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포 엄마 이야기 >
엠병! 논두렁에 꼴아박히고 나서도 밥을 안쳐야 되니...
밭일도 아니야, 응?
정신없이 자라는 거에~~~~ 덩달아 정신없이 뿌리고 거두고
아이고~~~ 더는 못해 내가(훌쩍)
자기는 밥 먹고 나서 숟가락 딱 놓고
밭으로 가고 공장으로 가면 그만이지만
나는 공장으로 밭으로 쫓아다니면서
집에 수~~~~~~십 번 들락거리면서
가스 불 켰다 껐다
이건 뭐~~~ 빨간 날이 있길 해 뭐가 있길 해?
365일 매일(훌쩍),
교회 다닐 때는 그나마 하루라도 쉬었지
그거 싫어서 교회도 다 때려치운 양반이
나아~~~! 이제 교회 다닐 거에요오!
아휴 진짜 어디가 고장이 났나, 왜 이렇게 땀이 나아? 쯔,,,,,
아휴, 아휴, (수건으로 땀을 닦고 코를 훌쩍이며 ) 휴우......
그때 끝냈어야 했다.
아휴, 엠병 그때 그냥 깨끗하게 돌아섰어야 되는 건데
나 아니면 무슨 여자가 없을까 봐 눈도 못 마주치고 가는 거
그거 안쓰러워서 내가 여태까지 밥을 해다 바치고 앉았다.
내가 공장이면 공장, 밭일이면 밭일, 살림이면 살림 뭐가 됐든 두 가지만 했으면
나이 60 넘자마자 무릎 인공관절 수술하고 뻣대다리가 되서 다리도 제대로 못 굽히지는 않았을텐데
뭔 팔자가 이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일만 넘쳐 나는지.
씽크대 잡부도 좀 대충 쓰지 까다로워서 사람 꼴도 못 봐 내가 뒤치닥거리하게 만들고
심기만 하면 뭔가는 열리니 노는 땅을 못 봐
이거 저거 심어 대는 양반 떔에 진짜 죽을 지경이다.
고집은 또 좀 쎄. 창희 좀 도와주지 그 좋은 기회를 날리고.......
말은 많아도 성건지고 책임감도 있는 앤데
철부지 때 사고 좀 쳤다고 여지껏 사고뭉치 취급을 하고
그래도 가장이라고 역성은 들어주지만
아휴....... 융통성 없고 일 욕심만 많은 양반........
애들은 또 애들대로 서른이 훌쩍 넘은 녀석들이 결혼도 못 하고 있고
몸도 마음도 천 근 만 근이다.
아무튼 우리 딸들만은 사람 찜 쪄 먹는 일 지옥 속에 처박히게 할 수 없지
늦었지만 기정이가 만난다는 사람 한 번 스~~~을~~~쩍 보고 오니
그렇~~~~게 마음이 좋을 수가 없다.
사람이 훤~~~칠하니 반듯해 보이고 속도 좋아 보이고
여자 아낄 줄 아는 남자 같아 어~~~찌 흐뭇한지
걸음이 날아갈 것 같이 시장까지 내쳐 왔는데
순대국집 여자는 대체 무슨 소리람?
미정이가 개를 잃어버렸다고? 펑펑 울면서 지나갔다고?
그때야 깨달았다.
나는 미정이가 숫기는 없어도 무던하고 자기 일 야무지게 하는
든든한 막내로만 여기고 이뻐했는데
미정이가 구 씨가 갑자기 떠났어도
울기는커녕 미운 소리 한 번 안 해서
그리 깊은 사이까진 안 갔나보다 했는데
미정이가 저렇게 속이 상해 다녔는데
그걸 남이 말해 줘야 알다니......
그러고 보면 기정이는 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애라 인정머리 없다 여겼는데
그게 나았던 걸까......
아... 그랬구나......
어렸을 때부터 남들 다 나가놀 때 씽크대 서랍 만들어 주는걸
재밌어서 한다고 평생을 오해한 거구나.......
이렇게 힘든 걸, 꾹 참고 견디는 앤 걸
그저 착하다 대견하다 칭찬만 했구나.
그 여린 속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질 못하고
부모한테 힘들다 소리 한 번 못하고 크게 하다니.......
직장 다니는 애를 주말까지 알뜰히 밭일로 부려 먹다
근본도 모르는 남자랑 정들게 한 내가 죽어야지.
그 이가 일 잘하고 성실해서 내 짐을 덜어주니 그게 너무 고맙고 듬직해서
뭐해 먹고 살았던 인간인지 말리지도 않고
그리 책임감 없이 떠나버릴 놈인지도 모르고......
아휴, 엠병 내가 죽어야지......
아이구 어쩌나 우리 미정이......
...엄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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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16줄까지는 베이비 드라이버 용달 버전 찍다가 논두렁에 꼴아박힌 날 풀어놓은
주옥 같은 넋두리라 죄다 받아 썼구요.
그 이후가 대략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엄마의 속내입니다.
진부한 이야기가 될 듯해 지나치려다
13화 엄마 연기를 보니 또 마음이 울컥해서 그냥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