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바로 앞에
길다란 철근 다섯 묶음 정도 싣고 가는
1톤 트럭이 있었어요
그 뒤를 몇분 정도 따라가면서
철근을 보다보니
어렸을때 농사짓던 청삼(대마) 줄기가 생각 나더라고요.
여름이면
2미터 정도의 길이로 자란 청삼을 베어 묶어서
가마솥에 푹푹 쪄 놓고 김을 빼서 식힌다음에
저녁밥 먹고 천천히 마을 회관 앞으로 모여서
삼단 한묶음씩 가져다 놓고
쪄진 삼껍질을 슥슥~ 벗겨냈어요
쇠죽냄새 같은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짙은 풀색의
삼껍질을 벗겨내면 하얀 속내가 나오는데
속대를 말려서 땔깜으로 쓰기도 하고
저희처럼 어린 애들은 칼싸움을 하기도 하고
비눗물 만들어서 속이 뚫린 삼대를 적셔 불어
비눗방울을 불어대기도 했고
속대를 삼각형으로 쌓아 말리는데 그 속안에 들어가서
숨바꼭질 하기도 하고.
길다란 철근 묶음을 보니
잘 다듬어진 삼의 단이 생각나고
옛 추억이 떠오르지 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