싶다

아무리 양보해도 이것은 포기할 수 없다 몇 개 안 남았는데 이번에 못 사면 다시 왔을 때 있다는 보장이

없다 간절해진다 드디어 부모님이 계산을 시작하고 아이는 카운터에 와서 기회만 엿보고 있다

용기있는 아이 소심한 아이 부모가 무서운 아이 마음이 약한 아이 온갖 아이가 다 거기에 서서

말할 기회를 기다리다 드디어 입을 뗀다 갖고 싶은 것이 있다고 나는 저것이 없다고

저기 뭐가 있는데 엄마가 가서 좀 봐달라고

아이가 드디어 입을 연다 용기있게 소심하게 걱정하며 염려하며 이미 부모의 반응이 


예견되어 울먹이며

기분좋게 쇼핑을 끝내고 계산하려는 부모는


뭔데. 가보자. 이거 없나. 갖고 싶나. 하나 사라. (따라가서 보고 온다)하기도 하고

뭔데. 또. 너 저거 얼마나 많은데. 됐다. 빨리 하나만 가져온나(가지 않는다)'

뭐. 또. 뭐. 내가 너때문에 진짜 문구점에 못 온다. 너 저거 몇개있는데. 안된다. 빨리가자. 하기도 하고

야야. 공부도 못하는게. 빨리 온나. 너는 맨날 물건만 사가지고 집에 쌓아놓고 엄마 말도 안 듣고

공부도 못 하는게 맨날 사달라는 소리나 하고(갑자기 언성이 높아지며 인신공격)


부모의 반응에 따라 아이의 반응도 달라진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절망적이거나 비참하다.

아이는 운다. 징징대다 운다. 흐느낀다. 떼를 쓴다. 아이가 막무가내인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엄마는. 아빠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가보자. 뭔데. 해주지 않았다.

가보자. 뭔데. 이거 있는거잖아. 아니야? 없는 거야? 새로 나온 거야? 그럼 하나만 사. 해주지 않았다.


뭔데. 가보자. 이거 있잖아? 아니야? 새 거야? 새거가 나온다고 나올 때 마다 살 수는 없는거야.

오늘은 문구를 샀으니 장난감은 다음에 사자. 엄마가 돈을 많이 썼어. 라고 하지 않았다.

뭔데. 아 오늘은 장난감을 못 사. 엄마가 학용품을 산다고 돈을 너무 많이 썼어. 장난감은 다음에 사자.


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는 운다. 정말 오래 구경했고 오래 기다렸고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 


못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 것도 배워야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내 말을 아예 들어주지 않았다.


얼마나 멋진 물건이 있는지 와서 봐 주지 않았다. 그냥 소리만 질렀다.


아. 또 슬라임산다고. 집에 슬라임이 몇갠데. 너는 공부도 안하는게. 하며 갑자기 사람 많은데서

인신공격을 했다. 내 친구들은 저게 다 있는데. 나만 없는데. 다른데서는 찾기도 어렵고 여기 지금

몇 개 안 남았는데. 나는 결국 가질 수 없는데. 그래서 아이가 운다. 절망적이어서. 절망적인데

부모님이 고함을 쳐서. 내 마음을 너무 몰라줘서 나는 운다. 


문구점 카운터에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어떤 용기있는 아이는 엄마에게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스티커 2종을 내내 끼고 다니다 카운터에

올려놓고 엄마와 실랑이를 했다. 그래서 문구점 주인이 살짝 거들었다. 


저거 똑같아 보이는데 주말에

8종이 들어왔어요. 그러니까 너무 갖고 싶을 거예요.


8종 중에서 자기 마음에 너무 드는 2종이 있는 거죠

스티커가 진짜 많이 들어왔어요. 저도 갖고 싶을 정도예요. 그러자 어머니가 아 그런거냐며

2개를 다 사주셨다. 나에게 인사하라고 시키셨는데 아니지. 


사 주셨으니까 어머니에게 인사해야지 했다.

강단있는 아이를 보는 것은 좋다. 


그 아이는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이거 2개 꼭 살거라고 했다.

마음약한 아이를 보는 것은 힘들다. 


마음 약한 아이는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자기 사정을 부모에게

세세히 설명도 못한다. 왜냐하면 마음약한 아이의 부모님들은 아이를 너무 무섭게 다룬다.


너무 무섭게 아이를 다루는 부모는 나도 무섭다.  물건 팔아먹으려고 그런다고 생각할까봐 


저런 말을 하며 끼어들 수도 없다.


아이들이 울며 문구점을 나간다. 문구점 주인은 아이를 도와줄 수가 없다.


