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옷값 논란
2022.03.31
김정숙의 옷값이 논란이 되자 국힘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청와대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난리를 치며, 김정숙의 옷값으로 특활비 1조를 썼느니, 2억대의 브로치를 했다느니 하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마구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문재인이 실정을 많이 했고 김정숙의 꼴을 보기 싫더라도 사실관계에 기반한 합리적인 비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1. 청와대의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데 특수활동비가 공개하면 그건 특수활동비가 아니죠. 더구나 청와대의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저도 행정법원이 왜 그런 판결(청와대 특활비 공개)을 했는지 의아합니다. 제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나 사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2. 까르디에 호랑이 브로치가 2억, 샤넬에서 디자인한 한글 문양의 재킷은 수억대로 김정숙의 옷값으로 1조가 들었다는 주장까지 있는데, 이는 최순실이 독일에 300조를 은닉했다는 안민석의 개소리나 박근혜가 미용에 2천억을 썼다고 한 추미애의 주장과 비슷합니다. 그냥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인데도 이게 먹히는 게 우리 사회 현실입니다.
호랑이 브로치를 제작한 디자이너가 직접 올린 글을 보면, 그 브로치의 세트 소매가격은 50~100만원 정도라고 하고, 샤넬 재킷은 빌린 것으로 샤넬측이 김정숙이 입은 옷이라 하여 반납 받은 후에 인천공항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로치 제작업자의 페이스북 글>
https://news.v.daum.net/v/20220331120051681
<인천공항에 전시된 샤넬 한글 재킷>
https://www.yna.co.kr/view/PYH20220330195200013?input=1196m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연평균 특수활동비는 96억5천만원이며 감사원 감사도 다 받았다고 합니다. 5년이면 청와대 특활비가 500억도 안 되는데 무슨 김정숙의 옷값으로 1조 이야기가 나오나요? 간단히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청와대 특활비 예산이 얼마나 배정되었고, 실제 얼마 썼는지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저런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3. 그런데 이런 논란에서 김정숙과 청와대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김정숙이 너무 나댄데다가 옷도 화려하게 입고 팔찌 등 악세사리도 현란하게 하고 다녔기 때문에 오해의 여지를 김정숙이 제공했죠. 해외로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인 문재인보다 앞서 행진하고, 천박해 보이는 행동에 화려한 옷으로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가고 있었는데, 옷값 논란이 벌어지자 김정숙이 이멜다와 비교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청와대도 처음부터 선을 긋고 명확하게 답변해야 하는데, 김정숙의 옷값이 특활비에서 나온 것처럼 말하면서 특활비는 국가기밀이라 공개하지 못한다고 함으로써 국민들의 오해를 샀던 것이죠.
청와대의 해명 워딩은 “국가 간 정상회담, 국빈 해외방문, 외빈 초정행사 등 공적 활동 수행 시 국가원수로서 품위 유지를 위한 비용은 행사 부대경비이므로 엄격한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한 수준에서 예산으로 일부 지원하고 있다. 그 상세 내역은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관련된 통일, 외교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이 알려져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이유가 있고(동법 제9조 제1항 제5호), 또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동법 제9조 제1항 제6호) 공개하기 곤란하다”였습니다.
김정숙의 옷값을 포함하여 대통령 국정수행 중 사용된 특활비는 국가기밀임으로 공개하기 곤란하다는 것인데, 언론들이 마치 김정숙의 옷값을 공개할 수 없으니 국가기밀이라고 변명한다고 왜곡한 것입니다. 옷값 공개하기 위해 청와대 특활비 전부를 공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죠.
그리고 이 정도로 답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되는데, 나중에는 옷값은 사비로 충당했다고 말함으로써 일관성이 없어 보여 더욱 의심을 샀습니다.
청와대 특활비 공개 공세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문재인 정권의 자업자득입니다. 정권을 잡은 후, 박근혜 청와대의 특활비 수사를 중앙지검장 윤석열이 진행했으니 문재인이나 김정숙도 할 말은 없습니다.
4. 윤석열은 청와대 특활비는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과 무관한 것인데 박근혜 청와대 특활비를 별 건으로 수사해 박근혜를 기소했습니다. 당시 언론들과 민주당은 박근혜가 이 특활비로 옷값을 냈느니 어쩌니 하며 별별 이야기를 다 했습니다. 사실 박근혜는 특활비를 사적 용도로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청와대 특활비를 수사한 것은 박근혜의 특활비가 처음이었고 이를 수사한 당사자는 윤석열이었습니다.
