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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한 썰 풉니다.(펌)

사랑의 힘 조회수 : 8,203
작성일 : 2022-08-22 12:32:44
오늘 프차에 결혼 썰이 난무하는군요. 분위기에 편승해서 익명의 힘을 빌려 저도 한 번 썰 풀어봅니다.

사실 저는 여자인데 하필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랑에 빠진 남자는 그런 세간에서 선망하는 직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고 소위 레드오션에서 허우적대는 자영업자(?) 같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집안도 학벌도 소득도 솔직히 저보다 뛰어나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네요.

제가 반한 것은 그 사람의 넓은 이해심과 고운 심성이었습니다. 저도 솔직히 결혼 적령기에 사랑 운운 심성 운운 인간성 나부랑이ㅋ 이런 소리 하는 애들은 어지간히 철이 없는 년들이다, 차라리 남자 인물을 보고 말지 쯧쯧 이라고 생각하는 차가운 도시여자 중에 하나였는데ㅋㅋ 저도 제가 이런 남자에게 반할줄은 몰랐던거죠.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 부모님께 남자친구는 무슨 일 하는 사람이고 집은 어떻고 하는 설명을 드렸을 때 예상대로 아빠는 제게 화를 내셨고 엄마는 우셨지요. 그리고 저도 처음에는 부모님께 분노했습니다. 부모님의 그런 반응은 마치 저의 인격을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그로부터 무려 4년 넘게 연애만 하면서 인고의 세월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간에 온갖 일이 다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엄마가 까페에서 남편을 따로 만나 우리 애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제발 헤어져달라고 부탁을 하는 드라마 같은 일도 있었고(물을 뿌리거나 돈을 주시지는 않았고 눈물로 호소하셨다고 하네요 -_-;;; ) 그런 엄마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남편이 일부러 저와 다섯달 정도 헤어진 일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남편은 그 다섯 달 동안 저에게 선을 보라고 권하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실제로 그 다섯달 동안 불같이 선을 보고 그 중에 네 명의 남자가 저에게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자고 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만 저는 아무리 해도 마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하는 말로는 본인은 제가 돌아온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하네요)

결국 저는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다 놓고 엄마와 둘이 밥을 먹는데 엄마가 저한테 질문을 하시더군요.

"너 ○○씨가 그렇게 좋니? 지금은 좋아도 나중에 니 친구들 남편들이 출세하거나 돈 많이 버는 것 보면 후회할 수도 있어. 너는 욕심이 많아서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그런 걸 못견딜꺼야."

그래서 제가 대답을 했습니다.

"엄마,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씨가 그냥 숨만 쉬고 살아만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저는 정말로 ○○씨에게 바라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진짜 황당하다는 눈빛, 내가 졌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정말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그래,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라는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그렇게 다섯달이 지나 저희는 정말 다시 만나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그 시점에는 제 마음 속에 부모님에 대한 분노가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돈오의 시간이 찾아온 듯이, 내가 결혼을 하는데 굳이 왜 우리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한지 다시 되새겨보게 되었습니다.

만일 결혼식에 돈을 많이 들이거나 신혼살림에 부모님 지원을 받아 할 것 같으면 부모님 허락이 필수겠지만, 저희는 결혼식에 돈을 들일 생각도 휘황찬란한 신접살림을 차릴 생각도 없고 우리가 버는 돈으로 소박하게 시작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허락은 있으면 물론 좋은 것이었지만 없어도 어쩔수 없는 그런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부모님께 허락이 아닌 통보를 드리고 결혼을 진행하게 되었고, 저는 특히 노발대발하는 아빠에게는 위로 아닌 위로를 드렸습니다. 저도 아빠가 어떤 사위를 얻고 싶었는지, 나에게 어떤 기대가 있었는지 잘 안다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빠가 나에게 화나는 기분 배신당한 기분 드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이 사람이 제일 중하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드렸습니다.