그럴 때 생각한다 지금 저 아이의 마음이 어떤 건지 왜 저렇게 우는지 아마 부모님은 모를 거라고.


물건을 사 주지 않을 날에는 문구점에 오래 머무르지 않으면 된다. 빨리 고르고 빨리 나가면 된다.

그러면 아이도 그렇게 마음이 사무쳐지지는 않는다. 오늘 사지 않기로 한 날이다. 하고 입구에서

약속하고 들어오면 빨리 나가면 된다. 그러면 아이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


부모님은 아이가 옆에 안 붙으니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쇼핑했다. 부모님도 나름 즐거웠다.


하지만 아이의 요구는 짜증스러웠다. 갑자기 화를 나게 만든다. 


아이가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을때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님은 없다. 


그랬다가 화를 낸다. 아이가 뭘하고 있는지


보지 않았으면서.



새학기 문구점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구슬프다.


IP : 211.203.xxx.17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2.8.29 6:56 PM (182.227.xxx.114)

    글이 너무 재밌고 좋아요
    좋은 글 감사해요
    자주 글 써주세요

  • 2.
    '22.8.29 7:17 PM (122.40.xxx.7)

    아름다운 글 고맙습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동화같아요.

  • 3. 기다리겠습니다.
    '22.8.29 8:17 PM (122.102.xxx.9)

    그러네요, 뭔데? 가보자, 라고 일단 네 말을 들어준다로 시작하는 게 중요하겠군요. 그 뒤에 따라나오는 부모의 반응을 아이가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뭔데? 가보자라고 일단 부모가 아이 말에 호응을 해주면 아이들이 덜 슬퍼할 것 같아요.
    그리고 꿀팁도 있군요. 과외의 것을 안 사줄거면 문구점 안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여라!

    문구점주인님 다음글 기다리겠습니다.

  • 4. ㅇㅇ
    '22.8.29 8:38 PM (39.7.xxx.237)

    좋은 글 감사합니다

  • 5.
    '22.8.29 8:43 PM (58.228.xxx.28) - 삭제된댓글

    참 길기도 하다

  • 6. ..
    '22.8.29 9:04 PM (112.146.xxx.207)

    58.228. 28

    참 무례하기도 하다. 아무리 익명 뒤에 숨어 있지만 어떻게 저런 말을 낼름 할 수 있을까?
    A4 두 장도 안 될 길이의 글도 못 읽을 인내심이 무슨 자랑이라고.
    이런 사람들이 자기 자식에게는, 아이들에게는
    두꺼운 교과서 다 안 읽는다고,
    읽은 거 외우지 못한다고
    두꺼운 문제집 왜 다 안 풀었냐고 뭐라고 하겠지.

    잡아놓고 정말 길고 지루한 글을 필사 시키고 싶다.

  • 7. ..
    '22.8.29 9:12 PM (58.140.xxx.224) - 삭제된댓글

    저 완전 아이들에게 감정이입해서 읽었어요.
    너무 안타깝고 아리기도 하고
    따뜻하고 감동적이에요.
    와아, 저 문구점 자주 가는데 주인 좀 의식하게 될 것 같아요.
    엄지척!

  • 8. 와..
    '22.8.29 9:18 PM (1.211.xxx.10)

    글이 정말정말 좋네요.ㅠㅠ
    잘 읽었어요~!!

  • 9. ㅇㅇ
    '22.8.29 9:43 PM (58.227.xxx.205)

    힝..눈물나요ㅠ
    에세이 참 자주 읽는데 근래 읽은 글중 제일 생생하며 재밌고 또 슬퍼요ㅠ

  • 10.
    '22.8.29 10:34 PM (58.239.xxx.59)

    작가님 이시죠? 작가님 아니고선 이렇게 글을 잘쓰실수 없을거예요
    아이들 입장이 감정이입되서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 전국의 모든 아이키우는 부모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너무나 감동적인 글 감사합니다 82에서 공짜로 읽기엔 아까운 글입니다

  • 11.
    '22.8.30 3:24 AM (119.67.xxx.249)

    우리동네 빵꾸똥꾸(무인 문구점) 지날 때마다
    꼭 한번씩 들어가서 매번 같은 장난감 구경하고
    사주면 안돼 물어보는 아들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그랬구나.
    매번 달라지는 거구나.
    담엔 같이 구경해 봐야겠어요^^

  • 12. 나이 오십에
    '22.8.30 6:32 AM (59.6.xxx.156)

    어릴 적 문구점으로 돌아간 경험을 해보네요.
    일찍 철들어 졸라보기는 커녕 눈 한 번 못 돌리고 살아온
    제 안의 서러운 아이가 느껴졌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매몰찬 사람인 건 아닌가 되돌아보기도 했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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