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

도토리나무 조회수 : 1,491
작성일 : 2022-05-19 12:53:22


우리 엄마는 여섯살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의 초상이 치루어지고 있는

마당의 나무 아래에서

열심히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와서

너는 참 이상하다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고무줄놀이를 하니 라고 해서

여섯살인 엄마는 그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집에서 할아버지와

홀로 되신 엄마와 살았는데

할아버지가 국민학교에 꼭

보내준다고 하셔서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했다

여섯살은 학교에 가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국 학교에 가지 못했다

국민학교에 가기도 전에

여덟살이 되기도 전에

그 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그래서 엄마는 국민학교에

가지 못했다

엄마는 이 이야기를 내가 스무살이 넘고

나서 어느날 해주셨다 그제서야 나는 엄마가

국민학교도 다니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스무살이 넘고서야.

자식은 부모의 삶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이었다. 너무 관심이 없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엄마의 인생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그때로부터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뒤였다

엄마가 떠나시고도 정말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내가 충분히 삶의 희노애락을 다 겪은 후에야

나는 비로소 우리 엄마

그 지혜롭고 다정하고

화내지 않고 스무살의 내가 술을 먹고 버스에서

내리면 언제 내가 올지 모르니까 매일 9시면

버스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지만

한번도 화내지 않고 나를 기다리던 우리 엄마가

사실은 여섯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엄마마저 돌아가실까봐 두려워

매일 새벽 엄마가 물길러 가려고 일어나시면

너무너무 무섭고 싫은데 혹시

그 엄마도 잃을까 두려워

매일 일어나 새벽길을 엄마를 따라가

물길러 오던 아이

결국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

너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고무줄을 하니

참 이상한 아이구나 하는 그 말에 그만 부끄러워

죽음이 뭔지 몰랐을 뿐인데

그만 부끄러워 고무줄놀이를 멈추고

나무밑에 서있던 여섯살 우리 엄마한테

갈 수 있다면 가서 꼭 안아주고 싶다

엄마. 다시는 볼 수 없는 우리 엄마

아버지의 초상날 나무 아래서 고무줄놀이를 하다

혼자 서있었다던 여섯살의 엄마가

떠오르곤 한다 애처롭고 애처로와 눈물이 난다


IP : 220.119.xxx.2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22.5.19 1:03 PM (14.32.xxx.215)

    전 그렇게 따뜻한 엄마가 있었던 원글님이 부럽습니다

  • 2. ㅠㅠ
    '22.5.19 1:04 PM (125.190.xxx.212)

    엄마... ㅠㅠㅠㅠㅠㅠ

  • 3. 행복해야해
    '22.5.19 1:18 PM (211.108.xxx.88) - 삭제된댓글

    난 우리딸에게 내 아픈과거얘기 절대 말 안합니다.
    아이가 감정이입해서 슬퍼할게 뻔하니까요

  • 4. .....
    '22.5.19 1:23 PM (223.39.xxx.249) - 삭제된댓글

    윗님,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굳이 그런 댓글을 이 글에 써야하는지...

  • 5. 아...
    '22.5.19 1:45 PM (118.235.xxx.128)

    눈물나요 ㅠㅠ

  • 6. ^^
    '22.5.19 1:49 PM (118.129.xxx.36)

    마치 짧은 수필을 읽은 듯...
    원글님같은 딸이 계셔서 엄마는 행복했을거예요
    저도 감정이입하며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십시요.

  • 7. 여행
    '22.5.19 2:08 PM (182.221.xxx.9)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로인해 돌아가신 엄마
    되돌아보며 눈물 짓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42539 비가 왔으면 좋겠어요 6 .. 2022/05/19 1,549
1342538 최근에 언플 즐기는 정신나간 여자있잖아요 18 ........ 2022/05/19 3,499
1342537 유펜 대학신문에 한동훈 조카 논문표절 기사 났네요. 17 유펜 2022/05/19 3,552
1342536 제주도 분들 김한규는요~ 8 .. 2022/05/19 1,893
1342535 추앙도 아무나 하는거 아니네요. 10 부쉐론 2022/05/19 3,284
1342534 누구나 다들 힘들때가 있는거죠.. 12 .. 2022/05/19 2,807
1342533 우엉이나 연근이 요즘 나오나요? 3 2022/05/19 1,122
1342532 이승환이 멘토로 나오는 채널 A 청춘스타 곧 시작합니다 10 .. 2022/05/19 1,934
1342531 민영화라고 말하면 고발한다면서요 25 권성동 2022/05/19 1,970
1342530 내신반영한 정시가 젤 공정하다고생각 21 정시 2022/05/19 1,997
1342529 경력단절 된 분들 중 사회복지사 자격증 있는 분 7 .. 2022/05/19 3,084
1342528 ‘발암물질 나왔지만'용산공원, 일단 개방한다 37 2022/05/19 2,785
1342527 초고학년 어휘집, 독해집으로 문해력 좋아진 경우 있나요? 10 김dg 2022/05/19 1,718
1342526 (82CSI) 예능프로그램 제목 좀 가르쳐주세요 2 궁금해죽네 2022/05/19 515
1342525 혹시 니플패치 써보신분~ 8 치킨토크 ㅋ.. 2022/05/19 1,448
1342524 아이폰11 보조 배터리 3 비전맘 2022/05/19 537
1342523 한동훈 친인척 스펙 공동체' 조카 논문, 연세대 검증 책임 7 ** 2022/05/19 2,224
1342522 유방암 삼중음성 잘 아시는 분 얘기 부탁드려요 19 ... 2022/05/19 2,789
1342521 입체동화 이솝이야기 비디오 1 이솝 2022/05/19 695
1342520 59세 다초점소프트렌즈 궁금합니다 8 시술 2022/05/19 1,484
1342519 강아지 잘때 누구랑 자요? 28 ㅇㅇ 2022/05/19 3,731
1342518 민영화의 또 다른 말 6 ㅇㅇㅇ 2022/05/19 933
1342517 화사랑 싸이 넘 잘 어울려요^^ 23 ㅔㅔㅔ 2022/05/19 4,436
1342516 버버리 가방 속 자크 3 자크 2022/05/19 992
1342515 5년뿐일까요..이제 일어서기 힘든 나라 될걸요 29 ㅇㅇ 2022/05/19 3,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