결국 아빠는 그 날 저에게 3천만원이 든 통장을 주고 연을 끊자고 하셨고 (그 통장의 잔액은 원래 그보다 훨씬 많았지만 인고의 세월 4년 만에 잔액이 아주 많이 줄어있더군요 ㅎㅎ 이 남자랑 결혼할꺼면 돈은 주기 어렵다는 의사의 표현이셨던게죠) 결혼식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포하셨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반대로 그 때부터 난리가 나셔서 (저희가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살림부터 차릴까봐 겁이 나셨다고 합니다) 백방으로 결혼식 준비를 도와주셨습니다. 엄마가 갑자기 눈이 뒤집혀서 온갖 결혼 준비를 정력적으로 해주시는 바람에 저희는 생각보다 그럴듯한 결혼식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ㅎㅎㅎ 물론 아빠도 결혼식에는 결국 오셨고 지금은 신경질 많은 딸보다 무던한 성격의 사위를 더 예뻐하시는 사위사랑 장인이 되셨고요.

이야기가 좀 장황해졌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였습니다.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바라기만 하면 결혼을 하기도,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남편이 숨만 쉬고 살아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고 남편 또한 저의 그런 마음을 무겁고 고맙게 받아들여주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숨만 쉬고 살아만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남편이 어지간한 삽질을 해도 마음이 나빠지지가 않습니다ㅎㅎㅎ

그리고 제가 진짜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제 남편이 너무 잘나거나 착해서라기 보다는, 남들은 한평생 헤매도 마음 바쳐 사랑할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하는데 저는 너무나 운좋게도 적령기에 그런 사람을 딱 만났다는 것입니다. 만일 저도 지금의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면 필시 조건을 보고 결혼을 했을 것이고, 뭐든 열심히 하는 제 성격상 조건보고 결혼 했어도 아마 꽤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했을 겁니다. 다만 지금같은 마음의 평화(결혼한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남편을 보면 마치 길잃은 아이가 엄마를 발견한 듯이 마음이 확 풀립니다)는 조금 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IP : 125.183.xxx.168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야말로
    '22.8.22 12:36 PM (223.38.xxx.247)

    좋은 인연이신거네요
    행복하세요

  • 2. 결혼
    '22.8.22 12:39 PM (222.108.xxx.31)

    결혼한지 몇년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 3. ...
    '22.8.22 12:45 PM (122.34.xxx.35)

    이 글과 위의 "일찌감치 결혼한 여자들은 참 현실을 몰라요 (나는솔로)" 글의 요지와 첫 댓글 패턴이 똑같네요. 마치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 4. ..
    '22.8.22 12:57 PM (118.235.xxx.204)

    별로 와닿지 않는 글이네요.
    성격과 능력을 두루 갖춘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능력안되는 남자는 지능이 낮다는 뜻이라 착한 척은 잠시 가능한데 근본적인 공감지능과 도덕성도 낮아요.
    능력있는 남자가 다 도덕적이라는건 절대 아니구 능력있는 남자들 중에 도덕성 또한 높은 남자를 찾아야한다는거였어요.
    이러면 능력 인성을 갖춘(저는 여기에 키랑 피지컬도 봄) 남자가 흔하냐 못만나면 어쩌란거냐. 이러는 분 계실지도 모르는데 최소 그 두개가 안 갖춰져있는 남자와는 여자는 결혼 아예 안하는게 나아요.

  • 5. ㅇㅇ
    '22.8.22 1:09 PM (61.101.xxx.67)

    능력안되는 남자는 지능이 낮다는 뜻이라 착한 척은 잠시 가능한데 근본적인 공감지능과 도덕성도 낮아요.22222222222 -무한공감

  • 6. 원글님
    '22.8.22 1:15 PM (182.216.xxx.172)

    응원합니다
    저도 원글님 비슷하게 결혼해서
    열심히 한평생 잘 살아내고
    아이들도 다 키워 결혼시키고
    둘이서 여전히 사랑하고 아끼면서
    우리 둘이 얼마나 인생을 잘 살아냈나
    서로 칭찬하고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 7. 공감합니다
    '22.8.22 1:23 PM (218.155.xxx.188) - 삭제된댓글

    저도 비슷한 케이스ㅎ

    능력되고 지능좋고 등등 피지컬까지 되는 남자라고
    내가 끌리지도 않는데 붙잡고 결혼하나요ㅋㅋ
    게다가 전
    그런 뛰어난 남자가 극도 이기적이고 공감 못하고 도덕성도 무려 법대를 나왔음에도 아닌 인간을 많이 봐서..ㅎ

    남편도 제게 그냥 옆에만 있으라고,
    니가 내 옆에 숨만 쉬고 있으면 그거면 된다고 하더라구요.

