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열살아들이 꿈속에선 아직 어린 아기에요.
앳된 얼굴에 복숭아빛으로 볼이 붉은 아이를 귀여워하면서
유모차에 앉혀보니, 바퀴도 크고 손잡이도 익숙하게 손에 잡히는게
너무 좋아서 저절로 신이 나더라구요.
남색의 밤하늘과 드문드문 보이는 별들.
갈까?
하면서 유모차를 끌고 가는데 바퀴가 너무 부드럽게 잘 굴러갑니다.
그러다가 직사각형 모양으로 길고 넓게
구멍이 뚫린 곳을 못봐서 그만 유모차는 그 왼쪽반대편으로 건너갔고
같이 못건너간 저만 힘껏 반대편의 유모차 손잡이를 꼭 붙든채
오른쪽 건너편에서 부들부들 버티고 있는거에요.
그러다가,
아무도 없는 컴컴하고 고요한 그 길가에
오토바이 한대가 순식간에 지나가더니.
뒷편의 집대문을 열고 택배를 전해주는 것 같아요.
"저기요..."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면서 불렀는데
그 아저씨가 담벼락 너머로 저를 힐끔보면서 한다는말이
"이것만 전달해주고 갈께요"
나팔꽃들이 주렁주렁 담벼락너머 핀모습이 보이고
동그란 헬멧을 쓴 아저씨 얼굴이 컴컴한 저녁하늘속에.
멀리 보이고.
아, 힘빠져~~
더 어떻게 버티지..
더 어떻게 버티지..
마지막 숨도 못쉴것처럼 답답해지고 왼편의 유모차손잡이를 꼭 쥔
내손에 힘이 빠지고 ㄱ자로 꺽인 허리가 깊은 구멍의 깊이를 가늠못한채
공포심이 몰려옵니다.
언제온대...언제..
그는 택배를 손에 들고 담벼락너머에서 얼굴만 두리번 거립니다.
내가 저사람이 올때까지 견딜수 있을까.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고,
내가 누운 컴컴한 우리방 천장이 보여요.
꿈이었던거에요.
너무 생생한 꿈. 유모차 바퀴가 너무 잘굴러가서,
너무 편안하게 잘가고 있던 꿈..
하루종일 생각나고, 정말 죽음의 공포를 절벽에서 느낀만큼
실감나요..개꿈인거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