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언니와 잠깐의 대화를 가졌어요,
빨간 마티즈속에 앉아 서로 나누었던 대화는, 15분 남짓했는데
정말 즐겁고 폐부속 깊은 속마음까지 털어놓고도 뒷일을
걱정하지 않을 대화였어요..
"우리아빠가 너에 대해 했던 그말이
난 지금도 생각나.
12살의 네가 우리아빠에게 이렇게 말하더래.
아저씨께서는 어디를 가시나요?"
대개 아이들이 인사를 안하거나
아저씨,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거나 할텐데
어떻게 저런 인간한테서 저런 딸이 태어날수있지.
라고 신기해하길래
나같이 공부잘하는 딸은 안보이냐고 말했던 기억이 나."
"앗, 제가 그렇게 말했다고요?
그건 진짜 기억안나는데??"
그 무렵의 내가
그렇게 말을 했다니,
너무 웃긴것같아요,
술만 마시고 폭력적인 아빠의 그늘아래
그 유년시절은 폭염과 혹한을
오가는 계절밖에 없는 듯했는데
너덜너덜한 육성회비봉투를 내밀때마다
아빠에게 기상천외한 욕들을 들으면서
다음날엔 선생님께 미움받던
그 지난날어디엔가
제가 그런 인삿말을
동네아저씨에게 건넸다니.
말도 없이 조용했던 아이가
그랬다는 사실이 너무 웃기고
신기해서
집에와서 친정엄마에게도 말하고
동생에게도 말하면서 웃었지만,
다들 표정은 시쿤둥하네요.
이야기하다 갑자기 폭소가 터지고
다른 길을 만들면서 샛길로 빠지는
그 대화, 즐거웠어요.
가끔 그런일도 있는 일이군요.