  • 8. ..
    '22.8.22 1:32 PM (223.38.xxx.71)

    결혼 20주년에도 같은마음이면 인정!!!!!

  • 9. .....
    '22.8.22 1:52 PM (106.241.xxx.125)

    결혼 몇년차이신지 모르겠네요. 아이가 있으신지도.
    둘만 살면 저 정도도 괜찮을텐데 아이가 생기면 완전 다른 세상이 되거든요.

    넓은 이해심과 고운 심성. 키 얼굴 학벌 금전(노후대비 잘 되어있고 저희도 도움 주시는 시부모님과 알아서 잘 사는 형제자매) 다 되는 사람도 분명 있는데요.

    저도 너무 사랑해서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했는데요. 기본적으로는 키 얼굴 학벌 성품 다 잘 알고 결혼했지만 생각보다 금전여유가 더 있으셔서 아주 감사하게 삽니다. 그땐 어려서 잘 몰랐네요.

  • 10. 아깝네요
    '22.8.22 2:05 PM (211.244.xxx.144)

    남의 일인데도....
    부모님가슴에 대못박고 자기 합리화 하시는거예요?
    저도 20년 넘게 살아보니 왜 결혼할때 속물적으로 안따진거에 대한 후회가 있던데,,,,

  • 11. ㅇㅇ
    '22.8.22 2:10 PM (211.234.xxx.59) - 삭제된댓글

    별로 와닿지 않는 글이네요.
    성격과 능력을 두루 갖춘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222222

    펌글이니 할말은 없고 뭐 둘이 좋으면 된거죠

  • 12. ..
    '22.8.22 2:47 PM (223.38.xxx.155)

    디비디프라임에 올라온 건데 원글한테 허락은 받고 올린 건가요?

  • 13. ......
    '22.8.22 4:23 PM (211.49.xxx.97)

    인연입니다.

  • 14. .....
    '22.8.22 5:40 PM (175.223.xxx.60)

    능력안되는 남자는 지능이 낮다는 뜻이라 착한 척은 잠시 가능한데 근본적인 공감지능과 도덕성도 낮아요.
    >> 편견. 개인마다 사정이 다른데 도식적인 매치를 시키나요? 그리고 사람의 근본이란 건 있다고 봐요. 천성적인 부분이요. 그리고 지금 흥하는 자가 나중에 아닐 수도 있고 지금 아닌 자가 나중에 흥할 수도 있는 거구요.
    서로 긍정적인 기운으로 든든하게 결합된 사이면 더 좋아지는 부부들도 많죠. 자식들이 잘 되기도 하고요. 조건 보고 해도 삐걱거리는 사이도 많구요. 물론 반대의 경우들도 있겠구요.
    어쨌든 인연이 되었고 열심히 사는 부부 같네요.

  • 15. 저도
    '22.8.22 10:03 PM (116.34.xxx.24) - 삭제된댓글

    몇년차인지 궁금해요

    저도 비슷하게 정말 사랑만보고 결혼했어요
    올해 십년차이고 남편 인물이 좋은편이라 딸아들 인물도 잘 나온편 특히 아들 아빠 똑닮!♡

    결혼후 남편 일 잘풀려서 전업으로 편하게 눈치안보고 돈 잘쓰고 다니는데 집도 잘 마련했고
    그런데 이제 그 사랑의 애틋감정이 없다 싶기도해요
    남편 일 너무 몰두해서 나한테 신경질도 내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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