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여섯살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의 초상이 치루어지고 있는
마당의 나무 아래에서
열심히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와서
너는 참 이상하다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고무줄놀이를 하니 라고 해서
여섯살인 엄마는 그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집에서 할아버지와
홀로 되신 엄마와 살았는데
할아버지가 국민학교에 꼭
보내준다고 하셔서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일은 무엇이든지 했다
여섯살은 학교에 가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결국 학교에 가지 못했다
국민학교에 가기도 전에
여덟살이 되기도 전에
그 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그래서 엄마는 국민학교에
가지 못했다
엄마는 이 이야기를 내가 스무살이 넘고
나서 어느날 해주셨다 그제서야 나는 엄마가
국민학교도 다니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스무살이 넘고서야.
자식은 부모의 삶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이었다. 너무 관심이 없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엄마의 인생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그때로부터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뒤였다
엄마가 떠나시고도 정말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내가 충분히 삶의 희노애락을 다 겪은 후에야
나는 비로소 우리 엄마
그 지혜롭고 다정하고
화내지 않고 스무살의 내가 술을 먹고 버스에서
내리면 언제 내가 올지 모르니까 매일 9시면
버스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지만
한번도 화내지 않고 나를 기다리던 우리 엄마가
사실은 여섯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엄마마저 돌아가실까봐 두려워
매일 새벽 엄마가 물길러 가려고 일어나시면
너무너무 무섭고 싫은데 혹시
그 엄마도 잃을까 두려워
매일 일어나 새벽길을 엄마를 따라가
물길러 오던 아이
결국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
너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고무줄을 하니
참 이상한 아이구나 하는 그 말에 그만 부끄러워
죽음이 뭔지 몰랐을 뿐인데
그만 부끄러워 고무줄놀이를 멈추고
나무밑에 서있던 여섯살 우리 엄마한테
갈 수 있다면 가서 꼭 안아주고 싶다
엄마. 다시는 볼 수 없는 우리 엄마
아버지의 초상날 나무 아래서 고무줄놀이를 하다
혼자 서있었다던 여섯살의 엄마가
떠오르곤 한다 애처롭고 애처로와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