국힘당이나 윤석열 지지자들이 김정숙 옷값을 물고 늘어지고 특활비 공개하라고 요구하지만, 나중에 윤석열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라는 사실은 모르나 봅니다.
5.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 특활비로 전용했다고 기소되었죠. 그런데 역대 정권들은 관례적으로 국정원 특활비를 전용해 써 왔습니다.
특활비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범위와 무관했고, 또 특활비와 최순실과 전혀 무관했음에도 윤석열은 별 건으로 특활비로 박근혜를 기소했죠.
당시 검찰에도 특별수사용으로 특활비가 배정되었는데, 법무부나 검찰총장은 일선에 배정된 특활비를 일부 떼어내어 자신들이 쓰기도 했고, 이것도 일종의 관행이었습니다.
역대 정권들이 국정원 특활비를 사용했으며, 검찰도 특활비를 전용했는데, 왜 박근혜만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관행이었다고 하니까 박근혜가 특활비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횡령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기도 했죠. 옷값에 썼다느니 하면서 말입니다. 실제 박근혜는 국정원 특활비를 단 한 푼 사적으로 쓴 적이 없고 착복한 것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죠.
청와대 근무자들의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특활비를 청와대 직원들의 격려금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신에 박근혜는 불시에 청와대 직원들의 책상을 수색해 비리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물론 특활비를 청와대 직원들 격려금으로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저 정도의 편법행위를 하는 것을 처벌하는 건 너무 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법대로 위법이면 처벌해야 한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아래는 법무부와 검찰이 특활비를 전용해 쓰고 있다는 신문 칼럼입니다.
“검찰로 가야 할 특수활동비 중 매년 10억원 이상이 법무부로 흘러들어 간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대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 93억원 가운데 10억3000만원을 법무부 검찰국이 가져갔다는 것이다. 매년 그 정도의 돈이 흘러갔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지침을 보면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라고 규정돼 있다. 검찰이 수사와 정보 활동을 하다 보면 쓰임새 밝히기 힘든 경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곳에 쓰라고 검찰에 주는 돈이 특활비다. 그런데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이 검찰 특활비를 가져가서 어디에 썼나. 법무부 출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몇 년 전 “법무부 장관부터 여직원까지 특활비를 월급처럼 받아썼다”고 폭로했다. 당시엔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흐지부지됐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 특활비 논란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고 해 불거졌다. 오히려 법무부가 검찰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들로부터 35억원의 특활비를 받아 뇌물과 국고(國庫) 손실 혐의 유죄가 선고됐다. 국정원에 대한 인사권과 감독권을 가진 청와대가 국정원에서 돈을 받아 썼으니 뇌물이고, 정해진 용도가 아닌 곳에 특활비를 썼으니 국고 손실이란 것이다. 같은 논리로 검찰 인사권과 지휘·감독권을 가진 법무부가 검찰로부터 특활비를 받아 용도 아닌 곳에 썼다면 뇌물이고 국고 손실이다.“
6. 지금 김정숙 옷값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흡사하게 사실을 왜곡해 대중들의 분노를 유발케 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저는 청와대 특활비로 김정숙의 옷값이 지급되었다 하더라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부인 자격으로 해외 방문을 하며 해외 지도자들과 그 영부인들과 만나는데 그 행사 자리에 필요한 영부인 옷값을 청와대 특활비로 쓴 것은 문제없다고 봅니다.
제가 가증스럽게 여기는 것은 박근혜의 옷값을 청와대 특활비로 썼다고 그렇게 지랄발광을 하던 자들이 자신은 청와대 특활비로 옷값을 지불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숙의 옷값으로 청와대 특활비를 시비 거는 것에 대해 저는 반대합니다. 저런 식으로 시비를 걸면 모든 부처의 특활비가 다 시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 김건희 옷이 화려해 보이니 검찰총장 윤석열이 특활비를 전용해 김건희 옷값을 지불한 것 아니냐며 검찰총장의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 어떻 하겠습니까?
윤석열은 검찰총장 시절에 147억원의 특활비를 썼다고 합니다. 김정숙의 옷값으로 청와대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하면, 윤석열의 검찰총장 시절의 특활비도 공개하라는 요구도 정당합니다.
그리고 특활비의 성격을 이해하고, 만약 툭활비 공개가 전례가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청와대 특활비가 공개되면 다른 부처의 특활비, 국회 특활비 성격의 예산도 모두 공개해야 하죠. 이럴 거면 차라리 특활비를 없애는 것이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