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저희 동네 통장인데요
어쩌다 통장이 됐습니다.
통장 반장 할 때 그 통장이요.
제가 사는 곳은 젊은 사람들 많이 사는 소형평수 대단지 아파트인데
평일 오전 회의에 참석 가능해야 하고 어쩌고 하다 보니
(다들 평일 오전은 출근해야 하고)
프리랜서인 제가 어어 하다가 하게 됐어요.
월 2회 오전 통장단 회의에 참석합니다. 귀찮긴 하지만 ㅋㅋ
동 돌아가는 상황도 알 수 있고 불편사항 건의도 하고 좋은 면도 있어요.
저희 단지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 받을 때까지
너무나 시간이 하염없이 길었는데 (뻥 좀 쳐서 내려서 커피 마시고 와도 될 것 같은 시간)
건의해서 시간 단축한 후 훨씬 흐름이 나아졌고요. 주민 단톡에서 내가 통장이다 말하진 않지만 내심 뿌듯.
그런데… 같은 동 통장단 회의에 가 보면
동의 30명 가량 되는 통장들 중에서
젊은 사람은 저랑 몇 명밖에 없고 나머지는 죄다 60대 훌쩍 넘는 연령대예요. 70대가 제일 많아 보임.
은퇴 후 시간이 되는 분들이니 그런 걸 텐데요.
우와… 이 분들. 대단해요.
처음에 갔을 땐 정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어요.
동장님 주재 하에 공무원들과 업무 협조 사항 전달이 끝나면 공무원들은 나가시고
통장단 회의가 시작됩니다.
말이 회의지 그때부터 난리도 아니에요.
누군가 말을 하면,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은 누군가가 말을 자릅니다.
마이크를 갖고 말해야 하는데 이게 손에서 손으로 넘어가다가
마음 급한 사람은 마이크 안 받고 그냥 큰 소리로 말해요.
그럼 그게 마음에 안 든 사람은 더 크게 말해요 ㅋㅋ
오늘 처음 가림막 없이 테이블만 놓고 회의했는데
그 전까진 내내 마스크 + 가림막 콤보였죠.
자기 말소리가 이것들 때문에 묻힌다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크게 말하다가 벌떡 일어납니다. 그리고 마스크를 내리고 더 크게 말하기 시작해요.
그럼 옆에선 아이고 통장님 앉으세요, 하고 말리기도 하고
아 이 말은 해야지이~ 합니다 ㅋㅋ
나중엔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은 없어요.
여기서 이 말 하고 저기서 저 말 하고
아니 그거 아니지! 어!
아니이이이~ 그거는 내가 아까 한 말인데에~
시끌시끌시끌시끌
그 와중에 자기 의견이 생긴 또다른 사람들이 옆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삼삼오오 지방방송
자갈치 시장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듯한 시끄러움 ㅋㅋ
일 년쯤 전에 처음 통장 돼서 갔는데 그때 있던 회장이 참 꼰대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이 분은 마이크만 잡으면 말 두어 마디 하다가 바로 그냥 반말로 직진 ㅋㅋ
그리고 본인이 무슨 의견이 있다?
일단 “난 이래!”라고 말한 다음에
“더 말할 것도 없어, 정해, 정해.
정해진 거야.”
합니다.
전 속으로 ‘뭐 저런 꼰대가 다 있어. 웬 반말!’ 하고 반발했죠. 속으로만.
거의 부모님 뻘인 분들 사이에서 가만 앉아 있기만 해도 겁나게 튀는데
튀는 태도나 발언을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몇 달 전에 임기가 다 되어 회장이 바뀔 때 저는 내심 환영이었어요. 저 분 말고 다른 분이 하면 낫겠지.
…웬걸
제가 태어니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심한 꼰대가 조용히 있었던 걸 몰랐어요 ㅜㅜ 새 회장이 선출됐는데
와~ 이 사람 끝내줍니다.
무조건 자기 주장,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말을 하면
“이미 의견 나왔는데(자기 의견) 뭐가 더 필요하냐”
고 합니다. 아예 말문을 막아 버려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질문.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이 통장단 회의에 입회비라는 게 있습니다. 10만 원인데, 들어갈 때 내고 나올 때 받는 거래요.
이걸 모아서 뭐하느냐고 했더니 단체라는 건 운용할 기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걷는 거래요.
그만둘 때 돌려줄 돈이면 어차피 못 쓰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래도 남들 다 냈으니까 내래요.
냈죠.
그래도 이게 왜 필요한지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갑니다.
월 회비도 걷어요.
이건 왜 걷는가 했는데, 회의 끝나고 모여서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래요.
아니;; 밥은 집에 각자 가서 먹으면 되잖아요. 왜 꼭 다같이 으쌰으쌰하며 밥을 먹어야 할까요? 친목 모임이 아닌데?
저는 집으로 직행합니다.
모인 어른들의 면면을 둘러보면
아~ 이거 말고는 사회 생활이 없어서 무료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 회의 끝나고 밥 먹을 때 모인 인원끼리 나누어 내면 되는 거잖아요. 먹은 사람이 먹은 만큼 낸다, 얼마나 합리적인가요.
그런데 그딴 거 없습니다. 무조건 내요 ㅋㅋ
저도 냈죠. 하지만 여전히 이해는 안 가요.
왜냐하면, 이렇게 말하거든요. 돈도 모였는데 식사하셔야죠~ 이거 식사비 써야죠, 오늘 식사하실까요?
이러면서 몰려가요.
식사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돈이 모였으니 소비하기 위해 식사를 한다?
이게 뭐예요.
결정적인 건 오늘.
코로나 거리 두기도 풀렸고 하니 놀러가재요.
7월에 날 잡고 어디로 갈지에 대해 얘기하더군요.
그러더니 놀러가게 되면 비용이 발생하는데
차 대절비, 식비 이렇게 될 거래요. (당연)
그런데 놀러가는 사람들이 얼마씩 걷을 건데
이걸 그 날 사정이 있어서 안 가는 사람들도 나누어 ‘내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회장이!
제 옆자리 아재도 크게 동의하더군요.
단체는 원래 그런 거고,
다 그래야 하는 거고, 중얼중얼.
다른 여자분이 “사정이 있어 못 갈 수도 있는데 왜 내야 하느냐”고 소심하게 항의했어요.
그랬더니 회장이 또 버럭 하면서
그럼 거수해 보자고 하더군요. 이런 건 다수결이야, 하면서.
하나마나 아닌가요? ㅋㅋ 가는 사람이 안 가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데?
가는 사람들 중에 합리적으로 ‘내가 먹은 건 내가 내야지’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한,
‘안 가는 사람도 내라’ 쪽이 우세한 건 당연한 결과.
마치 매우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는, 그러나 실제로는 아닌
이 거수에 의해
‘안 가도 놀러가는 비용 나누어 내라’고 결론이 났어요.
이게 맞나요?
제가 보기에 이 거수의 투표권은
그 날 못, 안 가는 사람들만 가져야 하는 것 같은데요.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누어 낼게’
‘아니야 나는 내기 싫어’
둘 중의 하나를 골라야지,
절대 다수인 ‘놀러가는 사람’들이
비용을 안 가는 사람들에게 전가할지 말지를 투표하는 건 너무 이상한 일이에요.
생각을 해 보고. 너무 불합리하다 싶으면 다음 회의 때 마이크 한번 잡을까 하거든요.
진챠 너무 이상해서 더 못 참아 주겠음 ㅋㅋ
그리고 전 안 놀러갈 거예요.
이런 식으로 꼰대같이 구는데 가고 싶겠냐고요. 부모님 뻘이랑 어울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비합리적인 인물들이라 같이 있기 싫어요.
그런 말 할 일 없겠지만, 너무나 말해 주고 싶은 마음!
1. ..
'22.6.9 1:54 PM (223.38.xxx.130)고생하십니다
프리랜서 라고 하지 마시지2. 참
'22.6.9 1:58 PM (223.62.xxx.154)통장 수당 있어요. 얼마 안 되지만.
마냥 공짜로 일하는(?) 건 아닙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일단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3. 00
'22.6.9 2:00 PM (121.190.xxx.178) - 삭제된댓글식사나 놀러가면 꼰대노인들 수발 들어야할거같아요
저희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공사문제로 회의하는거 들어보니 젊은 사람이 본인과 다른 의견 내면 나이가 몇살이냐로 대응하더군요
그러니 젊은 사람들 서서히 다 빠져나가구요4. 오
'22.6.9 2:01 PM (220.117.xxx.26)대학 신입생 예전 엠티 느낌이요
안가는 사람도 다 내
학회비 다 내
뭐하면 돈내고요5. .....
'22.6.9 2:03 PM (180.224.xxx.208)몸에서 사리 나올 듯.... 나중에 그만두게 되면 마지막 회의 때 한 번 지르고 나오세요.
근데 통장 월급은 얼마인가요?6. coco
'22.6.9 2:05 PM (61.75.xxx.206)통장 하라고 몇년째 그러는데
원글님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걸 보고 알기 때문에 안합니다.
왜 꼭 조건이 오전시간 회의 참여 가능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공무원들 근무시간 안에 진행되야 해서겠지만
생각이 트인 젊은 부류들이 참석할 수 있을라면
오후 6시 이후로 잡아야 겠죠.
그리고 직장 다닌다고 동행정에 관심이 없는것도 안닌데 말이죠...
원글님 얼마되지 않는 수당에도 동행정에 도움 주심에 감사합니다7. 쓸개코
'22.6.9 2:14 PM (218.148.xxx.146) - 삭제된댓글가끔 유튜브에서 제보자들 보는데 아파트 작은 단지도 통장이나 동대표 그런 직을 맡은 분들중
목소리 큰사람들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데 쉽게 해결이 안되더군요.
원글님 꼰대어르신들 사이에서 고생하십니다;8. 쓸개코
'22.6.9 2:15 PM (218.148.xxx.146)가끔 유튜브에서 제보자들 보는데 비슷한 에피소드들이 있어요.
아파트 작은 단지도 통장이나 동대표 그런 직을 맡은 분들중
목소리 큰사람들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데 쉽게 해결이 안되더군요.
원글님 꼰대어르신들 사이에서 고생하십니다;9. 싸움판
'22.6.9 3:14 PM (175.209.xxx.48)그냥 싸움판이네요ㅠ
10. ㅎㅎ
'22.6.9 4:24 PM (211.227.xxx.207) - 삭제된댓글솔직히 제가 님이라면, 돈 안내요 가지도 않는데 뭔 돈을 내나요.
밥먹으라고 걷는돈도 당연히 안냅니다.11. ㅇㅇㅇ
'22.6.9 6:55 PM (223.62.xxx.63)리얼한 묘사. 고구마 오만개 먹은 것 같음요.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